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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WTO 제소, 일본은 왜 한국 조선 발목 잡나

국내 조선업 견제하는 일본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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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했다. 조선업(대우조선해양)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공적자금이 들어갔다는 이유에서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2018년에도 일본은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제소한 이유는 뭘까. 일부 주장처럼 정치적 셈법일 수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저지하려는 속내일 수도 있다. 더스쿠프가 일본의 WTO 제소에 담긴 의미를 살펴봤다.

출처연합뉴스

국내 조선업에 때아닌 이슈가 터졌다. 일본이 우리나라 조선업의 구조조정 방침을 문제 삼았다. 


지난 1월 31일 일본은 “한국 정부가 조선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취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협정을 위반했고, 그로 인해 일본 조선업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WTO에 분쟁해결절차상의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정부가 국내 조선사들에 부적절한 지원금을 지급해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는 얘기다.   


일본이 우리나라 조선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걸고넘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1월에도 일본은 우리나라 정부의 조선업 지원과 관련해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제소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자생존이 어려운 조선소를 지원해 저가수주를 조장했고, 일본 조선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일본은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무역보험공사가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자금을 지원한 것 ▲국내 해운사의 선박 발주를 도운 것 ▲조선사가 수주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보증해준 것 등이 WTO 협정의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협의 과정에서 발을 뺐다. WTO 분쟁해결 절차는 제소국과 피소국이 먼저 만나 양자협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소송 절차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2018년 12월 양자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일본은 “협의 결과를 검토해 향후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2020년 1월 진행된 일본의 두번째 제소를 두고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일본의 첫번째 제소와 별개인 것도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의 두번째 제소는 2018년 1차 제소건의 연장선이다. 1차 제소에서 제기했던 사항을 포함하고, 그 이후 진행된 우리나라 조선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로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와서 일본이 우리나라 조선업에 딴죽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본 조선업이 우리나라 정부의 조선업 지원으로 입은 피해가 심각하거나, 이번 제소를 통해 국내 조선업을 견제하려는 속셈이 있거나다. 


일본의 속내를 정확하게 확인할 길은 없다. 구체적인 제소 내용을 알 수 없어서다. WTO가 공개하기 전까진 비공개가 원칙이다. 산자부 관계자도 “현재로선 구조조정, 그리고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돼 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일본은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했을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도 “시장논리대로라면 정리됐어야 할 대우조선해양이 정부의 부적절한 지원을 통해 회생했다는 게 일본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그럼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일본이 정말 피해를 입었을까. 그렇지 않다. 일본 조선사와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은 겹치지 않는다. 


일본 조선사들은 주로 벌크선과 중형 컨테이너선을 만든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LNG운반선이 주력이다.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당장의 실적이 달라지진 않았을 거란 얘기다.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김영훈 경남대(조선해양시스템공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주력 선종이 겹치고 아니고를 떠나 일본 조선과 우리나라 조선은 경쟁 상대다. 나중엔 선박 수요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선종이 겹칠 수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위험요소를 덜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조선은 우리나라 조선에 주도권을 뺏긴 LNG운반선 시장을 틈틈이 노리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일본 원전사고 이후 일본의 LNG 물동량과 LNG운반선 발주물량이 늘자 일본 내부에 ‘자국물량을 한국에 주지 말고 우리가 만들자’는 기조가 생겼다”면서 “그 이후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 조선소와 4위 조선사 미쓰비시중공업이 손을 잡고 새로운 타입의 LNG운반선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지원금 문제를 난데없이 들고 나온 덴 LNG를 되찾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제소 목적이 우리나라 조선을 견제하려는 데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실 그럴 만한 사정도 있다. 일본 조선업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다. 일본 조선은 2015년 연간 수주실적 1위라는 반짝성과를 거둔 이후 줄곧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6~2019년 4년 연속 시장점유율이 10%대에 머물렀다.

최근엔 일본 2위 조선사 재팬마린유나이티드와 미쓰비시중공업이 주력 조선소를 매각ㆍ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이 떨어지긴 했어도 일본에 조선업은 중요한 산업”이라면서 “중국은 국영조선소라 제소가 쉽지 않다보니, 만만한 우리나라를 걸고넘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 일본의 WTO 제소를 두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저지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선업이 회복하길 고대하는 일본 입장에서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는 건 부담스러운 이슈이기 때문이다.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차질 생길까 


당사자격인 현대중공업 측은 “양자협의를 요청한 주체와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심사 중인 곳은 별개 기관”이라면서 우려를 일축했지만 WTO 판정 결과에 따라 합병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패소하면 대우조선해양에 부적절하게 지급된 지원금을 회수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WTO 협정문).


물론 우리나라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02년 유럽연합(EU)이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WTO는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오래전 이슈인 데다, 구체적인 내용 파악이 안 됐기 때문에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면서 “더구나 일본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제소가 일단락된다고 해도 제2ㆍ3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국 조선 흔들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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