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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딸 위해 한국 엄마가 만든 과일 세제, 16개국서 500만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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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워킹맘 출신

아토피 앓는 딸 위해 굴 껍데기로 과일·채소 세정제 개발

대기업들 잇단 러브콜, 수출도 성공

사업의 기회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가족의 고통이 아이템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딸 문제로 고민하다, 친환경 세제를 개발해 16개국 수출을 하고 있는 G2G(지투지) 진지영 대표를 만났다.

경력단절녀였다가 워킹맘으로 재기한 지투지 진지영 대표

출처G2G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 과일·채소 세정

지투지는 바이오화학원료 제조업체다. 버려지는 과일 껍질, 나물, 굴 껍데기 등 생물성 원료로 세제 등 생활화학용품을 만든다.

처음 원료만 만들어 납품하다가, 2014년 3월 완제품 브랜드 ‘퓨리어(Purier)’를 론칭했다. 퓨리어의 대표 상품은 통영 굴껍데기로 만든 친환경 과일·채소 세제 ‘에코파우더’다. “가루 형태인데요. 굴껍데기를 주 원료로 하면서 다른 유해성분이나 첨가물을 넣지 않아, 먹을 수도 있는 세제입니다.”

에코파우더 세정 원리. (아래 출처를 클릭하면 상세 설명으로 이동합니다.)


화학성분을 넣지 않았지만 세정력이 강력하고, 사용법도 간단하다. 에코파우더를 물에 풀어 과일이나 채소를 3~5분 정도 담그면 된다. 그러면 파우더 속 칼슘이온과 수산기가 과일이나 채소의 표면에 붙어있는 오염물질을 떼어내면서, 분자고리를 끊어 독성을 완전 차단한다. 그렇게 떨어진 오염물질은 물에 둥둥 뜨고, 물 속 과일이나 채소를 건져내 가볍게 물에 행궈서 먹으면 된다.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한다.

아토피 딸 위해 제품 개발


진지영 대표는 IMF 외환위기 때 대학을 졸업한 비운의 94학번이다. 경기가 한참 어려울 때 겨우 22살 나이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뎌, 생기는 족족 일을 마다 않고 했다. “제약회사 임상팀, 웹 에이전시, 의류 유통, 기획 등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했습니다. 힘들기보단 일이 소중하고 재밌어서, 쓰리잡까지 해봤습니다. 돈의 흐름이 궁금해서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아이템이나 관련 비즈니스가 있으면 가리지 않고 다 했습니다. 이 때의 경험이 현재 사업의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결혼 후 아이를 출산하고 잠시 경력 단절이 찾아왔다. 일 욕심을 억누르고 사니 가슴이 답답했다. 딸 아이 피부 문제 해결에 몰입하면서 잡념을 잊었다. “딸 아이가 세 살 때쯤 아토피가 심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아토피의 원인을 찾다 다녔어요. 알고 보니 성인까지 이어질 수 있더군요. 왜 성인에게도 아토피가 생기는 지 등을 미친 듯이 파헤쳤어요.”

경기도 여성기업 FTA활용 아세안 통산 촉진단에 참여했던 진 대표(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출처G2G


아이의 피부에 닿거나 입에 들어가도 안전한 세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해 관련한 화학 지식이 있었다. 찾아보니 원료명이 어려울수록 첨가물이 많았다. “이름이 복잡한 화학 원료는 그만큼 복잡한 가공을 거쳐서 만들어 집니다. 저가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죠. 소비자들은 복잡한 이름에 질려서 알아보길 포기합니다. 가급적 가공 단계를 줄이고 알기쉬운 천연원료로 만들면 소비자가 알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가되는 원료수가 줄면서 나와 맞지 않는 특정 원료가 포함됐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죠.”


먹을 수도 있는 친환경 원료만 쓰기로 했다. 비용 부담이 낮은 생물성 원료를 찾아 다녔다. “고서와 논문을 닥치는 대로 찾아봤습니다. 그러다 굴 껍데기에 농약 제거 능력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곧바로 통영에 갔습니다. 굴 껍데기로 이뤄진 산이 다섯 개나 있더라고요. 저 중 하나는 내가 없애겠다는 각오로 세정제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개발과 허가에 2년 걸려 제품 출시

굴 껍데기를 가루로 만들어 농약 제거 능력 실험을 진행했다. 굴 가루를 뿌린 물에 껍질째 먹는 사과 등의 과일을 담가 봤다. 농약뿐 아니라 다른 불순물도 제거되는 게 눈에 보였다. 공인기관에 실험 결과를 보냈더니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왔다.

퓨리어 에코파우더 인증 서류들

출처G2G


계면활성제, 파라벤, 형광증백제 등의 화학성분은 전혀 넣지 않고, 미국 FDA와 우리나라 KFDA에 등록된 천연유래 원료만 써서 완제품을 만들었다. 피부에 닿거나 심지어 먹어도 괜찮아 시장성에 자신이 있었다. 다만 제품 허가가 어려웠다. 생소한 원료로 된 제품이라 허가를 받아 출시하기까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세척제로 출시하려면 그릇을 씻을 수 있으면서 거품이 나고 액체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우리 제품은 가루이면서 거품이 나지 않죠. 다양한 인증으로 안전성과 성능을 보여주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15가지 유해성분 불검출,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서 방사능 불검출 인증을 받았습니다. 잔류농약과 유해세균을 최대 99.9%까지 제거한다는 실험 결과도 얻었습니다.”

에코파우더 사용 후 제거된 불순물이 물 표현에 떠다닌다.

출처G2G


그렇게 과일·채소 전용 세정제 ‘퓨리어 에코파우더’가 탄생했다. 물에 뿌린 후 과일이나 채소를 담가두는 것만으로 오염물질이 제거된다. 떨어진 오염물질은 물에 둥둥 뜬다. 세제 가루는 향이나 맛이 없다. 다른 제품은 화학 성분이 많아 그 향을 감추기 위해 향료를 넣는데, 에코파우더는 그릴 필요가 없어서 무향이다.

홈쇼핑 등에 소개되며 500만개 판매 돌파


원료 형태로 관련 기업에 납품하다가, 2014년 자체 제품을 출시했다. “기존의 과일 세제나 살균제는 뿌린 후 물에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요. 우리 제품은 물에 담가 두기만 하면 되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많은 소비자들이 흥미로워 하셨어요. 제거된 불순물이 보이는 것도 신기해 하셨고요.”


출시 2개월 만에 온라인 마켓 등에서 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롯데·NS·GS 등 TV 홈쇼핑에 잇따라 출연하며 출시 첫해부터 1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홈쇼핑에 소개된 퓨리어 에코파우더

출처G2G


2016년 ‘옥시 사태’가 터진 것이 큰 기회가 됐다. 대체 용품을 찾는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와 함께 쓰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친환경 세정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것이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커지면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천연 성분이 조명받기 시작했어요. 정체모를 화학세제를 쓰느니 구연산이나 베이킹 소다로 과일이나 채소를 씻는 분이 늘었죠. 이에 맞춰 천연 원료로 만든 우리 세제를 찾는 분도 늘면서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최근 500만개 판매를 돌파하면서, ‘세정제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산전수전 겪을 수 있는 고생은 다 겪은 것 같은데, 시장 반응이 좋아서 뿌듯합니다.” 세정제 성공 이후, 역시 천연 원료로 된 모기기피제, 담배 냄새 제거제, 텀블러 찌든 때 제거 세정제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카피 제품 딛고 16개국 수출

해외 박람회에 참가한 지투지 부스

출처G2G


사업이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사업 초반 공장까지 운영하는 건 어려워서, 위탁 생산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그 위탁사가 저희 제품을 카피했어요. 우리 제품을 그대로 따라해 시장에 내놓은 거죠. 할 수 없이 이후 자체 생산을 하게 됐습니다.”


제품 카피는 외국에서도 벌어졌다. “OEM, ODM 등 방식으로 중국 등 해외 16개국에 수출했는데요. 각 현지에서 카피 제품이 줄줄이 나오더라고요. 우리 제품을 취급하는 바이어가 디자인이나 콘셉트까지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퓨리어 에코파우더. (아래 출처를 클릭하면 상세 설명으로 이동합니다.)


카피 제품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자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체 유통도 생각하고 있어요. 양질의 천연 원료로 된 세정제 등 다양한 물품을 저렴하게 공급해서,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는 인식을 깨고 싶어요.”

러시아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기념 촬영

출처G2G


-아이 키우며 사업하는 게 녹록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업이 잘 되려면 사업과 사랑에 푹 빠져야합니다. 그런데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제약이 많았죠.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엄청 고생했습니다. 다행히 그때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여성능력개발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센터가 홍보 등을 도와준 덕에 좋은 제품 만드는데 집중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죠. 지금은 딸이 많이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줍니다. 엄마가 만든 물건이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납니다.”


-지투지의 앞으로 비전은요.

“친환경, 유기농의 가치를 보다 널리 알리고 싶어요. 다행스럽게도 요즘 소비자들은 자주 쓰는 제품 만큼은 안전한 걸 택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만의 원료를 더 개발할 계획이에요. 보다 많은 재미있고 안전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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