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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한탄 “택배분류기계 비용 누가 내는지 아시나요?”

택배기사의 삶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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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출근, 밤 12시 퇴근. 노동시간은 18~20시간에 육박한다. 제대로 쉬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없다. 올해 들어 사망한 택배 노동자 15명의 사인이 ‘과로’로 추정되는 이유다. 누군가는 “돈 많이 벌려고 고되게 일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먹고살기 위해선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택배기사들의 실제 근로환경은 어떨까. CJ대한통운에서 근무 중인 택배기사 A씨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출처뉴시스

✚ 하루 작업 순서가 어떻게 되나. 

“아침에 물류 터미널에 도착하면 오전 6시쯤 된다. 반품 물류를 확인하는 등 사무실을 오가며 업무 준비를 한다. 7시가 되면 ‘까대기(택배를 배송구역별로 분류하고 차에 싣는 작업)’를 시작한다. 짐을 전부 분류하고 차에 올리고 나면 오후 1시가 넘는다. 그제야 배송을 시작한다. 물량이 많거나 부피가 큰 짐이 몰린 날엔 물건을 다 싣지 못해 도중에 터미널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송을 마치고 바로 퇴근한다.”  


✚ 배송 전 분류 작업은 얼마나 걸리나.

“새벽에 ‘추레라(대형 트레일러)’에서 터미널에 물건을 내리면, 출근한 택배기사들이 이를 배송 지역별로 분류한다. 매일 물량에 따라 다른데, 오후 1~2시쯤 끝날 때가 많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하니 6시간 이상 분류만 하는 셈이다.”


✚ 6시간이면 상당히 긴 시간인데. 배송을 너무 늦게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배송보다 분류하는 작업이 더 힘들다는 건 그래서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문제지만 이 작업이 지연되면 배송까지 늦어진다. 그러다 보면 하루 20시간 근무로 이어지는 거다.”


✚ 택배 자동분류기(휠소터)가 도움이 되지 않나.

“휠소터는 오작동이 잦다. 송장 인식률이 낮아 잘못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다시 사람이 분류해야 하니 되레 일이 늘어난다. 소음도 상당히 크다. 가끔 귀가 먹먹할 정도다.”

✚ 기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휠소터가 들어온 지 5년 정도 됐는데, 가끔 기기에 손을 대고 있으면 ‘찌릿’하고 전기가 통할 때도 있다. 감전 사고가 일어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니 도움은커녕 돈 먹는 기계라는 생각도 든다. 더 아이러니한 건 휠소터 비용을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에서 떼간다는 점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측은 휠소터 비용을 청구하는 건 대리점 쪽이라고 설명했다. 휠소터 도입 이후 본사에서 분류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자 이를 택배기사에게 부과한다는 거다.


✚ 퇴근은 대체 언제하나?

“글쎄,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하는 경우가 많다. 물량이 적으면 저녁 8~9시에 끝난다. 물량이 많아 중간에 터미널에 다시 들르는 날엔 새벽 2~3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일찍 끝나는 날 기준으로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쯤 된다. 저녁 먹고 쉬다가 잠들어 새벽 4시쯤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4시간 정도다. 택배기사 중엔 하루 1시간밖에 못 자는 이들도 있다.”


✚ 쉬는 시간은 있나?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쉬는 시간이다. 이때 쪽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다.”

✚ 하루 배송 물량은 평균 몇개 정도인가.

“구역마다 다르다. 내 경우 하루 300~ 350개 정도다. 많은 편은 아니다. 내 구역은 ‘똥짐(부피가 크고 무거운 짐)’ 비중이 높아서다. 이 정도는 해야 먹고살 만큼 번다.”

출처뉴시스

✚ 건당 수수료는 얼마나 받나.  

“대리점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건당 700~800원이다. 여기서 송장비·의류비·부가세·휠소터비 등 각종 비용을 떼고 나면 손에 남는 건 680원 정도다.”


✚ 수면시간과 쉬는 시간은 부족한데 노동시간은 지나치게 길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웃음).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버텨야 한다. 가을에는 과일·곡식·김장 등 무거운 짐이 많다. 얼마 전엔 짐을 옮기다 아득해서 쓰러질 뻔했다.”


✚ 정말 위험한 것 같다. 올해 명절 때는 물량이 엄청났을 텐데. 어떻게 처리했나?

“이번 추석 때는 추석 기준으로 1주 전부터 추석 이후 2주까지 출근 시간을 1시간씩 당겼다. 하루 평균 배송할 물량이 500개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평소 300개 하던 걸 500개씩 어떻게 하겠나. 당연히 하루 안에 끝내지 못한 물량이 다음날로 밀리고, 그러면 일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 본사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있나?

“복지 얘기를 하려면 회사(CJ대한통운)가 우리를 노동자로 보는지부터 봐야 한다. 알다시피 택배배송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본다.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라 외주 개념이다. 그런데 본사의 말과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터미널마다 기사들과 본사 관계자가 있는 단체 채팅방이 있다. 여기서 본사와의 소통이 이뤄진다. 본사 관계자가 간혹 지시를 하거나 물건 관리를 시킨다. 이게 간섭이 아니면 뭔가. 또 있다. 휴게시간이 정해진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우리가 개인사업자라면 휴식 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분류인력 주고 수수료 줄일까 걱정”


✚ 최근 CJ대한통운이 분류 인력 4000명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근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과연 4000명이 현장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까. 까대기를 새벽에 미리 끝낼 수 있다면 당연히 숨 돌릴 틈이 생길 거다. 택배기사들은 말 그대로 배송만 하면 되니까. 다만 인력 지원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제발 택배기사의 수수료만 깎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수료가 수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택배업체 간 경쟁이 심하니 배송비 단가만 낮추지 않나.”


✚ 배송시장이 부쩍 커지면서 물량도 늘고 속도 전쟁도 심해졌다. 앞으로 더 힘들지 않을까.

“요즘 같은 시대에 배송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을 거다. 최근 회사에서 택배기사가 한달간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의 수를 줄인다는 논의가 나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답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물량이 줄면 그만큼 기사의 수익이 줄어드는데 누가 순순히 받아들이겠나.”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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