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왜 시가총액 40위 기업을 통째로 날렸나
48개 사모펀드 환매 어려워
잇따라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대란’의 피해는 거의 개미(개인 투자자)만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의 도덕적해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평균 10.9% 손해
국회 정무위원회 윤두현(미래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48개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가 환매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펀드 상황이 어려워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지경이란 뜻이다. 이 펀드들에 투자된 돈을 모두 합치면 5조296억원에 이른다. 라임(1조4766억원)과 옵티머스(5151억원) 등 피해액이 이 안에 들어 있다.
5조296억원은 미래에셋대우 같은 시가총액 40위권 기업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돈이다. 이 기업들을 통째로 살 수 있는 규모의 돈이 피해를 본 것이다.
사모펀드에 든 전체 개미 투자자들을 평균으로 보면 납입한 돈 가운데 평균 10.9%를 돌려받지 못할 지경이 됐다. 48개 사모펀드가 환매가 어려워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무책임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진 것은 금융회사들이 사모펀드를 특별한 규제장치 없이 팔았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개인들에게 펀드를 대거 팔았고, 몰린 뭉칫돈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다가 결국 큰 손실이 난 것이다.
금융당국이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돈이 대거 몰린 계기가 됐다.
또 금융회사들은 ‘한 개의 사모펀드는 총 49인 이하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 개의 사모펀드를 여러 개로 쪼개서 각각 49인씩 수백, 수천명의 투자자를 모집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결국 개미들만 피해를 봤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는 결국엔 개인 결정으로 이뤄진 만큼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