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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상표값 119억원, 빈껍데기 아시아나항공 ‘탈탈’

금호 오너의 문제적 상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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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에 연간 120억원을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호의 심벌인 날개 마크를 쓰는 대가다. 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직원 절반이 쉬고 있을 만큼 회사 사정이 나쁜 가운데 맺은 계약이기 때문이다. 매각을 앞두고 한 푼이라도 더 얻어내겠다는 심산인데, 결과가 좋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박삼구 전 회장은 상표권과 얽힌 논란으로 이득을 챙겨본 적이 없다. 

4월 22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선 흥미로운 안건이 의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상표권 사용 수의계약 연장’이다. 그룹 상표권의 주인인 금호산업에 연결매출액의 0.2%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계약금액은 119억4600만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월 단위로 금호산업에 지급한다.


이 돈을 지출한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라는 상표와 ‘윙 마크’를 사용한다. 윙 마크는 빨간색의 날개 형상으로 항공기ㆍ고속버스 등 금호그룹 서비스에 노출돼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금호그룹이 2006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롭게 제정한 금호그룹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부터 상표권 주인인 금호산업과 계약을 맺고 매년 이를 갱신해왔다.


상표권 주인에게 수수료를 주는 건 현행 세법과 상표법상 정당한 경제 행위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은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9 37억원, 영업이익 -29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2분기에는 더 큰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전염병이 전 세계로 번진 건 3월부터다. 이를 언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모든 임원의 임금 반납을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시점까지 무기한 연장했고, 일반직에 한해 시행하던 무급휴직을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일부 현장직 직원은 2개월 단위의 유급휴직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상표권 계약으로 빠져나간 현금은 금호그룹 오너 일가에게 흘러 들어간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고속인데,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자(72.3%)다. 아시아나항공이 낸 수수료가 최종적으로 박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회사 안팎에서 “직원 무급휴직 보내 아낀 돈으로 오너 일가 배를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무재표에만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차질을 빚고 있는 매각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인수예정자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당초 4월 30일이던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인수일을 ‘당사자가 합의한 날’로 바꿨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표면에 내세운 이유는 ‘선행조건 충족이 완료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2조원 이상 증자하면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9.5%였다.


코로나로 경영난 겪고 있는데… 


하지만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6297.8%로, 정 회장이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보다 10배가량 높아졌다. 인수계약을 그대로 진행하면 HDC현산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금호그룹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허리띠를 졸라매 기업 가치를 높이고, 실적 개선의 밑바탕을 다져야 할 회사가 엉뚱한 곳에 지출을 하고 있으니 HDC현산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라면서 “금호산업의 상표권이 영업에 필수 불가결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매각이 지연되면서 상표권 계약을 연장했다”고 해명했지만, 상표권 문제는 충분히 조율이 가능한 이슈다. 무엇보다 금호그룹에 급한 건 매각대금이다. 당장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보태야 하기 때문이다.


마땅한 인수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매각이 무산되면 그 파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윙 마크를 떼거나 수수료를 낮추는 등 대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선택이었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상표권 수수료 수취가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박 전 회장은 ‘금호’라는 상표와 그룹의 상징인 ‘윙 마크’의 사용권을 둘러싸고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과 소송을 벌여 손실을 봤다.

발단은 이렇다. 두 회사는 2007년 ‘금호’라는 상표와 그룹의 상징인 ‘윙 마크’의 사용권을 두고 함께 상표권을 등록했다. 그럼에도 금호석화는 2009년 10월까지 상표권 수수료를 금호산업에 지불했다. ‘그룹 관리에 따른 수고료’ 차원이었다.


하지만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서 금호석화가 수수료 지급을 멈췄다. 금호산업은 “상표권의 실제 권리는 금호산업에 있다”면서 수수료 지급을 요청했고, 금호석화가 “소유권을 공동으로 갖고 있어 지급 근거가 없다”며 맞섰다. 법적 쟁점은 상표권의 진짜 권리자가 누구인지에 집중됐다. 1심ㆍ2심 재판부는 모두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된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양쪽에 수수료를 나눠 내고 있다. 지급 계약을 금호산업과만 체결했지만, ‘상표권은 양쪽 공동소유’라는 재판부의 판결 때문에 금호석화에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박삼구 전 회장과 상표권의 악연 


2017년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벌어졌을 때도 박 전 회장은 ‘상표권’ 카드를 꺼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더블스타가 선정됐을 당시 박 전 회장은 상표권을 매개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용권 허락을 확정하지 않고, 채권단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안도 거부했다.

시간 끌기를 통해 매각을 불발시키려는 박 전 회장의 태도에 당시 산업은행은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매각 무산 시 금호그룹에 대한 지원 중단 및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인수ㆍ합병(M&A)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진지하게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박 전 회장이 훼방을 놓으면서 산업은행의 심기를 거슬렀다”면서 “산업은행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한정 사태 때 박 전 회장은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더 나아가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소회를 밝혔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상표권 수수료를 챙겨가는 지금도 저 말이 진심일지는 알 수 없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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