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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벼랑에 몰렸는데 … 64억원 챙긴 ‘금호 회장님’

박삼구와 업계 최대 지급률의 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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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사선死線에 서 있다.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지난해 두차례 희망퇴직 압박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4월부터는 모든 직원이 무급 휴직을 써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그룹 오너이자 전직 회장은 64억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아 챙겼다. 그것도 업계 최대 지급률로 계산된 퇴직금이 포함됐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그는 이렇게 많은 퇴직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오늘 저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관련,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지난해 3월 28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퇴했다. 그룹 오너가 물러설 만큼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사주 책임론이 불거진 게 결정타였다.


어쨌거나 직을 내건 오너의 결단은 채권단을 움직였고, 아시아나항공(매각 결정)의 정상화 지원 계획이 가동됐다. 박 전 회장의 특단의 결정은 ‘용퇴勇退’라는 말로 아름답게 묘사됐다.


그로부터 1년 뒤인 3월 30일, 그룹 내 상장사들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아름답게 희생하면서 물러섰던 박 전 회장의 ‘퇴직금’이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IDT 두곳에서 퇴직금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전 회장에게 32억7100만원(퇴직금 20억7900만원+기타 근로소득 11억92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급여(1억6800만원)까지 더하면 박 전 회장이 이 회사에서 챙긴 돈은 총 34억3900만원이었다.


그룹 IT 담당 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에서는 총 21억2900만원을 받았다. 퇴직금 18억3100만원(퇴직금 10억7800만원+기타 근로소득 7억5300만원)에 급여ㆍ상여(2억9800만원)가 더해졌다. 

퇴직금 명목은 아니지만, 지주사인 금호산업으로부턴 급여 9억1600만원도 받았다. 지난해 박 전 회장이 세 상장사로부터 받은 돈은 64억8400만원에 이른다.


아시아나IDT의 지난해 영업이익 113억원의 57%에 달하는 액수다. 금호고속 등 비상장회사로부터 받은 보수를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공산이 크다. 아직 지급이 안 된 금호산업의 퇴직금까지 더하면 이 총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박 전 회장이 이처럼 많은 퇴직금을 챙길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월평균 보수 자체가 높고(아시아나항공 6500만원ㆍ아시아나IDT 4200만원), 재직기간(아시아나항공 8.4년ㆍ아시아나IDT 7.3년)도 길었기 때문이다.


퇴직금은 월평균 보수에 재직한 기간(년)을 곱해서 계산된다. 1년을 일하면 1개월치 월급이 적립되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따지면 박 전 회장의 퇴직금은 각각 5억4600만원(아시아나항공), 3억600만원(아시아나IDT)에 불과하다.


이때 박 전 회장과 같은 임원은 특별한 계산이 더해진다. 퇴직 시 직급에 따른 배수를 곱하는 ‘직급별 지급률’이다. 이에 따라 전체 퇴직금의 규모가 배로 늘어난다. 박 전 회장 퇴직금의 경우, 역산을 해보면 지급률은 ‘6배’였다. 1년 일할 때마다 6개월치의 보수가 퇴직금으로 쌓여왔다는 얘기다.


지급률 6배 업계 ‘최대’ 


이는 대기업 CEO라고 다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자. 47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26개 회사가 퇴직금의 최대 지급률을 3~4배로 설정해두고 있었다. 일반 임직원과 같은 1배수로 설정한 기업도 8개나 됐다.

금호그룹이 설정한 6배수는 업계 최고에 해당하는 배율이었다. 이를 설정한 대기업집단도 금호그룹과 한진그룹, 둘뿐이었다. 지급률은 대체로 기업 내부 ‘임원퇴직금지급 규정’에 따라 책정된다. 이를 결정하는 건 이사회, 이를테면 경영진의 판단이다.

문제는 박 전 회장에게 ‘업계 최대 지급률’을 곱해 퇴직금을 지급한 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느냐다. 익명을 원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박 전 회장의 자격이 충분하고, 그룹 경영에 여유가 있다면야 법적 테두리 안에서 퇴직금을 받는 게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부른 CEO인 데다 금호그룹은 재무적 여력이 충분하지도 않다. 2013년 11월 워크아웃에 빠진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복귀할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연봉 1원만 받고 그룹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금호그룹의 현주소는 어떨까. 그룹 정상화의 최우선 과제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절차는 뒤로 밀렸다. 인수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최근 1조46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표면상의 연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된 것이었지만, 속내는 다르다. 인수가 결정될 당시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훨씬 악화했다는 게 HDC현산을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많다. HDC현산은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7824억원(8일 기준)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시총보다 3배 이상의 값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아예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인수 불발설 도는 M&A 시장


인수ㆍ합병(M&A) 업계의 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실적 자체를 내기 어려운 가운데 차입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불발되면 금호그룹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3200억원 규모의 구주가격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건설ㆍ고속ㆍ레저 등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고액 퇴직금’을 챙기는 경영진이 직원에게 닥치는 화를 막아주는 것도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 운항 대부분이 중단된 4월부터는 운영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임원 급여 반납’ ‘전직원 무급 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30억원이 훌쩍 넘는 박 전 회장의 퇴직금을 둘러싸고 ‘합리적이냐’는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회사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는 달콤한 과실만 빼낸 셈이다.


언급했듯 박삼구 전 회장은 과거 ‘연봉 1원 복귀’로 찬사를 받던 CEO였다. 그룹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자기 것’도 내려놓던 경영자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걸까. 아니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연봉 1원을 계속 유지하지 않았다. 


박삼구 전 회장은 법적으로 급여내역이 공개되는 ‘5억원 이상 연봉 수령자 리스트’에 2017년 이름을 올렸다.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으로부터 연봉 6억7200만원을 받았다. 당시 금호산업 경영진 중 연봉 5억원을 넘었던 건 박삼구 전 회장이 유일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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