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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사태, 누굴 위한 ‘비정규직 제로화’인가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짊어진 애꿎은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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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ㆍ지자체 계약직으로 들어가 버티는 게 답인가” “열심히 정규직 시험 공부한 사람은 뭐가 되느냐” “아르바이트로 일하러 갔다가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게 말이 되는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쏟아지는 허탈감과 분노다.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는 공사에 무혈입성하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거다.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신神의 직장’의 정직원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맞춰진다. 누군가의 노력을 짓밟은 ‘불공정 아이콘’이란 거친 비난도 흘러나온다.


대부분은 맞는 지적이다. 누군가에겐 부당한 특혜로 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미래 기회를 빼앗겼단 허탈감을 줄 수 있다. 애초에 우리 사회의 난제인 비정규직 이슈를 ‘비정규직 제로’란 선언적인 목표로 해결하긴 힘들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제로화’를 주도한 정부와 공사는 갈등을 진화하는 데 힘을 쏟지 않았고, 그 사이 힘없는 비정규직 직원들만 ‘비난의 십자가’를 짊어졌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명확한 전환 명분을 만들어야 하고, 공사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규직 전환 의사결정에 참여한 노조 역시 비난의 화살에 주눅 든 직원들의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목표 달성에만 몰두하고 있고, 공사는 “합의에 다다른 결과”라면서 발을 빼느라 바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역차별 논란으로 비난을 받는 두명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만났다. 늘 그렇듯 현장의 목소리는 세간에 떠도는 오해와 달랐다.

6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2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는 계획을 내놓자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헌법소원을 고려할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정규직(1400여명)보다 많은 숫자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꿰차는 셈이라서다.


공기업 취업 준비생의 불만도 높다. 치열하게 시험을 준비하는 자신들의 미래 일자리를 가로채 갔다는 이유에서다. ‘정규직 전환 뒤 연봉 5000만원으로 상승’ ‘아르바이트 수준에 불과한 업무’ 등의 소문이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이처럼 입장은 제각각이지만 불만의 요지는 같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불공정하고 형평성에 어긋난 결정”이라는 거다.


거센 비난은 인천공항 비정규직에게 꽂혔다. 비정규직 간 노노勞勞 갈등이 조명되면서다. 보안검색이 아닌 다른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공사에 직접 고용되지 못하고,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자회사에 고용됐다. 처우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사 직고용’에 속하지 못한 비정규직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거다.


여론의 비난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가뜩이나 비정규직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정규직이 된 것도 마뜩잖은데, 자기네들끼리 더 좋은 처우를 받겠다며 볼썽사나운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전국민의 밉상이 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이유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보다 더 좋은 처우를 얻어내기 위한 모략을 꾸미고 있을까.


더스쿠프가 논란의 중심에 선 비정규직 2명을 만나봤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아니다. 정부와 공사, 정직원 노조가 정규직 전환 방법을 논의할 때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가 인천공항을 갈 때마다 그저 묵묵히 일을 하고 있던 평범한 직원들이다. 

■ “우린 알바가 아닙니다” = 장길훈씨(가명ㆍ33)는 8년째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보안검색을 담당하고 있다. 공사가 아닌 용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장씨는 7월 1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후 첫 공식 일정(2017년 5월 12일)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를 선언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일단 장씨는 공사 자회사에 머물다가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청원경찰’이란 명분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으로 바뀐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 플랜은 ‘공사 직고용’ ‘공사 자회사 직고용’으로 나뉘는데, 장씨는 전자에 속한다. 비난의 화살이 쏠린 정규직 전환 보안검색 요원 1902명 중 한명이 바로 그다.


세간에 떠도는 말대로라면 장씨는 연봉이 5000만원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 아르바이트나 할 요량으로 구한 일인데 정규직으로 입사할 기회를 거머쥐었으니, ‘즐거운 비명’을 질러도 모자라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전혀 밝지 않았다. “비정규직 전환 논의가 3년간 이어질 때도 연봉과 처우를 두고 정확히 어떻게 바뀌는지 공지 받은 적은 한 차례도 없었어요. 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있어요.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연봉 5000만원을 수령할 일은 없을 거라는 겁니다. 그런 걸 원한다고 한 적도 당연히 없고요.”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청원경찰로 직고용을 한다고 해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으로 설계ㆍ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정규직과는 별도의 급여체계를 갖추게 될 거란 얘기다.


계약서도 못 봤는데 정규직 전환 


장씨는 말했다. “여론이 우리를 차가운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의 박탈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정규직이 됐다는 말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남의 일자리를 뺏기 위해 탐욕을 부린 적도 없습니다. 정규직이 돼도 획기적으로 처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당연히 없습니다. 대통령이 와서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규직 출신과 우리 사이의 벽은 이름이 바뀐다고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공사 내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특히 장씨는 알바 논란을 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채용할 때 학벌을 중시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알바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죠.”


이들은 항공보안법에 근거해 승객의 짐과 수화물을 검색해 항공 운항에 위협을 주는 물품이나 금지물품반입 등을 검색하는 일을 한다. 직원 한명을 교육하는 데에만 평균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신경 써야 할 체크리스트도, 숙지해야 할 요소도 많다. 허술하게 일하면 자칫 테러와 대형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업무 강도도 세다. 식사시간을 빼면 업무 중 10분도 못 쉴 때가 숱하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 됐을때도 과중한 업무로 퇴사를 결정하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 이른 아침이거나, 너무 늦는 것도 문제다. 그는 이 말을 강조하고는 출근길로 향했다.

“저희 팀원 중엔 처우가 정규직만큼 좋아지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사 직고용이 됐다고 환호하는 사람도 없죠. 저희는 그냥 맡은 일을 할 뿐입니다.”


보안검색요원이 공사에 직고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쏟아진 비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끼리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뒷말도 흘러나왔다. 누구는 공사로 가고, 누구는 공사 자회사로 가는 것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건데, 사실일까.


■ “처우 놓고 노노갈등? 천만에” = 정인욱(가명ㆍ32)씨는 인천국제공항의 5년차 기동타격대원이다. 체육 계열을 전공한 정씨는 국가중요시설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 끌려 기동타격대에 지원했다. 고될 거라 여기긴 했지만, 강도는 예상보다 셌다. 오전조일 땐 오전 8시 15분~오후 6시 15분, 야간조에 속할 땐 오후 6시 15분~다음날 오전 8시 15분까지 일한다. ‘3조 2교대’ 방식이다.

정씨는 두꺼운 업무용 조끼를 몸에 얹고 각종 장비를 찬 채 온종일 공항 1터미널 내부를 걷는다. 공항에서 발생하는 안전 이슈에 대응해야 해서다. 사소하겐 주인 없는 수하물을 처리하는 것부터 대對테러 초동조치, 입출국하는 국가 주요인물의 경호까지 정씨의 임무다.


용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정씨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분 100%를 출자해 만든 인천공항경비주식회사에 소속된다. 언론은 이를 두고 갈등을 부추겼다. 비정규직 내부에서 자격ㆍ처우 등을 놓고 ‘노노勞勞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거다. 사실이라면 한심한 작태다.


하지만 정씨 말은 달랐다. 논란이 됐던 건 ‘처우’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그는 “정부와 공사가 결정한 ‘막무가내’식 정규직 전환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면서 말을 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은 ‘가급’ 국가중요시설입니다. 비정규직 비율이 너무 높은 건 심각한 문제였죠. 정부가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결과적으론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긍정적입니다. 문제는 과정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이란 명목으로 직고용했는데, 이는 전환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방증입니다. 공항 내에서 청원경찰의 업무는 보안검색 요원이 아닌 기동타격대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청원경찰은 청원경찰법에 그 업무가 명시돼있다. 공공기관ㆍ시설 또는 사업장 등의 경비를 위해 배치하는 경찰을 뜻한다. 근무지 내에선 제한적인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불심검문, 보호조치, 위험발생 방지조치, 범죄 예방과 제지, 경찰 장구의 사용, 무기의 사용 등이다.


주목할 점은 이 업무를 보안검색 요원이 아닌 기동타격대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씨는 “업무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보안검색 업무는 안전보다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진 일”이라면서 “실제 전환이 됐을 때 공항 내 안전 관련 업무가 혼선을 빚을까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이렇듯 정규직 전환 이후의 공항 운영에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도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아무런 노력과 대가도 없이 ‘신神의 직장’에 무임승차한 이들로 비친 탓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들이 직접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아우성을 쳤던 게 아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불공정한 차별을 없애달라며 피켓 시위를 벌인 적도 없다. “임기 중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원대한 포부에 그저 휘말렸을 뿐이다. 이 때문에 어쩌다 정규직이 됐고, 애꿎은 십자가를 짊어졌다.


정부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소홀히 여긴 탓인지 “이번 정규직 전환은 취업준비생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공사는 “정규직 전환의 마침표를 찍고 비상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되레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문제인가. 비정규직 이슈엔 부족한 고용안전망, 정규직 채용 기피, 저출산ㆍ고령화 여파, 심각한 청년 취업난 등의 우리 사회의 난제가 온통 얽히고설켜 있었다.


‘비정규직 제로화’란 표어만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예컨대, 보안검색 노동자 1900명이 한꺼번에 공사의 직소속이 되면, 신규 일자리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공공기관은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정원과 보수를 운용해야하는 ‘총액인건비’ 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그 영향이 적든 크든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사를 목표로 공부를 하던 취준생에게는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기동타격대의 막중한 업무


이렇게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들 비정규직 직원의 삶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낮다. 임금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게 분명하고, 직군 사이 이동도 불가능할 것이며, 승진은 원천봉쇄될 공산이 크다. ‘무늬만 정규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둘러싼 환경은 변한 게 없다. 당장 7월 1일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만 두 명의 직원은 “계약서도 구경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규직 전환 내용이 담긴 계약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계약서 안에 어떤 조항이 있든, 우리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비정규직 생활에서 체득한 경험이었다. 둘은 입을 모아 “명찰이 바뀐다고 스스로 ‘정규직 직원’이란 인식을 갖게 될 지는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둘은 여전히 비정규직 직원이고, 7월 1일 이후로도 ‘무늬만 정규직’일 공산이 크다. 도대체 누굴 위한 ‘비정규직 제로화’일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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