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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에 시멘트 줄줄 쓸려갔지만… 국토부 “안전하다”

A건설사 폭우 속 작업과 국토부의 검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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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비가 오는 날에 콘크리트를 타설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입니다. 건물의 강도나 내구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건설사는 이런 상식을 외면한 채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에도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합니다. 공사기간을 줄여야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함에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 건 콘크리트가 벽 속에 묻히는 순간 모든 진실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의 부실공사는 어느 정도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직후 시멘트가 폭우에 줄줄 씻겨내려가는 동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국토교통부에도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해당 건설사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충격영상] 이렇게 작업했는데도…

# 지난해 7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중견건설업체 A사의 동탄2신도시(경기 화성시) B아파트 시공현장. 비가 얼마나 내렸던지 건설노동자들의 종아리까지 빗물이 차올랐네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현장에선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몇몇 노동자가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쓰는 밀대(바닥면을 고르게 펴줄 때 쓰는 T자형 작업도구)를 들고 물이 차오른 바닥을 설렁설렁 다지고 있습니다. 그들 옆엔 ‘콘크리트 분배기(콘크리트 혼합물을 흘려 보내주는 기계)’도 보입니다.

고인 물 위로는 하얀 마블링 같은 게 둥둥 떠내려갑니다. 시멘트가 쓸려 내려가는 모습입니다. 그 와중에 한 노동자는 바닥의 물이 차올라 걷기가 힘든지 앞으로 고꾸라지기도 합니다. 그가 엎어진 바닥면에는 철근들이 삐죽삐죽 솟아나와 있습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입수한 아파트 건설현장 동영상에 담긴 내용입니다. B아파트는 올해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마철 무리한 콘크리트 타설로 시멘트가 쓸려 내려갈 정도였다면 아파트 품질이 우려됩니다. 이 아파트, 괜찮을까요?  

콘크리트와 비의 상관관계

수십년의 현장 경험을 가진 건설업 종사자에게 해당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그는 “하얀 마블링은 시멘트가 흘러내리는 것”이라면서 “본드 역할을 하는 시멘트가 빗물에 휩쓸리면서 골재(모래나 자갈)와 따로 놀고 있으니 부실공사가 우려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콘크리트 타설에서 중요한 건 양생養生입니다. 이는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받거나 얼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콘크리트 타설 후 온도ㆍ하중ㆍ충격ㆍ파손으로부터 보호ㆍ관리하는 겁니다.  

양생이 부실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는 “신축 아파트 중에는 벽 등에 생긴 틈으로 빗물이 들어와 누수가 발생하는 곳이 종종 있다”면서 “콘크리트 타설 후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더스쿠프 포토

건설 현장은 일반적으로 비가 오면 멈춥니다. 이유는 안전사고와 품질 두가지 때문입니다. 특히 비는 건축물의 안전성 등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콘크리트를 타설(구조물의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건물의 형태를 만드는 일)할 땐 빗물이 들어가선 안 됩니다. 콘크리트는 모래나 자갈 같은 골재에다 접착제인 시멘트, 그리고 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서 만드는데, 빗물이 섞이면 배합 비율이 달라져 강도나 내구성이 약해집니다.

이 때문인지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콘크리트 표준시방서示方書(설계ㆍ제조ㆍ시공 등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을 문서로 적어서 규정한 것)’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타설 전 현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타설한 콘크리트가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합동조사 했지만 조치는 없어

최창식 한양대(건축공학) 교수는 “콘크리트는 물에 매우 민감하다”면서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섞으면 콘크리트의 강도나 내구성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슬비 같은 건 몰라도 비가 많이 올 때는 거적 같은 걸로 공사현장을 덮어뒀다가 비가 그친 다음 시공을 해야 한다. 비가 올 게 예상된다면 미리 비를 막을 채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콘크리트에 비가 섞인다면 건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건설업계 안전시공 책임자도 “비가 올 때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건축물의 품질에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상당수 건설사들은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장마철에 ‘타설’을 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를 적발하는 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건물이 완공되면 어느 구간이 부실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안전 점검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혹여 문제가 되더라도 건설사나 작업자들이 ‘비 오는 날 작업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그만입니다. 이런 점에서 더스쿠프가 입수한 동영상 자료는 의미가 큽니다.

장마철에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가 시멘트가 빗물에 줄줄 빠져 나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해당 동영상은 지난해 10월께 익명의 제보를 통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됐습니다. 김 장관이 주재한 국토부 내부회의에서 이 영상이 공개됐고, 김 장관은 당장 해당 지역 공사현장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조치는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같은해 11월 26일 국토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하 지방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건설관리공사, C품질기술시험원 등이 합동조사에 나섰습니다. [※참고 : 조사를 주도한 곳은 지방청이었고, 국토부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익명의 제보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영상이 찍힌 현장 외에 2곳을 더 조사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대대적인 합동조사가 진행됐지만, 해당 시공사에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방청 건설안전과장은 “해당 현장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 후 소나기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콘크리트 타설 면에 비닐을 덮고, 빗물을 밀어내는 등의 대책을 강구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콘크리트 슬라브(천장ㆍ바닥면ㆍ벽체)에 ‘콘크리트 비파괴 강도 시험’을 11회 시행했다”면서 “시험 결과 기준치를 만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준치에 부합하는 시험결과가 나왔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괜찮은 걸까요. 답을 하나씩 찾아가 보겠습니다.
우선 지방청 건설안전과장의 설명대로 A건설사가 콘크리트 타설 면에 비닐을 덮고, 빗물을 (밀대로) 밀어내는 등의 대책을 강구한 게 적당한 조치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동자들이 빗물을 밀어내기 위해 노력했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밀대로 빗물을 떠민다고 물리 밀리지도 않습니다. 빗물을 쓸어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양동이에 담는 게 맞습니다.  

콘크리트를 타설한 바닥면에 비닐을 덮는 게 ‘우천 시 대책’인 것도 아닙니다. 콘크리트 양생을 위한 일반적인 절차일 뿐입니다. 동영상에 담긴 A건설사의 시공 시점은 2019년 7월 중순이었습니다. 당시 날씨 정보를 보면 사흘이 멀다 하고 비가 내렸습니다. 장마철이었다는 겁니다.

더구나 타설 공사를 하기 전날과 당일의 일기예보도 “전국에 소나기가 예상된다”였습니다. 건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시기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사 일정에 따라 타설이 불가피했다면 타설 후 바닥면이 비에 젖지 않도록 천막을 둘러치거나 덮개를 준비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서 언급했던 표준시방서의 규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시공현장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비가 올 것이 분명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타설을 진행한 겁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시멘트가 빗물에 휩쓸려 내려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익명을 원한 3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건설 설계ㆍ감리 전문가는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그는 해당 영상을 꼼꼼하게 봤습니다.

“30여년 전에도 제대로 시공을 하는 건설사들은 우천 시를 대비해 천막을 쳤고, 겨울철엔 심지어 난방기를 동원했다. 양생을 위해 깔아놓은 비닐이 우천 시를 대비한 것이라는 국토부의 설명은 건설 현장에 무지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국토부 합동조사의 핵심은 현장 노동자들이 빗물을 빼려 노력했냐 아니냐, 덮개를 쳤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귀결되면 안 됩니다.

시멘트가 빗물에 내려갔으니 제대로 강도 측정을 해서 안전한 아파트로 지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게 핵심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확인이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동영상까지 입수한 국토부로선 문제의 콘크리트 타설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을 대동해 ▲부실하게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진 바닥면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 강도를 측정하고 ▲혹여 강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규정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시공사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토부와 지방청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 대동했나 = 지방청에 따르면 합동조사에서 ‘비파괴 검사’를 담당한 곳은 C품질기술시험원(이하 시험원)이라는 품질검사 민간용역업체였습니다. 흔히 시공사가 건축물을 지으면 돈을 주고 품질검사를 외부에 의뢰하는데, 시험원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업체입니다. 민간기업이라고 공신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가 이런 시스템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시험원이 A건설사의 또다른 아파트 건설현장 품질검사 성적서를 발급해준 곳이라는 점입니다(2019년 6월). A사가 시험원의 고객사였다는 건데,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으니 배제하는 게 바람직했습니다. 시험원을 배제한다고 검사할 기관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공적인 검사기관도 수두룩합니다.

그럼에도 지방청은 굳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시험원에 검사를 맡겼습니다. 지방청은 “해당 업체는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답변만 거듭할 뿐 다른 해명을 하진 않았습니다. 

■‘비파괴 검사’만으로 괜찮나 = 콘크리트 품질 검사에는 비파괴 검사와 파괴 검사 두가지가 있습니다. 비파괴 검사란 건축물 표면을 특정한 해머로 두드려 검사하는 겁니다. 반면 파괴 검사는 해당 현장에 약간의 구멍을 뚫어 시료(코어)를 채취해서 강도를 측정하는 겁니다.

우선 지방청은 해당 현장에서 ‘비파괴 검사’만 진행했습니다. 지방청은 “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비파괴 검사를 실시한 후 불합격일 경우 코어를 채취하도록 돼 있다”면서 “비파괴 검사에서 강도를 만족했기 때문에 파괴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타설 전 현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타설한 콘크리트가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의 표준시방서를 어긴 시공사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방청이 표준시방서를 근거로 비파괴 검사만 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더 큰 문제는 비파괴 검사에 맹점이 많다는 겁니다. 

그 맹점을 설명하고 있는 곳은 공교롭게도 국토부의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세부지침해설서’입니다. “비파괴 검사는 콘크리트 표면에 국한하고 있어 내부 강도를 추정할 수 없다. 따라서 비파괴 검사를 유일한 지표로 사용하기엔 문제가 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건 현장 콘크리트의 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다.” 

원래는 파괴 검사가 기본이고, 비파괴 검사는 파괴 검사를 했을 때의 값을 추정하기 위한 편의상의 절차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지방청의 설명대로 검사가 ‘비파괴 검사→불합격→파괴 검사’ 순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비파괴 검사는 적당히 수치가 나올 만한 지점만을 골라 검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방청은 문제가 된 층의 ‘바닥면’을 검사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지방청은 “‘바닥면’도 검사했다”고 답했다가 바닥면을 검사한 근거를 달라고 하자, “바닥이 타일 시공 등으로 마무리돼 있어서 해당 층의 바닥면과 맞닿은 아래층의 천장을 측정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A건설사 역시 지방청과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바닥면 비파괴검사는 파괴검사와 비슷하게 내장된 배선이나 배관 등을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바닥면과 맞닿은 천장면을 검사한 것이다. 또한 바닥면과 천장면은 맞닿아 있어서 천장면을 검사하더라도 시멘트가 유실된 바닥면을 검사한 것과 동일한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국토부가 조사를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

문제의 지점을 검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과연 제대로 검사가 됐을까요?

■ 누구를 위한 합동조사였나 = 검사가 정확했는지 의심할 만한 정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보영상을 확인한 지방청은 “타설 직후 소나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청은 이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레미콘(콘크리트 운반차량)이 공장에서 언제 출발했고, 현장에는 언제 도착했으며, 언제 현장을 빠져나갔는지를 써놓은 ‘송장기록’을 보면 됩니다. 하지만 지방청은 이렇게 단순한 ‘송장기록’마저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A건설사가 “타설 직후”라고 주장하니까 확인해 보지도 않은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콘크리트 타설 후 소나기가 와서 비닐 등을 덮어 대처했다” “(콘크리트 타설 밀대를 든) 현장 노동자들이 빗물을 빼내려 하고 있는 거다” “검사를 했지만 기준치를 충족해 문제될 게 없다”는 등의 지방청 주장은 A건설사의 입장과 똑같습니다. 

[※ 참고: A건설사와 국토부(지방청)의 래미콘 송장 기록 관련 주장은 엇갈립니다. A건설사 측은 “지방청에 송장 기록을 제출했다”면서 “해당 기록을 찾지 못해 (더스쿠프 측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토부(지방청)이 왜 송장기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파괴 검사만 통과하면 되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험성적서의 합격 여부를 떠나 시공사인 A사가 콘크리트 표준시방서의 타설 기준을 어긴 것으로 보이는 행위가 버젓이 동영상으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시멘트가 흘러가는 것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토부와 지방청은 A사에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습니다. 

건설 설계ㆍ감리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해당 현장은 콘크리트에 물을 왕창 쏟아부은 거나 다름없고, 시멘트가 줄줄 새나갔다. 이렇게 공사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익명 제보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도 알고 강도를 측정하는 거라면 당연히 파괴 검사를 하는 게 옳다. 입주가 마무리된 건물도 아니지 않나. 만약 국토부가 비파괴 검사만으로 기준치를 충족했으니 괜찮다고 주장한다면 A건설사에 상을 줘야 한다. 비 때문에 시멘트가 쓸려 내려가도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한 거나 다름없어서다. 그렇다면 콘크리트 표준시방서도 바꿔야 한다. ‘홍수가 나는 상황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해도 비파괴 검사만 통과하면 괜찮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A건설사 측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A건설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래미콘 송장 기록과 당시의 현장 검증 사진 등을 토대로 보면 콘크리트 타설 직후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리면서 현장이 물에 잠겼다. 따라서 시멘트 유실은 콘크리트 표준시방서를 어긴 건 맞지만,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스쿠프 취재진은 지방청에 “입주민 안전을 위해 콘크리트 강도 조사를 다시 해볼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지방청은 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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