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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80년생 워킹맘과 코로나19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힘겨운 과도기”

워킹맘 3명의 일과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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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잘 키우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고 싶은 워킹맘.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회사에선 아이 생각, 집에선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 생각하느라 이도저도 아닌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7월 어느 토요일 오전, 일과 육아를 잠시 내려놓은 80년생 동갑내기 워킹맘 셋의 고충을 들어봤다. 

제 몸집만 한 가방을 들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첫 등원하던 날, 최수진(가명)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내 일 하겠다고 아직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남의 손에 맡겼구나.”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면 불편한 마음은 이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안일 뿐 미안함이 불쑥불쑥 최씨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런 최씨에게 한 육아선배는 이런 말을 전했다.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울 일 많을 거야.” 

KB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워킹맘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0%는 직장생활 중 퇴사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초등학생을 둔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퇴사를 고민했다고 응답했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셈이다. 


김혜진(40)씨는 14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 중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명동까지 하루 약 50㎞를 오간다. 혜진씨는 그곳에서 결혼했고, 아이 둘을 낳았다.

원진아(40)씨는 국공립어린이집 원감園監이다.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느라 놓았던 일을 다시 시작한 지 이제 3년째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아들 또래의 유아반 담임을 맡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다른 기관에 다니는 아이 생각이 절로 난다.

문경자(40)씨는 교육서비스업체 소속 북큐레이터로 5년째 활동 중이다. 우애 좋은 삼남매는 이제 엄마가 늦으면 자기들끼리 밥을 해먹을 정도로 컸다. 이날도 경자씨는 남편과 아이 셋을 집에 두고 평택에서 서울까지 1시간 30분을 달려왔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아이들은 등교도 제대로 못하고 있죠?

혜진씨 : “첫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일주일에 하루 학교에 가요. 금요일마다요. 다섯살 둘째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요.”

경자씨 : “같은 반이라도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홀수반, 짝수반으로 나눠서 등교하더라고요.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5학년, 2학년이다 보니 등교하는 날이 다 달라요. 다른 학교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가 배려를 좀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첫째와 막내는 같은날 학교에 가요.”


진아씨 : “올해 여섯살인 저희 아이는 국공립 어린이집 다니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등원해요.”

✚ 아이들 하교·하원하면 돌봐주는 분이 계신가요? 

경자씨 : “저희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누가 따로 돌봐주진 않아요. 중간에 한번씩 전화해서 체크해주면 학원도 잘 다니고요.”


혜진씨 : “저는 친정엄마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얼마 전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이를 봐주실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땐 남편이랑 자는 아이들 한명씩 안고 친정에 데려다 놓은 뒤 출근하고 그랬어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지난 4월에 친정 근처로 분가했어요. 이젠 제가 출근하면 친정엄마가 집으로 오셔서 아이들 챙겨 학교랑 어린이집에 보내주세요.”


진아씨 : “예전엔 아이 하원해서 오면 제가 퇴근할 때까지 친정엄마께서 봐주셨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아예 등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거죠.”

✚ 휴원 기간이 계속 연장되다가 결국 무기한 연기됐죠. 

진아씨 : “네. 그러면서 양가가 모두 동원됐어요.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상황이 장기화하니까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결국 어린이집에 긴급보육 보내고 있어요. 대신 예전보다 좀 이른 4시쯤 하원하죠. 양가에선 월·수·금, 화·목 이런 식으로 나눠서 돌봐주고 계세요.”

✚ 직장(어린이집)에선 긴급보육 오는 아이들 돌보고, 내 아이는 긴급보육 보내는 상황이네요. 그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

진아씨 : “그렇죠.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지친 몸으로 내 아이를 봐줘야 하니 늘 미안하죠.” 

경자씨 : “양가 부모님들 안 계시면 정말 아이 키우기 힘들어요. 이젠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많아졌는데, 저도 아이들 어릴 땐 양가 도움 많이 받았어요.”


혜진씨 : “결혼해서 다 흩어져 살다가도 복직할 때 되면 친정 근처로 이사 가더라고요.”

✚ 코로나 사태 겪으면서 퇴직하는 워킹맘들도 많더라고요. 

혜진씨 : “회사에 3월 한달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엄마들이 쓸 수 있는 유연제도가 있어요. 출퇴근 시간대별로 5차까지 나뉘어 있고, 한달에 8회 이상 반드시 써야 해요. 제가 육아휴직 중일 때 생긴 제도라 ‘나중에 아이 입학하면 꼭 써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못 썼어요.”

✚ 왜 못 썼어요? 

혜진씨 : “공문이 3월에 뜨거든요. 그런데 올 3월은 코로나가 터지면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안 된 거죠. 게다가 제 상황도 좀 눈치가 보였고요.”

✚ 어떤 상황이요? 

혜진씨 : “맞벌이긴 하지만 저는 친정엄마가 도와주고 계시잖아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니까 주변에서 그런 제 상황들을 다 알거든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는 직원도 있는데 저까지 유연제를 쓰겠다는 말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팀 내에 또래 워킹맘이 없다 보니 이런 마음을 공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경자씨 : “흔히들 누가 옆에서 도와주면 덜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힘든 건 매한가지거든요.” 

혜진씨 : “맞아요. 예전엔 친정에 가면 편했는데, 친정도 불편해지더라고요. 아이들 봐주시니까 점점 친정엄마 눈치를 보게 돼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이 아마 돌봄교실도 제일 먼저 갔을 걸요?”

✚ 왜요? 

혜진씨 : “아이가 둘이다 보니까 친정엄마가 아무래도 버거우시죠. 아이들 걱정돼서 안 보내자니 친정엄마 얼굴 보면 그런 소리가 또 쏙 들어가고….”


경자씨 : “조부모님인들 등하교만 도와주려고 했지 보육을 전담하시게 될 줄 누가 아셨겠어요.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 같아요.”

✚ 워킹맘들은 회사와 집 어디에서도 편하지 않은 거네요. 

경자씨 :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원칙을 하나 세운 게 ‘맨 마지막에 데려오지 말자’거든요. 그런데 그게 일하는 엄마한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회사 눈치 보랴 친정 눈치 보랴 

✚ 일반적인 출퇴근 체제라면 쉽지 않죠. 

경자씨 : “지금은 북큐레이터이지만 원래는 물리치료사였어요. 대학도 물리치료과를 나왔고요.”

혜진씨 : “전문직이잖아요. 그런데 왜 관두셨어요?” 

경자씨 : “제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키기 위해 5시에 퇴근하는 조건으로 한 병원에 취업했어요. 물론 보수는 그만큼 덜 받았고요. 다니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6시에 퇴근하라고 은근히 압박을 주더라고요.” 

✚ 애초에 조건부 취업 아니었나요? 

경자씨 : “네. 맞아요.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그런 것에서 좀 자유롭고 싶어서 이 일을 택했는지도 몰라요. 둘째 아이가 어릴 때 좀 많이 아팠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고요. 그때마다 남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아이가 아프면 그건 오롯이 엄마의 몫이잖아요.”

✚ 회사에 모성보호제도는 잘 마련돼 있나요? 

혜진씨 : “회사에 다니다 보면 여름휴가 말고는 공식적으로 쉴 일이 거의 없잖아요. 첫 아이 낳고 육아휴직을 쓰면서 공식적으로 쉬어본 거 같네요.”

✚ 육아휴직은 얼마나 쓸 수 있어요?

혜진씨 : “제가 다니는 은행은 육아휴직이 2년이에요. 다 쓰고 복직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요. 저는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하면 적응기간에 쓰려고 조금씩 남겨 놓고 복직했어요. 규정이 바뀌어서 결국 못 쓰게 됐지만요.”

✚ 어린이집은 어떤가요? 

진아씨 : “저는 임신하면서 근무하던 유치원을 그만뒀어요. 그땐 그냥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어요. 보육교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육아휴직은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제가 평교사가 아닌 원감이다 보니 책임감 때문에 더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요.”

있어도 못 쓰는 제도 

✚ 보육교사들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나요? 

진아씨 : “제가 결혼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 워킹맘 교사들이 없었어요.”

혜진씨 : “아, 그래서 아이들 다니던 어린이집도 선생님들이 계속 바뀌었나 보네요.” 

진아씨 :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 근무하는 곳은 국공립이라서 그런지 제도가 잘돼 있더라고요. 실제로 육아휴직을 쓰신 분도 계시고요.” 

✚ 재취업은 수월했어요? 

진아씨 : “아뇨, 아이가 있고 공백기가 있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이력서를 냈는데 연락 오는 데가 없었어요. 내가 아이 키우는 동안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구나 싶어서 좌절도 했어요. 다행히 지금 원장님께서 제 경력을 인정해주셔서 재취업을 하긴 했지만요.”

경자씨 : “병원에서 일할 때도 보니까 육아휴직 갔다가 복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그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거 같긴 해요. 실제로 그런 이유로 회사가 감사도 받고 그랬던 거 같아요.” 

✚ 코로나 사태 겪으면서 어떤 게 가장 힘든가요?

혜진씨 : “워킹맘들이 가장 취약한 게 정보거든요. 아이 등·하원할때 만나서 정보도 교류하고, 친목도 쌓고 그러던데 저 같은 경우엔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초등학교 입학하면 학부모 모임 때 슬쩍 가서 다른 엄마들과 교류해볼 생각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런 모임 자체가 아예 없어졌어요.”

경자씨 : “저는 온라인수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어요.” 

✚ 어떤 스트레스요? 

경자씨 : “6학년인 첫째에게 올해 처음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했어요. 그런 쪽으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리해왔죠. 그런데 온라인학습을 하면서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과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거죠.”

✚ 의지와 상관없이 온라인학습이 시작됐죠. 

경자씨 : “온라인학습을 하면 아이들이 하루 종일 무분별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워킹맘들은 옆에서 그걸 일일이 관리할 수 없잖아요. 내가 아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 이유로 처음엔 온라인학습을 반대했어요. 좀 늦어지더라도 등교를 기다리자는 엄마 중 한명이었죠.”

모두가 힘든 시기
 

✚ 지금은 어떤가요? 

경자씨 : “퇴근하면 아이들 유튜브 사용기록부터 체크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아이들과 부딪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이 한동안은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여전히 힘들어요. 아이들도 저도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거 같아요.”

혜진씨 : “아이들 온라인학습이 9시에 시작해요. 그런데 일하는 엄마들은 그 시간까지 출근해야 하잖아요. 주변 엄마들 보면 아이들이 온라인학습에 접속하는 걸 아예 보지 못하고 출근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경자씨 : “일보다 아이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 때문에 간혹 일하는 엄마들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건 제가 선택한 거니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일하는 엄마라고 아이를 덜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일을 하는 건 내 아이에게 조금 더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서거든요.”

혜진씨 :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유치원이나 학교 행사를 다녀 보니 워킹맘을 배제해 놓은 시스템이 많더라고요. 아빠수업은 주말에 하는데, 엄마수업은 주중에 해요. ‘엄마는 일 안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고정시켜놔서 그런 거 아닐까요? 변화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아씨 : “모성보호제도가 있어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눈치 안 보고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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