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블러

경계 너머와 닿아 있는 인피니티 풀, 때로는 세계의 절경을 담는 훌륭한 창이 된다.

솟아오른 화산의 봉우리, 시야에 걸리는 야자수와 열대의 나무들. 아득할 만큼 짙고 푸르른 자연으로 뻗어나간 인피니티 풀을 떠올려본 적 있는지. 부칸 바이 호텔 쇼콜라의 인피니티 풀은 수평선은커녕 지평선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열대우림과 마주한다. 호텔은 무인도, 산호초가 수천에 이른다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루시아의 도시 수프리에르에 있다. 해발 고도 약 300미터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의 풍경은, 여기가 카리브해의 도시라는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로 푸르다. 열대식물의 꼭대기와 시야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유다. 산 너머 해가 뜨기 시작하면, 수영장 물빛에 잔잔한 코앞의 풍광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러면, 이내 주변은 온통 초록빛이 된다. 

LOCATION Rabot Estate, Soufriere N/A, Saint Lucia 

WEB www.hotelchocolat.com

도멘 데 앙데올 인피니티 풀의 풍광이 가장 절묘한 계절은 바로 초여름, 라벤더 꽃이 만개했을 때다. 프랑스 프로방스 도시 대부분이 그렇듯 이 호텔이 있는 생사튀르냉레아프트에도 라벤더 농장과 빈야드가 지천이기 때문이다. 붉고 푸른 라벤더 꽃과 포도 열매가 만발하면,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도멘 데 앙데올 호텔은 그 가운데, 흙길을 쓸어내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으로 예리하게 재단해 건물을 지었다. 수백 년이나 지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호텔로 들어가는 길부터 내내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공기마저 목가적이고 현실 같지 않은 프로방스. 라벤더 향 짙은 공기와 어깨를 맞대고 수영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풍경의 일부로 녹아든다. 

LOCATION Les Andéols, Saint-Saturnin-lés-Apt 84490, France 

WEB www.andeols.com 

인피니티 풀에 정석이 있다면, 호텔 알미라의 것이 아닐까. 이곳의 인피니티 풀은 바다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담는다.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섬나라 사이프러스(‘키프로스’라고도 한다. 터키 남부, 아테네 동부의 지중해에 있다)의 도시, 파포스의 앞바다다. 이 도시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도 파포스의 앞바다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바다가 바로 여기다.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린 비너스의 뒤로 펼쳐지는 푸른 물결. 호텔 알미라의 수영장에 몸을 담그면 발아래로 신화 속의 그 물결이 환상처럼 찰랑인다. 그러고는 망망대해로 정처 없는 시선을 던져본다. 저 멀리, 눈길 가는 곳마다 수천 년의 시간이 광활하게 흐른다. 

LOCATION Poseidonos Ave., 12, Paphos 8042, Cyprus 

WEB www.almyra.com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해가 움직이는 대로 바뀌는 그림자의 길이, 마침내 촛불의 여염처럼 아스라히 지는 석양까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감상하고픈 순간이 시시각각 눈앞에 펼쳐진다. 완벽하게 프라이빗한 휴식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얀트리 웅가산의 인피니티 풀에 몸을 풀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 리조트는 발리섬의 최남단, 해발 고도 70미터의 절벽 끝에 위치한다. 온통 파도 소리와 새 소리만 들리는 적막 속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TV는 잠시 잊고, 스마트폰이나 책도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인피니티 풀에 몸을 맡긴다. 사방이 물빛으로 가득 차고, 수영장과 바다, 수평선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잠시 잊어도 좋다. 

LOCATION Jl. Melasti, Banjar Kelod, Ungasan, Bali, Indonesia 

WEB www.banyantr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