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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카스 … 뜨거워진 맥주판 ‘전략’에 취하다

테라의 질주에 맞선 오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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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에 밀려 고전하던 국산 맥주시장이 오랜만에 뜨겁다.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맥주시장이 성수기를 맞은 것도 있지만, 시장을 뜨겁게 만든 건 초록병 맥주 ‘테라’다. 2011년 이후 맥주시장 1위를 오비맥주에 내준 하이트진로의 1위 되찾기가 머지않았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것도 테라가 등장한 이후의 일이다. 오비와 하이트진로의 오랜 1위 전쟁, 그 속에 숨은 전략을 들여다보자.

19세기 초, 독일은 낮은 온도에서 보리를 숙성하는 ‘하면발효법’으로 맥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으로 만든 맥주는 깨끗했고, 부드러웠다. 향도 좋았다. 사람들은 이를 ‘라거(lager)’라 불렀다.

독일만큼이나 맥주를 사랑한 체코의 주류업자들은 독일이 부러웠다. 자존심도 상했다. “체코산 맥주의 맛과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오던 체코 아니었는가.


“우리도 라거맥주를 만들자.” 곧바로 개발에 들어간 체코는 1년여 만에 새로운 라거 맥주를 선보였다. 독일 라거맥주가 짙은 갈색이었다면, 체코 라거맥주는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권력과 부의 상징이던 황금색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특히 노동자 계급이 환호했다. 체코맥주는 단숨에 독일맥주를 넘어섰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독일이 차지했지만, 체코는 전략으로 그런 독일을 넘어섰다. 


국내에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수십년째 엎치락뒤치락 수싸움을 하고 있다. 1990년대까진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가 절대강자였다. 오비맥주(당시 동양맥주)가 시장점유율 70%를, 하이트진로(당시 조선맥주)가 나머지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순간 전세가 뒤바뀌었다. 1991년 오비맥주 계열사인 두산전자 구미공장의 페놀원액이 낙동강으로 유입됐고, 담당자들이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단초 역할을 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두산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오비맥주의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틈을 타 오비맥주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마케팅 콘셉트는 ‘물’로 잡았다. “왜 물은 가려 마시면서 맥주는 가려 마시지 않습니까?” “맥주도 물처럼 끓여 마시겠습니까?” 1993년 ‘지하 150m의 100% 천연 암반수로 만든 순수한 맥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온 하이트 역시 수질오염 사건의 오비맥주를 겨냥한 것이었다.


하이트진로의 전략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기 충분했다. 하이트는 날개 돋친 듯 팔렸고, 1996년 8월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서며 급기야 오비맥주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내친김에 회사 이름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이후에도 하이트는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를 알려주는 ‘온도계 맥주’ ‘신호등 맥주’ 등 신선한 콘셉트로 1위 자리를 지켜갔다.  


다시 거론되는 시장점유율 


승승장구하던 하이트진로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건 2000년 후반부터다. 출시하는 신제품들에서 재미를 못 봤다. ‘맥스(2006년)’ ‘에스(2007년)’의 반응이 시원찮았던 데다 젊은층을 겨냥해 야심차게 내놓은 ‘드라이피니시d(2010년)’마저 기대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2012년 15년간 지켜오던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 내주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드라이피니시d’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과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가 주춤하던 사이 오비맥주는 ‘카스(CASS)’를 밀어붙였다. 1994년 출시해 줄곧 ‘남자맥주’라고 광고해오던 콘셉트도 ‘톡! 내가 살아 있는 소리’로 바꿨다. 톡톡 튀는 젊은층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스 라이트’ ‘카스 레드’ ‘카스 레몬’ 등 한 브랜드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 것도 카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그렇게 카스는 2011년 10월, 점유율 50.2%를 기록하며 49.8%의 하이트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이후 오비맥주는 압도적인 점유율 차이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다시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싸움이 거론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테라(TERRA)’의 돌풍이 심상치 않아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퀸즈에일’ 출시 후 6년 만의 신제품이었다. 


테라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하이트진로에 상처로 남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테라는 그런 눈초리들을 말끔히 걷어내고 시장에 안착 중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출시 39일 만에 100만 상자를 팔았다. 1억병을 파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1일이다. 1월 말에 5억병을 돌파했고, 출시 438일 만인 5월말 기준 8억6000만병을 판매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중 출시 초반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무엇이 통했던 걸까. 테라는 과거의 하이트가 그랬듯 ‘천연’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청정지역인 호주 골든트라이앵글의 맥아를 100% 사용한다는 것,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하지 않고 발효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탄산을 100% 담았다는 게 핵심 콘셉트다. 기존 갈색병을 초록색으로 바꾼 것도 천연 콘셉트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 


이제 사람들의 눈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다음 전략에 향해 있다.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지만 오비맥주는 ‘카스’란 브랜드가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인 ‘올드한 이미지’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가 숙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신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도 좋지만 수년간 사랑을 받아온 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스테디셀러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넥스트 테라’를 생각해야 한다. 메가브랜드가 아닌 다브랜드 전략을 사용하는 하이트맥주에 ‘또다른 히트제품’은 반드시 필요해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 이전에 국내 최초로 발포주 ‘필라이트’를 선보였던 건 일종의 테라를 위한 포석이었다”며 “5년 전부터 구상하고, 2년간 개발한 끝에 테라를 시장에 내놓았듯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지금도 끊임없이 후속작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 내외의 알코올이 함유된 맥주, 그 안엔 이처럼 많은 전략이 숨어 있다. 올여름 맥주시장이 흥미로운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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