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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 고향만두는 왜 비비고에 왕좌 내줬나

고향만두 밀렸나 퇴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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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판매량 7억 봉지, 누적 판매액 1조5000억원. 1987년 론칭한 해태제과의 ‘고향만두’가 34년간 세운 기록이다. 국내 최초의 냉동만두인 고향만두는 식품업계 대표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그 빛이 예전 같지는 않다. CJ제일제당이 2013년 ‘비비고’ 만두를 선보인 이후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고향만두는 왜 왕좌를 지키지 못했을까. 그 이유가 비비고의 놀라운 약진에만 있을까. 고향만두의 하락세의 숨은 경영학적 함의를 찾아봤다. 

출처연합뉴스

“만두(mandu)란 한국어로 덤플링(dum pling)이란 뜻이에요.” “한국에서 명절에 먹던 음식을 집에서 8분 안에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미국의 한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한국의 만두 제품을 소개한 멘트다.

홈쇼핑에 등장할 만큼 미국에서 만두의 인기가 뜨겁다. ‘중국식 덤플링’이나 ‘일본식 교자’에 익숙하던 미국인들이 한국식 만두를 찾기 시작한 셈이다. 미국에 부는 만두 열풍의 중심에는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비비고’가 있다.


그사이 한국에선 해태제과가 ‘고향만두’의 추억을 소환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1월 고향만두 대표제품과 양은쟁반으로 구성한 ‘레트로 양은쟁반 교자세트’를 선보였다. 1980년대 집에서 만두를 빚어 양은쟁반에 올려두던 추억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해태제과가 소환한 1980년대 국내 만두시장은 해태제과의 고향만두가 주름잡았다. 사람들은 ‘만두’ 하면 ‘고향만두’를 떠올렸고 냉동식품이 귀하던 시절 명절선물로 고향만두를 주고받았다. 1987년 출시 이후 30년 가까이 국내 만두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해온 제품도 고향만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 대표 만두’의 자리는 비비고가 차지한 지 오래다. 비비고를 앞세운 CJ제일제당의 국내 만두 시장점유율은 43.1%(이하 닐슨코리아 · 2019년 기준)에 달한다.[※참고 : CJ제일제당 측은 지난해 비비고 만두의 연간 매출액(국내 · 해외)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반면 한때 50%대를 웃돌던 해태제과의 시장점유율은 14.3%로 고꾸라졌다. 시장을 선점했던 고향만두는 왜 ‘왕좌’를 빼앗긴 걸까. 무엇보다 비비고의 프리미엄 전략이 시장에 통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출시한 ‘비비고 왕교자’의 가격을 기존 만두제품 대비 10~20%가량 높게 책정했다. 가격만 올린 건 아니었다. 품질도 업그레이드했다. 고기와 야채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들던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칼로 써는 공정을 도입한 건 대표적 사례다.

원물의 식감과 육즙 등을 살리기 위해서다. 만두의 중량(교자만두 기준)도 기존 13g에서 35g으로 늘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과거 냉동만두는 ‘만들어 먹기 귀찮아서 사먹는 값싼 인스턴트 제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소비자들이 냉동만두에서 느끼는 불만 중 하나였던 ‘씹히는 맛이 덜하다’는 점을 개선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 전략은 적중했다. 출시 1년 만인 2014년 비비고 왕교자의 매출액은 300억원을 넘어섰다. CJ제일제당(25.2% · 이하 2014년 기준)과 해태제과(21.4%)의 만두 시장점유율 순위가 뒤바뀐 것도 그해였다. 

출처뉴시스

여기에 ‘만두=겨울식품’이란 고정관념을 깬 비비고의 마케팅 전략도 해태제과와의 격차를 벌이는 데 한몫했다. 이전까지 만두는 어묵이나 호빵처럼 겨울이 성수기인 품목 중 하나로 꼽혔다.

업계에선 “만두의 연간 매출액 40~50%가 11월에서 2월 사이에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2015년 5월 내놓은 ‘왕맥(왕교자+맥주)’ 마케팅은 그간의 통념을 깬 것이었다.

만두를 봄·여름에도 걸맞은 안주 메뉴로 내세워 계절적 비수기를 타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소비자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만두의 조리법이 간단한 데다 ‘홈술’ ‘혼술’ 트렌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여름(6~8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후 만두는 여름에도 즐기는 ‘사계절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참고 : 겨울철이 속한 1분기와 4분기의 만두 매출액은 전체의 56%가량(닐슨코리아 · 2019년 기준)이다. 만두가 계절 구분 없이 소비하는 품목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출처해태제과

그렇다고 고향만두가 1위 자리를 빼앗긴 게 ‘비비고’의 놀라운 약진 때문만은 아니다. 해태제과 역시 1위를 수성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덴 실패했다.

[※참고 : 해태제과는 잡채호떡·카레 등 해외 음식을 만두에 접목한 ‘세계 속의 고향만두 시리즈(2013년)’, 시중 만두 중 가장 무거운 중량(40g)의 ‘왕교자골드(2016년)’, 토마토와 콘치즈를 넣은 ‘토마토치즈톡톡·콘치즈톡톡만두(2017년)’, 매콤한 낙지를 넣은 ‘불낙교자(2017년)’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무엇보다 토마토나 카레 등 기존 시장에선 볼 수 없던 ‘이색만두’를 주력으로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세계 속의 고향만두 시리즈나 토마토치즈톡톡·콘치즈톡톡 등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단종됐다.

소비자 수요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만두시장의 주력제품은 고기만두·김치만두·새우만두”라면서 “이색만두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는 있지만 점유율을 확대하는 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패원인은 또 있다. 고향만두 관련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소비자에게 ‘고향만두’라는 일관된 제품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예컨대 ‘녹색’과 ‘빨강’이 결합된 고향만두의 기존 패키지를 활용하지 않고, 제품별 각기 다른 패키지를 택한 게 역효과를 냈을 수 있다는 거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두와 같은 식품은 반복구매가 이뤄지는 품목이다. 따라서 맛과 위생 등 품질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고향만두 브랜드인데, 각기 다른 패키지를 택한다면 각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태제과가 고향만두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문제였다. 해태제과는 2005년 코미디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행님아’ 광고 이후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보단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그사이 경쟁사들은 스타 마케팅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왔다.

[※참고 : 동원F&B는 2013년에 이어 2016년 방송인 신동엽(2013년 이영자)을 개성만두 모델로 기용했다. CJ제일제당은 2014년 가수 싸이, 2018년 배우 박서준 등을 비비고 만두 모델로 기용했다.] 

출처뉴시스

이은희 교수는 “시각을 자극하는 광고는 소비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가 추후에 제품을 구매할 때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장수제품이나 스테디셀러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지속적인 마케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컨설팅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국내 최초의 냉동만두로 30년 가까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소비자를 꾸준히 잡을 만큼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나 마케팅은 보여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해태제과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 근거가 바로 비비고에 대항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참고 : 실제로 해태제과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중은 0.5%(2020년 3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CJ제일제당 1.04%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CJ제일제당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역시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태제과의 R&D 투자 비중은 형편없는 수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안주’해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 교수는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설비를 갖추고 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가 좋은 회사였다면 이제는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단순한 제조회사가 아닌 연구개발 회사로 거듭나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왕년의 고향만두가 2위로 밀려난 원인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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