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수천만원 짜리'라뇨..사기 딛고 '대치동 방석' 만든 아이 셋 아빠

조회수 2020. 6. 12. 12: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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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녔지만 미래 고민하다 퇴사
반도체 무역 중개로 창업, 사기 극복하고
수험생 자세 잡아 집중력 높이는 방석 개발 
출처: 에어나인
공기화 에어나인 대표


많은 직장인이 임원을 바라지만 꿈을 이루는건 극소수다. 에어나인의 공기화 대표는 일찍 대기업을 관두고 본인 사업을 시작했다. 중개 무역으로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고, 대치동 방석이라 불리는 학생용 기능성 방석을 통해 본인 제품도 가졌다. 공 대표를 만나 직장인 창업의 성공 노하우를 들었다.

대기업 퇴사하고 무역중개업
출처: 에어나인
에어나인이 출시한 대치동 방석


에어나인은 자세교정 방석 ‘닥터펠비스’를 만든다. 펠비스(pelvis)는 골반을 뜻하는 의학용어다. 골반을 교정해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평평한 방석과는 다르게 굴곡진 모양이다. 엉덩이와 방석의 접촉 면적을 줄여 체압을 분산해 준다. 그러면 오래 앉을 때 골반과 허리가 받는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세를 바로잡아 공부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치동 방석’으로 불리고 있다. 온라인몰(https://bit.ly/2UuvfWS)을 중심으로 골반 건강에 예민한 임산부, 생리통을 겪는 여성, 치질 환자 등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에어나인
해외여행을 떠난 공기화 대표의 가족


닥터펠비스를 만든 공기화 대표는 2014년 불혹을 앞두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스스로 냉정히 판단했을 때 엘리트 직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원이 될 자신도 없었다. 어차피 떠나야 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퇴사 후 6~8개월 동안은 뭘 해야 할 지 고민만 했습니다. 쭉 세일즈·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는데요. 국내 시장은 저 같은 사람이 많아, 경쟁이 너무 치열해 보였어요. 차라리 해외에서 승부 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2015년 에어나인을 차리고 반도체 무역 중개업을 시작했다. 국내외에서 좋은 반도체를 찾아 원하는 곳에 납품했다. 일부 제조도 했다. “반도체는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수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무게는 가볍고 단가는 높아서, 부가가치도 괜찮은 편이죠.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란 제가 정한 사업 기준에 딱 맞는 제품이었습니다.”


무역 중개업은 순탄히 전개됐다. 100만 달러 수출의 탑도 받았다. 하지만 내 제품이 아니었다. 진짜 내 제품을 팔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우연히 방문한 지인의 공장에서 힌트를 얻었다.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성 베개를 만드는 공장이었어요. 제조원가는 2만원이 안됐는데 시장에서는 20만원 정도에 팔리는 상품이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건강 관련 가치소비를 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우리나라도 고가 배개가 팔리기 시작한 결과였어요. 그래도 2만원 짜리를 20만원에 팔다니. 새로운 충격에 머리가 멍했습니다.”

출처: 에어나인
홍콩 거래처 사람들과 식사 중인 공기화 대표(가운데)와 수상한 백만불 수출의탑
허리 두드리는 딸 모습에서 아이디어


‘나도 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공부하면서 허리를 두드리는 첫째 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은 책상과 의자를 사줬는데, 딸아이는 늘 허리와 엉덩이가 불편하다는 거에요. 평소에는 지나쳤는데 가만 봤더니 엉덩이는 둥근 반면 의자는 평평한 겁니다. ‘모양이 맞지 않으니 불편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석을 완충재로 만들어, 엉덩이의 굴곡을 커버하면 자세가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문헌을 찾아보니 책상에 오래 앉을수록 몸의 중심인 좌골(엉덩이)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고 하더군요. 그 균형이 망가지면 척추가 휘어서 뇌 활동도 영향을 받아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하고요. 하중을 골반 전체로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출간된 논문을 탐독하며 홀로 도전해서 6년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속은 압점을 완화하는 폴리우레탄으로 채웠고, 겉감에는 통기성이 좋은 매쉬 원단을 적용했다. 중국산과 차별화하면서 품질 관리를 위해, 모든 재료와 원단을 국내에서 공급받고 제조도 국내에서 하기로 했다. ‘100% 국산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양산 직전 사기로 어려움
출처: 에어나인
공기화 대표는 닥터 펠비스를 내놓기 전에 특허증, 디자인 등록증 등을 준비했다.


디자인 특허를 받고, KC마크를 통해 품질 인증도 받았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대량 생산하려면 제품을 뽑아 낼 ‘금형’이 필요합니다. 지인에게서 금형 제작 공장을 소개받아 맡겼는데, 사기를 당했어요. 몇 천만원을 들여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금형을 의뢰했는데, 한 번 밖에 못 쓰는 일회용 금형을 받은 거죠. 생산비를 심하게 부풀리는 공장도 있었어요”


결국 2017년 개발한 제품을 2019년 들어서야 첫 생산을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시장은 급변해 있었다. 제품을 처음 구상할 당시엔 경쟁 업체가 두 세 군데 정도였는데, 2년이 지나 우후죽순 등장한 것이다. 당초 목표로 했던 고가 판매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저가 상품이 워낙 많았어요. 지난 시간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출처: 에어나인
사기당한 금형. 공기화 대표는 이 금형을 버리지 않고 반면교사의 거울처럼 두고 있다.


수출 과정 역시 험난했다. 아마존에 입점하고 싶은데 한국 무역 기관에서 소개해준 관세사는 원하는 솔루션을 내주지 못했다. 결국 직접 구글링을 해서 1000명이 넘는 해외 관세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열댓 명이 회신했고 그 중 도움 줄 이를 찾아, 겨우 아마존에 입점하고 복잡한 세금 문제도 해결했다.

‘집중력 높인다’ 대치동 방석으로 인기
출처: 에어나인
대치동 방석 닥터 펠비스


어려움은 마케팅 아이디어로 극복했다. 바른 자세를 통한 집중력 향상을 포인트로 잡고 홍보했다. 곧 ‘대치동 방석’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반응이 왔다. “많은 수험생과 부모들이 찾아 주고 계십니다.” 온라인물(https://bit.ly/2UuvfWS) 등을 중심으로 골반 건강에 예민한 치질환자나 임산부, 생리통에 예민한 여성 직장인 등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가 나고 있다.


-지금까지 잘해온 비결이 뭔가요.

“저는 현실주의자입니다. 금전적 여유가 노후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하며 버텼어요. 1000명이 넘는 관세사에게 메일을 보내고, 사기를 당한 직후 새 거래처를 찾기도 했죠. 제가 특별해서 그 어려웠던 과정을 버틴 게 아닙니다. 생존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쉬지 않은 결과입니다.”


-앞으로 계획과 비전이 있다면요.

“반도체 무역 중개 사업 비중을 점차 줄이고 기능성 침구 시장에 본격 뛰어들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에 생리통 완화에 도움되는 발열 패드도 출시합니다. 이 상품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입니다. 좌식 생활을 하는 일본 역시 좋은 공략처입니다.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키우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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