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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눌러앉자니 떠나자니… 어느 신혼부부의 ‘쓴꿈’

30대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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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도로 이사한 순유입자 수는 13만4666명이었다. 이중 68%가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데다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탈脫서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직주근접’을 포기하고 서울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친’ 서울 집값을 감당할 수도 없다. 30대 신혼부부의 고심이 깊어진 이유다.

출처연합뉴스

서울에서 ‘평균 가격대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9억원은 있어야 한다.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9억원을 넘어선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 매매가격 중 중간에 위치한 가격)이 5개월 연속 유지되고 있어서다.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013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집값에 두손 두발 든 이들이 경기·인천 지역으로 ‘탈脫서울’을 결정하는 이유다. 지난해 경기도 순유입자 수는 13만4666명으로, 이중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사람은 68.3%(9만1954명)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직주근접’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직장과 주거지가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워라밸’이 좌우돼서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성현(35)씨가 ‘탈서울’ 대신 ‘인(in)서울’을 택한 이유다.  

수원에서 직장에 다니는 박씨는 최근 서울 사당역과 이수역 인근에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 예비 아내가 마포구에서 근무하고 있어 서로에게 적당한 위치를 택한 거였다. 이직이 자유롭지 않은 예비 아내와 달리 박씨는 결혼 후 경력을 쌓고 서울권으로 회사를 옮길 생각이다. 

문제는 돈이었다. 박씨는 이수역 인근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곤 한탄했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전용면적 120㎡(약 36평) 규모의 10년 된 아파트 매매가는 12억5000만원에 달했다. 그래서 눈을 낮춰 보기로 했다.

이번엔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59㎡(약 17평) 규모의 아파트를 알아봤다. 지어진 지 20여년 된 낡은 아파트였지만 매매가는 8억~9억원을 호가했다.

박씨는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25개 구 모두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선 9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된다. 그가 봐둔 이수역 9억원대 아파트로 최대 3억6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박씨의 대출 가능 한도는 2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현재 거주하는 수원 오피스텔 보증금 1억2000만원, 예비 아내가 모은 8000 만원과 부모님이 박씨 결혼자금으로 지원해준 1억원이 있었다. 모두 끌어모은대도 매매할 수 있는 아파트 가격은 5억원대였다. 빚내고 부모님 지원을 받아도 서울 중위가격대 아파트를 구입하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출처뉴시스

그렇다면 4억원을 모으면 원하는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까. 박씨(3500만원)와 예비 아내(3000만원)의 연봉은 총 6500만원이다. 실수령액은 연간 5400만원가량으로 월평균 450만원 선이다.

월소득에서 두 사람의 생활비 230만원(2015년 서울 거주 2인가구 평균 생활비 · 서울연구원)을 쓰고 나면 220만원이 남는다. 220만원으로 모두 쏟아부어 4억원을 만들려면 단순 계산으로 15년이 걸린다.

박씨는 심란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이하 6·17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박씨가 염두에 둔 동작구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6월 1일 0.02%, 8일 0.02%, 15일 0.05%, 22일 0.05%를 기록하며 5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22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0.06%를 기록했다. 박씨는 “서울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냐”며 “전세로 살다간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아 매입을 서두르게 된다”고 한탄했다. 

이런 전망을 하는 건 박씨뿐만이 아니다. 부동산114가 6월 24일 발표한 ‘2020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6·17 대책 이전 조사)’ 조사 결과, 일반인(소비자)과 전문가 모두가 하반기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인 응답자의 49.8%, 전문가 응답자의 49.0%가 ‘매매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14.3~20.3%에 그쳤다.

박씨는 5억원 예산에 맞춰 집을 구하기로 했다. 당연히 입지나 규모, 학군 모두를 만족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규제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실제로 서울 주택 가격을 가격순으로 5등분한 ‘5분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KB리브온 · 2020년 5월 기준)’에 따르면 최상위인 5분위 18억4298만원, 4분위 11억440만원, 3분위 8억4458만원, 2분위 6억3025만원, 1분위 3억5090만원이었다. 2년 전(2018년 5월) 3분위 평균 매매가격이 6억1424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출처뉴시스

‘집 구하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그에게 주위에선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추천했다. 특별공급이란 신혼부부 · 장애인 · 국가유공자 · 다자녀가구 등에게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일반청약보다 당첨확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신청 자격은 ▲혼인 기간 7년 이내 ▲무주택 세대 ▲소득 기준 충족 등이다. [※참고 : 소득 기준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3인 가구 이하·2019년 기준 666만원) 이하, 맞벌이의 경우 130%(722만원) 이하다.]  

박씨는 기본 조건엔 부합했다. 하지만 가점을 얼마나 받을지는 미지수였다. 해당 지역 3년 이상 거주, 청약통장 납입 24회 이상, 혼인기간 3년 이하, 자녀 3명 이상 등일 경우 각각 3점 만점(총 13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박씨의 경우 자녀가 없어, 당락이 많이 갈리는 자녀 수에서 가점을 받기 어려웠다. 서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줄고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인서울’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는 “사람들이 왜 탈서울을 하는지 알겠다”면서 “경기도로 나가면 LTV 70%가 적용되는데, 아내의 직장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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