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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카타르발 LNG 낭보와 2004년 반토막의 기억

LNG 운반선 100척 수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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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로부터 낭보가 날아왔다. 국내 조선업계가 카타르 국영석유회사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00척을 수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역대급 수주 규모에 여기저기서 축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르다. 카타르와의 계약은 아직 가계약일 뿐이라서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4년에도 카타르발 낭보에 ‘웃다 운’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도 카타르는 90척을 약속했지만 실제론 53척을 계약하는 데 그쳤다.

출처뉴시스

2004년 국내 조선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90척의 건조를 국내 조선사들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LNG 운반선은 손꼽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이었다. 90척이 적은 양인 것도 아니었다. 직전 연도인 2003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16척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이 카타르로부터 수주한 LNG 운반선은 90척에 못 미쳤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카타르 가스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4년에 LNG 운반선 45척을 수주했고, 그로부터 3년여 뒤인 2007년 8척의 건조 계약을 추가로 따내는 데 그쳤다. 당초 90척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맺은 계약은 53척에 그친 셈이다.


수주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초 카타르 국영석유회사가 약속한 ‘LNG 운반선 90척’은 정식계약의 결과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식 계약에 앞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척의 배가 필요할 것 같으니 도크(배를 짓는 작업장) 스케줄을 확보해달라”는 식의 가계약에 가까웠다.


더 쉽게 말하면,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된 90척은 예약물량이었던 거다. [※참고 : 업계에선 이를 슬롯(도크) 계약이라고 한다. 발주처로선 많은 도크를 확보하기 위해 예상 발주량을 최대치로 말해야 리스크가 적다. 그렇다보니 정식 계약에선 발주량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게 당연하다.]

그로부터 16년여 후, 국내 조선업계에 낭보가 울려퍼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 2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100여척 규모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는 소식이었다.


100척을 한번에 수주한 건 전례없는 규모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코로나19 여파로 발주가 뚝 끊긴 상황에서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식계약은 아니다. 아직 가계약에 불과하다. 예약 물량인 100척의 LNG 운반선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얼마나 수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다만, QP가 실제 발주할 물량이 얼마나 될지를 추정할 순 있다. 카타르 에너지담당 국무장관이자 QP 최고경영자(CEO)인 사드 셰리다 알 카비의 말을 통해서다. 그는 지난 4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60~80척의 LNG 운반선을 건조할 계획”이라면서 “최대 120척 규모의 슬롯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고 말했다.


알 카비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QP가 발주할 물량은 최소 60척에서 최대 120척이다. 하지만 QP는 우리나라와 계약하기에 앞서 중국 후동중화조선沪东中华造船과 LNG 운반선 16척 규모의 슬롯 계약을 맺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조선사들에 할당되는 물량은 40~100척일 가능성이 높다. QP가 국내 조선사들과 100척 규모의 슬롯 계약을 맺은 이유다.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2004년의 전례를 봤을 때 100척을 전부 발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QP의 발주량이 40~60척에 그칠 경우 국내 조선3사가 수주할 수 있는 양은 조선사당 13~20척 남짓이다. 

조선사별 실적으로 따졌을 때 후동중화조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주량이다. 그렇게 되면 “LNG 운반선 100척을 수주해 한국 조선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가 유명무실해질 공산도 크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발 자료 말고 카타르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보면 ‘LNG 운반선 생산능력의 몇 퍼센트를 확보했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추후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이 밀려서 발주를 하지 못하게 될 불상사를 만들고 싶지 않아 미리 확보한 거라는 뜻인데, 과거 사례를 보면 선점한 물량의 100%가 모두 발주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국내 조선3사가 당초 슬롯 계약대로 LNG 운반선 100척을 모두 수주할 가능성이 제로인 건 아니다. 하지만 100% 수주하더라도 조선사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거나 업황이 살아나는 등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QP가 LNG 운반선을 확보하려는 건 2027년까지의 장기플랜이다. 국내 조선사가 당장 수주를 받아도 카타르에 배를 인도하는 첫 시점은 이르면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다. 

100척의 LNG 운반선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5~6년간 쪼개져 실적으로 잡힐 거란 얘기다. 이를 감안해 국내 조선사들이 얻을 수 있는 기대 실적을 단순 계산으로 따져보면 연간 16~20척이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 수주한 LNG 운반선은 총 48척이다. 국내 조선3사가 연간 건조할 수 있는 LNG 운반선도 60척가량이다. 


뒤집어 말하면 QP가 슬롯 계약을 100% 이행한다고 해도 국내 조선사들이 채워야 할 일감의 절반도 안 된다는 얘기다. QP의 LNG 운반선 발주에 지나친 기대를 걸 필요가 없는 이유다.


최진명 애널리스트는 “좋게 말하면 LNG 운반선 물량의 절반을 확보한 것이지만 안 좋게 말하면 그 나머지는 영업을 통해 채워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앞으로 일감이 넘쳐나는 시기가 오긴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영업환경이 안 좋아져도 일정량의 일감은 확보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발 LNG 운반선에만 큰 기대를 걸어선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국내 대형 조선사 1곳이 연간 건조하는 배는 40~50척이다. 그중 LNG 운반선은 20척가량이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LNG 운반선 외 선종에서 수주를 못하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해가 그렇다. 세계 선박 발주량이 뚝 끊기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적 발주량은 382만 CGT로, 전년 동기 대비 61.6% 감소했다. 


당연히 조선사들의 수주 목표치에도 차질이 생겼다. 올해가 벌써 절반이 지나갔지만 조선3사 가운데 수주 목표 달성률 10%를 넘긴 곳은 한 곳도 없다.


중국에 시장점유율 60.7%를 빼앗기며 1위 자리도 내줬다. 카타르로부터 날아온 낭보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QP와의 계약이 국내 조선 부활의 마중물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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