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돌담 너머, 내자동 바 나들이

조회수 2019. 3. 19. 1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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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몸을 부드럽게 녹이는 훈풍의 계절이  온다. 한옥 담장 사이사이 자리한 내자동의 바로 숨어들기 좋은 때다.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를 기억한다. 당장 월세를 감당할 돈은 없어도 하루 끝 에 위스키 한 잔은 털어 넣어야 행복하던 떠돌이 청년. 미소가 문턱이 닳도록 다니던 바가 내자동에 위치한 코블러다. 코블러가 이 동네에 막 당도했을 즈음 빅블루와 텐더바 등 근사한 바들이 함께 터를 잡았다. 이후로도 술 마시기 좋은 공간은 꾸준하고 조용하게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술보다 음악에 취하면 더 좋은 곳, 월드 클래스 바텐더의 훌륭한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곳, 때로는 오랜 친구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곳까지. 선택지는 더 다양해졌다. 


왼쪽으로는 필운동, 오른쪽에는 적선동, 머리맡에는 체부동이 버티고 선 가운데, 내자동은 유난히 작고 낮다. 골목도 어찌나 비좁은지 낡은 한옥 처마가 서로 어깨를 부 딪치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광화문에서 고작 몇 발자국 더 들어왔을 뿐인데 훌쩍,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칼바람이 들이치던 겨울밤에도 이 골목의 따뜻한 불빛을 찾아 부지런히 술을 즐긴 애주가라면 더 반가운 계절이 온다. 영화 속에서처럼 싱글 몰트 글렌피딕 한 잔을 시켜놓고 아껴 마시며 풍경이 바뀌는 내자동의 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심퍼티쿠시

심퍼티쿠시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기분’을 표현하는 헝가리어다. 이렇게 담백하고 로맨틱한 이름과 걸맞은 와인 바, 심퍼티쿠시는 한남동에 이어 내자동의 깊숙한 곳까지 찾아들었다. 와인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반가운 공간이다. 세심하고 까다롭게 선택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때문.

추천 와인은 ‘카스텔 블랑’이다. 적당한 당도와 기분 좋은 청량함으로 다가오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곁들이면 좋을 추천 메뉴는 ‘곶감치즈플레이트’다. 클래식한 치즈 플레이트에 곶감과 더덕튀김, 김부각 등 전통적인 디테일을 더한 것으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하다. 적당히 낮은 조도에 우아한 장미색으로 칠한 내부가 정취를 더하니, 좋은 사람과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고민들마저 털어내기를 권한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08-5 

TEL 070-7797-0606

바 참

내자동에서 약간 벗어나 서촌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바 참을 만날 수 있다. 2015년 월드 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우승한 임병진의 공간이다. 군더더기 없는 라인의 백바와 테이블, 의자는 모두 말쑥한 참나무로 짰다. ‘바 참’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덕분에 화려하기보다는 그 옛날 서촌의 선비처럼 정갈한 인상을 풍긴다. 임병진은 그간의 젊은 패기와 에너지는 훌훌 내려놓고, 간결하고 차분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여기에 들른다면 제주, 함양, 여주 등 우리나라 지역의 이름을 딴 칵테일을 주문해볼 것.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리 술과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다. 훌륭한 우리 술이 백바의 한 자리를 채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되기를 바라는 임병진의 작은 바람이 담겼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34 

TEL 02-6402-4750

버거드조선

한옥 담장 아래서 트렌디한 수제 버거를 즐길 수 있는 곳, 버거드조선이다. 아담한 마당이  있는 버거드조선의 건물은 1935년에 지어져 84년째 동네를 지키고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만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한옥과 이국적인 음식의 조화를 선보이고 싶었던 이명철 대표의 로망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메뉴판 제일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버거드조선’은 이곳의 시그니처이자 기본 메뉴다. 마늘, 땅콩으로 만든 소스처럼 한식에서 모티브를 딴 요소를 버거에 가미했다. 버거드조선을 기본으로, 그라나 파다노 치즈나 아보카도, 통새우 등을 넣은 각기 다른 매력의 6가지 버거가 준비돼 있다. 맥주 한잔을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청량한 맛의 페일라거부터 경남 거제의 향과 맛을 담은 거제맥주까지, 맥주 선택의 폭도 넓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0길 7 

TEL 02-723-1016

내자살롱

편한 마음으로 삼삼오오 모여 밤이 가도록 수다를 떨고 싶다면 내자살롱이 제격이다. 오래된  2층짜리 양옥을 개조한 이곳은 시골 외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촌스러운 잔꽃 무늬 방석과 찌그러진 양은 냄비, 색이 바랜 낡은 영화 포스터 등 익숙하고 친근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 2층의 작은방과 다락에도 좌석이 마련돼 있어 옹기종기 모여들어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 좋다. 짜장라면에 달걀프라이와 치즈를 얹은 음식인 짜계치부터 국물떡볶이, 미나리골뱅이무침까지, 정겨운 메뉴도 가득 준비되어 있다. 덕분에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저마다 친구, 가족과 함께 내자살롱을 찾는다. 내자동의 다른 바와 비교해 음식과 와인의 가격대가 대체로 저렴한 편이어서 흥이 오르면 밤새 취할 때까지 마셔도 부담 없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2길 22 

TEL 02-722-9672

광화문살롱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하고 싶은 날에는 광화문살롱으로 향하자.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5호선 광화문역의 중간쯤에 위치해 주변 직장인들의 참새 방앗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펍이다. 주류 메뉴 중 생맥주는 종류가 6가지로 제주에일, 핸드앤몰트, 아크비어 등 국내 유수의 브루어리에서 공급받는다. 벨기에 3대 맥주로 손꼽히는 뒤셰스 드 브루고뉴를 비롯해 런던 프라이드, 뉴캐슬 브라운 에일 등 수입 맥주는 병맥주로 만나볼 수 있다. 3월부터는 가벼운 와인과 칵테일도 선보일 예정이다. 

‘살롱’이라는 이름처럼 앞으로 이곳은 취미 공유를 위한 장소로 운영된다. 같은 층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맥주 클래스나 테이스팅 행사를 열기도 하고, 건담과 레고 마니아를 위해 전시, 판매도 할 계획이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5길 31

TEL 02-6031-6188

슬로우핸드

지금까지 이런 바는 없었다. 바인지 콘서트홀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슬로우핸드 얘기다. 슬로우핸드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앨범 타이틀이자 별명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임영웅 대표는 열렬한  오디오 마니아다. 이 멋진 음악 바도 잘 세팅된 오디오가 한옥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확인하고 싶은 궁금증에서 시작한 것이다. 

원래 마당이 있던 자리에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고 대청마루 위치에는 바를 만들어서, 자리에 앉으면 마치 마당놀이를 관람하는 것처럼 시선이 흐른다. 목조 건물에서 따뜻하고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피커와 앰프, 턴테이블을 고르고 골라 들였다. 주위의 소음마저 사라진 깊은 밤이면 스피커를 타고 미끄러지는 음악에 때로는 술보다 짙게 취할 수 있겠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110번지

TEL 02-737-9871

바 호핑 떠나기 전
서촌의 미쉐린 맛집

1 주반 한옥 처마 아래서 세계 미식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 주반은 서촌의 7am부터 압구정 이타카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태윤 셰프의 두 번째 레스토랑이다.  영광에서 난 굴비와 남프랑스식 감자 요리를 변주한 메뉴 ‘영광니스’에서 시작해 인도, 타이, 스페인을 넘나드는 지역의 향신료를 사용한 다국적 요리를 선보인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재미가 있는 곳이다. 주류 리스트도 우리 술부터 와인, 하드 리큐어까지 다채롭게 채웠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가길 12

2 할매집 3만5천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하는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3년 내리 선정된 전통의 강자. 잡내 없는 족발과 콩나물, 부추, 고춧가루로 맛을 낸 감자탕이 일품이다. 사장인 문경자 할머니는 1975년 내자동에서 영업을 시작한 뒤로 줄곧 주방일을 도맡고 있다. 할매집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사장님이 알려주는 방법만 따라 하면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2길 1-5

3 서촌김씨 리스토란테 서촌김씨 리스토란테는 시작부터  근사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은 날 선택하면 좋은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3년 연속 선정된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시칠리아의 아란치니, 피에몬테 지방의 비텔로 토나토에서 영감을 얻은 듀록 토나토,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라비올리 등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사전 예약을 해야한 다. 3개월 단위로 메뉴와 가격이 변동된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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