수도권 전세 10억 클럽 잇따라, 결국 등장한 황당한 대출

조회수 2020. 10. 25.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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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도 대출받아 내는 시대

전세값 상승세가 식을 줄 모른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로 신규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세입자들에게 한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갱신 때 임대료 인상을 최대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임대차법 개정안을 시행하 바 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세입자들 갱신청구권 행사로 신규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4년치 인상을 한꺼번에 하려 하면서 전세값이 급등하고 있다. 급기야 서울은 물론 경기도에서도 ‘전세 10억 클럽’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최근 전세 시장 동향을 알아봤다.

국민주택 전세 10억원 시대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보다 0.51% 올랐다. 주간 기준으로 2011년 9월 둘째 주(0.62%)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서민·중산층이 많이 사는 곳일수록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북구(0.89%), 관악구(0.85%), 동대문구(0.81%), 은평구(0.78%), 도봉구(0.75%) 등이다.


전세수급지수도 나빠졌다. 지수는 0~200 범위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인데 195.2를 기록했다. 2013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6.9)를 곧 넘어설 기세다.


경기도 전세값 상승은 더 심각하다. 10월 넷째주 0.56% 올랐다. 지역 별로 광명(1.47%), 김포(1.21%), 성남 분당구(1.1%), 용인 기흥구(1.04%) 등은 일주일만에 무려 1% 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그러면서 경기도에도 국민주택(전용면적 85㎡) 기준 전세 10억원 클럽이 등장했다. 동판교에 해당하는 성남 분당구 ‘백현마을6단지’ 전용면적 85㎡가 10월 10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7억원 대에서 3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9월 처음 10억원을 뚫은 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은 10억원 클럽을 훌쩍 넘고 있다. 서울 잠실의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최근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 8억원이 안됐던 것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오른 것이다. 같은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도 최근 전세 호가가 12억5000만원에 달한다. 2년 전 6억~7억원의 2배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이밖에 강동구 명일동 ‘삼익 그린 2차’(107㎡)는 법 개정 전 6억5000만원이던 전세 실거래가가 9억원에 육박하고,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3차’(84㎡) 도 6억원 대에서 9억원으로 뛰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못하면 어쩌나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이렇게 높은 가격을 치러도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 단지 별로 수천 가구가 넘는데 전세 매물이 1~2개에 머물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전세 구경하려고 대문 앞에 긴 줄이 생기고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계획인데, 집주인이 본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다. 엄청나게 오른 전세값에다 돈을 구한다 한들 매물 자체가 없으니 현재의 주거를 보장받기 어렵다. 대출을 받으려 해도 보증 가능한 전세 대출은 한도가 있다. 결국 전세난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본인 집을 전세주고 다른 집에 세들어 사는 1주택자가 많은데, 스스로 전세에서 나오게 되자 자기 집에 실거주하게 되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게 되는 악순환 고리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현재 주거지를 지키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면 결국 월세 밖에 답이 업다. 그런데 전세 영향으로 월세도 크게 오르고 있다. 결국 월세를 위해 대출을 내야 할 형편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모바일 전용 ‘쏠편한 전세대출’에 월세 대출을 추가했다. 월세 계약서를 첨부하면 최대 24개월 만기로 5000만원까지 월세를 대출해준다. 월세액은 임대인 계좌로 직접 송금한다. 국민은행 ‘KB주거행복 월세대출’과 하나은행 ‘하나 월세론’도 비슷한 금액을 하도로 월세 대출을 한다.


월세를 카드로 내는 서비스도 증장했다. 신한카드 마이월세는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카드로 월세를 납부하고 카드 결제일에 대금을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다. 수수료율은 1%대다. 

집값 상승 부채질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월세 대출까지 내야 할 형편까지 되자 결국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10월 넷째주 진행된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분양의 경우 26가구 모집에 1만3964명이 몰렸다. 평균 537대1의 경쟁률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소규모 단지(100가구)이고 8년 전매 제한이 있지만, 전용면적 84㎡ 기준 8억원대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무기로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초구 ‘서초자이르네’도 소규모 단지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때문에 3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젊은층의 내집 마련에 대한 조급함이 심각하다. 9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90건으로, 전체 거래량(4795건)의 37.3%에 달했다. 연령대별 통계가 나온 이후 역대 최고 비중다. 그러면서 젊은층이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서울 강북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값은 최근 한 달 사이 3.41% 올랐다. 서울 평균(2%)의 1.5배가 넘는다. 은평구(2.94%), 도봉구(2.68%), 구로구(2.45%)도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전세난과 청약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1만2000가구 규모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등 대단지 아파트 분양 등이 숨통을 틔워줘야 하는데 분양가 갈등으로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난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전세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데, 청악 대기 등 전세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계약 갱신을 청구한 세입자와 신규 전세 세입자의 전셋값이 극명하게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에 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아 전세금 폭등을 피한 세입자도 2년 후에는 엄청나게 오른 시장 가격에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는 데 있다. 최근 추세로 전셋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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