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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150만개 난리난 악취 차단 캡, 만든 게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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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회계맨에서 50개 대리점 거느리는 고준성 대표

콘돔 실험까지 하며 개발한 하수구 악취 차단 '제로트랩'

셀프 시공 가능해지며 150만개 판매 돌파, 해외 수출도

내 손으로 시작한 사업이 다른 이들의 생계유지 수단이 되고 경제적 버팀목이 되는 것, 창업인만이 누릴 수 있는 보람이다. ‘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의 고준성 대표는 자신의 사업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키워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했지만 사업으로 또 다른 가족을 만난 고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 내려갈 때만 열리는 하수구 캡

사무실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고준성 대표

출처더 비비드


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의 ‘냄새차단 제로트랩’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 세균, 벌레, 유해가스를 막아준다. 플라스틱(ABS) 재질의 몸체에 주머니 모양의 개폐구가 달린 형태로, 배수 시 물 자체의 무게로 개폐구가 열려 물이 빠져나가고, 이후 중량핀과 물의 표면 장력에 의해 개폐구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원리를 이용했다.

정화조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하수관을 통해 실내 배수구를 통해 유입된다.(왼쪽) 제로트랩의 개폐구에는 방탄 소재로 활용되는 TPU가 적용되 못으로도 찢어지지 않는다.

출처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


번거로운 배관공사를 하지 않아도 제로트랩만 설치하면 악취와 벌레를 막을 수 있다. 개폐구에는 방탄 소재로 활용되는 TPU가 적용됐다. 덕분에 개폐구는 성인 남성의 힘으로도 찢어지지 않고 락스 등에도 손상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시공하는 경우가 60%, 대리점을 통해 시공하는 경우가 40% 정도 된다.


2006년 첫 출시돼 온라인몰(https://bit.ly/2VEHsZK) 등에서 150만개 판매를 돌파한 인기 제품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판매가 더욱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집안 곳곳을 손보게 된 사람들 덕이다. 미뤄뒀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로트랩을 찾는 것이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많이 팔린다고 한다. 요즘 판매 추세는 월 1만개가 넘는다.

18년 다닌 회사 관두고 2~3년 개발에 몰두

냄새차단 제로트랩

출처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


하수구와 거리가 먼 화이트 칼라 출신이다. 18년 동안 부산의 한 회사에서 회계, 총무파트에서 근무했고 해당 부서의 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사업 생각은 딱히 없었다. 하수구에서 고약한 냄새가 올라온다는 아내의 불만이 시작이었다.


“악취를 막으려고 하수구 입구에 비닐을 씌웠는데, 물을 틀 때는 비닐을 빼야 하는 불편함이 있더라고요. 비닐로 개폐구를 만들어 본드로 엉성하게 붙였더니 너무 쉽게 찢어졌습니다. 그렇게 계속 시도해보다가 제대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제로트랩을 제작하고 시공하는 모습

출처더 비비드, 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상품화하면 대박이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회사를 관두고 2~3년 정도 제품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악취는 작은 틈새만 있어도 새어 나가, 완전 밀폐되는 구조로 만드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비닐 비슷한 건 다 써봤습니다. 심지어 콘돔으로도 실험했습니다. 첫 2~3번은 실패했고 한 4번째 시도 만에 초기 형태의 제로트랩을 만들었습니다.”


상품화에 성공하자 특허를 출원하고 2006년 부산에서 회사를 차렸다. 출시 5년 만에 대대적인 상품 개선을 해서 지금과 비슷한 제품이 나왔다. “첫 제품은 비닐 소재였습니다. 기능상으론 문제가 없었지만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호기심에 손으로 찢어보는 사람까진 만족시키지 못했죠. 수십 번의 테스트 끝에 지금의 TPU 재질을 찾았고, 가정의 평균 배수량 등을 고려해 현재 제품의 두께가 나왔습니다.”

제로트랩 특허증과 시험성적서

출처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


TPU 재질은 고온, 저온뿐만 아니라 락스 같은 독한 성분에도 강해 반영구적이다. TPU 주머니에 부착된 핀은 국가공인인증기관에서 사용횟수 10만회 이상을 검증받았다. 하루 30번씩 물이 빠져나간다고 가정하면 10년은 쓸 수 있다.

찜질방서 쪽잠자며 홀로 시작한 사업이
50개 대리점으로 확대

사업 초반 불도저처럼 마케팅을 했다. “불법 현수막을 점검하는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금요일 저녁에 현수막을 붙여 일요일에 떼는 식으로 홍보했습니다. 3일 현수막을 붙이면 5일치 일감이 들어왔어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수도권에 진출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족이 문제였다. “부산 밖에 모르는 식구들에게 부산을 뜬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갈까 말까 1년 이상을 고민했습니다.”

고 대표 사무실 곳곳에 아내와 관련된 그림들이 놓여있다.

출처더 비비드


이왕 빼든 칼, 무라도 썰어야 직성에 풀릴 것 같았다. 거처도 없이 나홀로 서울행을 택했다. “제품을 잔뜩 실은 트럭 바깥에 광고판을 붙인 채 혼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잘 곳이 없어 찜질방을 전전했죠. 그러다 한 달 만에 사무실 겸 원룸을 얻어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팔면 대박이 날 것 같다는 예감은 적중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키워드 광고를 시작하자 마자 시공의뢰가 들어왔다.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지만 신났다. “자동차에서 주문전화 받고, 작업하면서 다른 전화상담을 해야 했어요. 운전하다가 의뢰인 집 주소를 받아 적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소비자가 제 제품에 만족하는 기쁨이 커서 힘들지 않았어요. 이제 사업 초반의 아련한 추억이네요.”

고 대표는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7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출처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


-외롭지 않던가요.

“가정이나 식당의 주방, 화장실에서 작업하다 보면, 가족 단위로 식사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부산에 있는 가족 생각이 절로 나죠. 그래도 내가 힘을 내야 부산에 있는 가족이 생활할 수 있으니 빨리 잊고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고 대표는 대리점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윈윈을 도모했다.

출처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


3년 동안 일당백 생활을 하다 보니 제품이 소비자와 시공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판매 및 시공을 담당하는 대리점을 열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대대적인 공사없이 1분~5분 시공만으로 작업이 끝나니 사업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입니다. 30평 아파트 배수구가 평균 7개인데, 전체 시공 시간이 30분~50분에 불과합니다. 대리점이 하나 둘 늘면서 현재 전국 50곳 가량의 대리점과 온라인몰(https://bit.ly/2VEHsZK) 등을 두고 있습니다.”


급증한 대리점을 잘 관리한 비결은 친화력이다.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며 윈윈(win-win)을 도모했다. “체육대회나 미팅을 자주 열어 대리점주들과 끈끈한 사이를 유지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분들과는 한달에 두 세번 만나 본사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광고 전략을 함께 고민합니다. 이 분들이 제 제품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정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혼자 시작한 일인데 여러 사람들과 공생하게 되니 보람이 큽니다.“

지자체 등 대량공급, 해외 수출도

사무실을 가득 채운 제품들

출처더 비비드


가정집 외에 지자체, 대기업, 병원 등에서 시공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수출도 한다. “한국에 자주 오는 한 인도네시아 교민이 제로트랩을 써보고 반해서, 인도네시아에서 판매 대행을 하고 계세요. 고객이 나서서 해외진출을 시켜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에디터에게 제품을 직접 소개해주고 있는 고 대표

출처더 비비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요.

“속된 말로 ‘냄새로 먹고 사는 일’을 하는데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악취가 심한 곳이 많습니다. 단독주택의 경우 배관공사로 악취를 막을 수 있지만 아파트는 그럴 수 없죠. 아파트 사시는 고객분들이 제로트랩 설치 후에 냄새 안 난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느낍니다. 내 제품을 쓴 고객이 기뻐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게 이 일의 묘미입니다.”


회사명 ‘고준성 생활환경연구소’에 들어간 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회사를 경영해가는 게 목표다. “회사 마케팅 직원이 제 흰 수염을 로고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로고에 제가 등장한 김에 사명에도 이름 석 자를 넣었고, 생활 환경을 향상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자는 나름의 비전까지 만들었죠. 그 비전을 열심히 이뤄가겠습니다. 음식물 분쇄기도 취급하고 있는데요. 계속 좋은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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