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던 고교 자퇴생, 준비 2년 만에 삼성맨 된 비결

조회수 2020. 8. 13.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조리고 진학 원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고교시절 방황

대기업간 폴리텍 출신 친언니 영향으로 폴리텍 입학

2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사, 여성임원 목표

코로나 사태로 한국과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예상됩니다.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이겨낸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방황할 수 있다. 차이는 그 이후 생활에서 나온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한동안 방황하다가 뒤늦게 대학에 가서 대기업 입사까지 성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 5년차 우아영(27)씨를 만났다.

◇전교 10등 안에 들었지만 고교 자퇴


남들보다 일찍 사춘기를 겪었다. “초등학교 때 소위 노는 친구들과 어울렸어요. 인천에 계시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충북 제천에서 할머니 손에 자란 탓이 컸죠. 결국 부모님 손에 이끌려 중학교 때 인천으로 전학갔어요.”


부모 밑에서 주변 환경이 안정되자 공부할 마음이 생겼다.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공부란 걸 하게 됐어요. 학원 창문에 검은색 시트지를 붙이고 새벽 1시까지 공부했죠. 방학 때는 아침 9시 학원 가서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또 집에서 새벽 3시까지 공부했어요. 하루 4시간만 자고 매일 공부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니 성적이 계속 올라가면서, 중학교 3학년 때는 내내 전교 10등 안에 들었어요.”

출처: 본인제공
고등학생 시절의 우아영씨


위기는 부모님과의 의견 대립에서 찾아왔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때문에 집에서 혼자 밥 해먹을 일이 많았어요. 요리에 재미를 느끼면서 요리사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고등학교도 조리고를 목표로 하게 됐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제 성적이 아깝다면서 외국어 고등학교나 일반 인문계고를 원하셨죠. 결국 조리고 지원서에 부모님이 서명을 안 해주셔서 가지 못했어요.”


할 수 없이 인문계고에 진학했지만 곧 어릴 때 반항심이 다시 생겼다. 뻔한 고등학교 생활이 싫어서 한달 넘게 학교를 안 갔다. 입학 한달 만에 자퇴서를 냈다. 자퇴 후 방황이 이어졌다.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1년 넘게 시간을 보냈다.


◇일하던 레스토랑 문닫자 폴리텍대 입학


부모님 권유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경험삼아 해보자는 마음으로 기출문제집 한 권만 다 풀고 시험을 봤는데 바로 붙었어요. 평균 80점 넘는 점수를 받았죠. 중학교때 열심히 공부한 덕이었나봐요. 그런데 한 번에 바로 붙으니 공부할 필요성이 더 느껴지지 않았어요.”


지인 소개로 원하던 레스토랑 주방 일을 하게 됐다. “주방 보조로 들어가 요리 기술을 익히면서 요리 하는 자리까지 올랐어요. 그런데 레스토랑 사정이 안 좋아져 문을 닫으면서 자동으로 실직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폴리텍 대학 재학 시절 열심히 실습수업을 하고 있는 우아영씨


퍼뜩 불안감이 몰려왔다. 안정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학을 가야할 것 같아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재수학원을 다니고, 새벽 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수능에서 평균 4등급 점수를 받았다. 점수에 맞춰 당장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여러가지 대학을 알아보면서 고민이 들었는데요. 친언니가 한국폴리텍대학을 졸업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취업하는 거에요. 알아보니 해당 과에서 바이오 대기업에 많이 가더라고요. 언니를 따라 2년제 학위과정으로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바이오배양공정과’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새벽 2시까지 공부, 삼성바이오로직스 합격


바이오배양공정과는 의약품 원료 개발에 쓰이는 미생물 배양법을 배우는 학과다. 문과 출신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밤낮없이 공부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이론과 실습으로 수업이 구성됐어요. 이과 출신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매일 저녁 10시까지 실습 수업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가 새벽 2시까지 이론 수업을 복습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폴리텍 대학 동기들과 찍은 우아영씨(가운데), 폴리텍 대학 졸업식날 찍은 모습


-어떤 실험을 하나요.

“예를 들어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사람들의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얼마나 감소시키는지, 토양에서 약효가 있는 염기성 균을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은 뭔지 같은 실험을 합니다. 모두 의약품과 관련이 있죠. 친구들과 소그룹을 만들어서 수업 시간 외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교수님을 찾아가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2학년 2학기때 삼성바이오로직스 인턴에 합격했다. “과에서 20명정도 지원했는데 그 중 2명만 합격했습니다. 2명 중 하나가 저여서 너무 기뻤습니다.”


2개월의 인턴 과정은 바이오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실험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다른 학교 출신들은 실험을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이미 학교에서 했던 내용들이었어요. 쉽게 할 수 있었죠. 다른 인턴 동기들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점수를 받아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bioreactor파트팀과 찍은 우아영씨(오른쪽에서 여섯번째)


◇초대졸 출신 여성임원 목표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bioreactor파트팀에 재직 중이다. “고객사에서 의뢰한 세포를 배양하는 일입니다. 팀에서 키운 세포배양액을 정제를 거쳐 완제품이 만들어지죠. 주로 알츠하이머와 암에 대응하는 전문의약약품과 관련되어있어요. 인류 건강에 도움되는 일이라 항상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회사에서 인정받는게 우선입니다. 미국, 스위스 등 외국 고객사와 미팅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영어실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픽, 영어회화 등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에 전문대 출신의 남자 임원은 있지만 여자 임원은 없습니다. 오랫동안 회사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해서 최초의 초대졸 여자임원이 되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박민지 에디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