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달리는 열차

조회수 2019. 10. 21.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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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의 낭만에 섬세함과 쾌적함을 더했다. 올가을 함께 떠나기 좋은 관광 전용 열차들.

남도해양열차

가을 여행의 묘미로 미식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미식 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단연 남도. 이럴 때 남도해양열차가 유용하다. 일명 ‘에스트레인S-train’이라 불리는 남도해양열차는 국내에서 가장 긴 횡단철도인 경전선을 타고 남도를 향해 내달린다. ‘슬로 기차 여행’이란 테마 아래 서울-여수, 부산-보성 등 총 2개의 구간을 운행하는데, 전자는 전주, 남원, 곡성, 구례, 후자는 마산, 진주, 하동, 순천, 벌교 등 남도의 주요 도시를 거치며 풍성한 가을의 미각을 만끽할 수 있다. 남도의 간판 스타인 충무공을 기리며 거북선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열차 디자인 역시 이색적이다. 전망석이 포함된 1호차의 힐링석, 4인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2호차의 가족석 외에도 다도의 고장으로서 남도의 특징을 살린 4호차 다례실,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5호차 이벤트실 등 열차의 여러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여행자의 좋은 자세. 순창장류축제나 순천만 갈대밭, 보성 녹차밭 등 주요 도시의 가을 투어와 연계한 당일 패키지 상품 역시 다양하니 눈여겨보자.

팔도장터관광열차

전통시장만큼 무르익은 계절의 맛을 느끼게 해줄 여행지도 드물다. 전국 곳곳에 숨은 오래된 장터에는 각기 다른 매력과 고유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기 때문. 2013년 운행을 시작한 팔도장터관광열차는 바로 이 ‘장터’에 집중한 철도관광상품이다.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그 해의 대표 시장 10여 곳을 선정해 정기 운행하는데, 기차역에서 전통시장까지 무료 버스를 제공해 주변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해의 운행 시장은 정선아리랑시장, 양평물맑은시장, 금산시장, 부산 국제시장, 영주365시장, 광주 1913송정역시장 등 총 15곳. 목적한 시장에 따라 코스도 다양해진다. 이를테면 10월 15일에 운행하는 영주365시장행 열차의 경우, 인천 중동역에서 출발해 부석사, 무섬마을, 영주365시장, 영주역을 지나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는 당일치기 코스다. 군산시간여행축제와 연계한 군산의 명산시장행 열차, 정읍구절초축제와 연계한 부안상설시장행 열차 등 각 지역의 가을 축제 현장을 담은 한정 코스 상품도 있다.

레일크루즈 해랑

좀 더 럭셔리한 기차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코레일의 또 다른 자랑인 레일크루즈 해랑을 주목해보자. 유람선과 철도를 접목한 해랑은 2008년 운행을 시작해 6년 연속 KATA 우수여행상품으로 선정된 국내 유일의 호텔식 관광 열차다. 열차 코스는 동부권 1박 2일, 서부권 1박 2일, 전국일주 2박 3일 등 크게 3가지. 4인실 구성의 스탠다드 룸부터 2인실 구성의 스위트룸까지 4가지 객실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식당칸 외에도 쾌적한 라운지를 갖춰 탁 트인 풍광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최근에는 가을 여행 시즌을 맞아 ‘추추폭폭 힐링 기차 여행’ 상품을 따로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단풍이 화려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단양, 안동, 대구, 청도, 순천 지역을 둘러보는 ‘가을단풍 코스’와 순천, 대구, 경주, 정동진, 평창 등 각 지역의 천년 사찰을 돌며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힐링테마 코스’가 그것. 모두 2박 3일 일정이며, 가을단풍 코스의 경우 10월 22일, 11월 5일과 12일 등 3회, 힐링테마 코스는 10월 29일 단 1회만 진행된다.


국악와인열차

풍류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기차 여행, 여기에 풍미 좋은 와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와인열차가 매년 가을 여행객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다. 지난 2006년 새마을호에 연결된 3칸짜리 작은 테마 열차로 출발했던 와인열차가 지난해 ‘국악와인열차’란 이름을 달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과 국내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영동을 잇는 특별 열차로, 오가는 사이 영동산 와인 시음은 물론 와인 강좌나 라이브 공연, 국악 한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 객실이 2인, 4인, 6인용 개별 룸으로 이뤄져 한층 프라이빗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탑승객들이 꼽는 장점. 본래 행사나 세미나, 단체 여행에 맞춰진 다목적 융합형 종합관광열차인 만큼 고객 요청에 따라 수시 운행이 가능하지만, 지역의 제철 관광 상품과 연계한 몇몇 패키지 역시 매월 한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참고로 10월에는 진주 남강유등축제, 여수해상케이블카, 청송 주왕산 단풍 여행, 영동 농가 와이너리 투어 등을 국악와인열차와 더불어 체험할 수 있다.


서해금빛열차

남도에 남도해양열차가 있다면, 서해안에는 서해금빛열차가 있다. 갯벌이며 무수한 섬, 낙조 등 서해안 고유의 매력과 숨은 여행지를 발굴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덕분에 노선이 지역 전체를 그야말로 샅샅이 훑는다. 우선 매일 아침 용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아산, 온양, 예산, 홍성을 지나고 광천, 대천, 장항, 군산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익산에 다다른다. 이미 여름 피서지로 유명한 동네가 몇몇 눈에 띄긴 하지만, 색색의 꽃으로 무장한 가을 들판, 한창 물오른 제철 해산물 역시 기차 여행의 낭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다른 관광 열차에 비해 대부분의 목적지가 수도권과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 루트로 부담이 없다. 그러니까 오전 8시 30분경 용산역을 떠나면, 정오를 조금 넘겨 익산역에 도착하는 식이다. 서해금빛열차의 또 다른 자랑은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줄 섬세한 내부 시설. 한옥 스타일의 온돌마루실과 따뜻한 온천수가 쏟아지는 족욕카페 등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러 시설이 깔끔하게 구비돼 있다.

중부내륙관광열차

사실 이 땅의 사계절을 가장 선명히 마주할 수 있는 여행지는 구석구석 명산이 숨은 내륙지역이다. 단풍잎이 화사하게 물드는 가을의 정취 역시 마찬가지. 중부내륙순환열차인 오트레인O-train과 백두대간협곡열차인 브이트레인V-train을 묶어 중부내륙관광열차라 부르는데, 이름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듯 한반도의 내륙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우선 서울에서 충주, 제천, 단양, 영주, 봉화 등을 지나 철암에 닿는 것이 중부내륙순환열차. 풍부한 관광자원에도 불구하고 교통이 불편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중부내륙지역을 더 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한편 철암과 영주, 분천을 잇는 백두대간협곡열차의 경우, 좀 더 대자연의 속살에 접근한다. 복고풍 열차를 타고 좁은 협곡을 가로지르는 사이, 웅장한 백두대간의 비경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지붕의 태양광 발전으로 조명을 밝히고, 동절기엔 히터 대신 목탄 난로를, 하절기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는 등 철저히 자연 친화적 성격을 고수하는 내부 설비 역시 인상적이다.

류현경(프리랜서)

사진 제공 코레일관광개발 www.korailtravel.com

에디터 여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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