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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이자놀이, 서민금융 저축은행의 배신

저축은행 고금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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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시장에서 저축은행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로 씌워진 ‘부실’ 이미지가 짙어서다. 이런 저축은행이 변화를 꾀했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중금리 대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20%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는 고금리 대출 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연의 임무는 뒤로한 채 이자놀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뉴시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엔 ‘부실’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전체 저축은행의 3분의 1가량이 부실저축은행으로 지정된 탓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훌쩍 흐른 지금, 저축은행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5년 35조6000억원을 기록했던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62조6000억원으로 75.8% 증가했다. 총자산은 같은 기간 30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2017년 이후부턴 1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제로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이 증가했다”며 “비대면 거래를 강화하고 중금리 대출을 확대한 것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고금리 논란이 끊이질 않아서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저축은행의 신용대출금리가 하락세를 그린 건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 실패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대출(신규취급 기준) 평균 금리는 18.0%를 기록했다. 2017년 22.6%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018년의 19.3 %와 비교해도 1.3%포인트 낮아졌다.


이유는 대략 두가지다. 2018년 2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0%로 3.9%포인트 인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한 것도 유효했다. 


저축은행이 총량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2018년 말 45.2%였던 신규 취급액 고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26.9%로 떨어진 것도 중금리 대출의 영향이다.


하지만 잔액기준 비중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기준 고금리 대출 비중은 42.5%에 이른다. 신용대출 잔액의 절반가량이 금리 20% 이상의 대출이라는 얘기다.

출처뉴시스

특히 당기순이익이 많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저축은행이 되레 고금리 대출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15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저축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SBI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잔액 비중은 46.6%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2위(814억원) 웰컴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비중은 54.4%였다. 이밖에도 OK저축은행(당기순이익 747억원), 모아저축은행(당기순이익 357억원), 유진저축은행(당기순이익 319억원)의 고금리 대출 비중도 각각 68.5%, 49.4%, 44.6%에 달했다.

저축은행 위상 달라졌지만 … 


저축은행 측은 영업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저축은행은 고객의 수신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대비 저축은행 상품의 금리가 높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의 연체·부실 가능성과 대손충당금까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평균금리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적금 평균금리는 2018년 2.80%에서 지난해 2.5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도 2.62%에서 2.10%로 떨어졌다.


‘중·저신용자의 연체·부실 우려 탓에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따져봐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4.3%로 전년 동기(6.5%) 대비 2.3%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5.2%에서 5.1%로 소폭 낮아졌다. 어쩔 수 없다는 저축은행의 주장에 ‘모순’이 있는 셈이다.  


이런 실태는 2018년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감원은 2018년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6.8%로 국내은행의 1.7% 대비 4배나 높다고 밝혔다. 대손충당금을 차감한 NIM도 4.0%에 달했다. 금감원이 “차주借主의 신용등급과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고금리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자 저축은행 측은 “판매관리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숱하다. 저축은행의 대출경로별 금리를 살펴보자. 판관비가 금리를 높이는 요인이라면 모집인·은행창구 등 대면채널의 금리가 높고 인터넷·모바일을 비롯한 비대면 채널 금리는 낮아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모바일, 전화통화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신용대출 금리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대부업체 닮은 저축은행 대출금리  


더스쿠프(The SCOOP)가 4가지 대출경로를 모두 사용하는 8개 저축은행의 평균금리를 계산해본 결과, 인터넷·모바일의 평균금리는 17.7%로 은행창구(17.3%)보다 되레 높았다.


인터넷·모바일의 대출금리가 판관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모집인(금융회사와 대출모집업무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을 중개하는 대출상담사)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도 4곳에 달했다. 판관비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이 갈 수 있는 곳은 저축은행밖에 없다”며 “문제는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2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은 대부업체와 달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그럼에도 대출금리가 대부업체 못지않게 높은 것은 저축은행의 임무인 서민금융 활성화와는 맞지 않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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