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더스쿠프

어차피 삼성과 SK 축제, 반도체 양극화의 민낯

반도체 부활에 숨어 있는 조건들

6,129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은 분명 그렇다. 문제는 내실인데, 고질병이 숱하다.

대표적인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다. 2017~2018년 유례없던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의 축제였다는 지적이 잇따를 정도다. 그렇다면 반도체 회복론이 흘러나오는 2020년엔 어떨까. 반도체 업계의 성장을 막는 양극화를 해소해 낼 수 있을까. 

출처연합뉴스

2017~2018년은 역대 최대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꼽힌다. 2018년엔 정점을 찍었다. 국내 두 반도체공룡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그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244조원, 영업이익 59조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각각 40조원, 21조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시스템반도체 강자 인텔을 꺾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역대급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 덕분이다. 다른 제조업들이 부진한 가운데 홀로 수출실적을 견인하고 있던 터라 반도체 호황은 더욱 돋보였다. 


그럼에도 당시 국내 반도체 산업을 향한 시선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일부 기업만 호황의 달콤한 과실을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가 양극화를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제외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이 숱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 전체의 54.2%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고, 42.4%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편에서 “전체 반도체 산업을 놓고 보면 2017~2018년은 호황이 아닌 불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호황이란 건 수요가 넘쳐나서 공장을 100% 가동해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호황 땐 실력이 떨어지는 중하위권 업체들도 실적이 살아나고 불황 땐 갈리는 게 보통이지만, 2017~2018년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이익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가 침체기에 빠진 지 1년여. 반도체가 반등하길 기대하는 목소리와 그런 기대심리가 반영된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방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산업을 든든하게 받쳐주지 못하고 대기업에만 기대면 작은 이슈에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2020년 이후는 어떨까.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중소ㆍ중견기업들에도 기회가 열릴까. 이를 따져보려면 먼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양극화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소ㆍ중견기업은 대부분 소재ㆍ부품ㆍ장비업체거나 팹리스(Fablessㆍ반도체 설계업체)다. 먼저 소재ㆍ부품ㆍ장비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소재ㆍ장비의 국산화율이 낮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국산 제품을 쓰는 비율이 낮다는 건데, 업계에 따르면 핵심소재의 국산화율은 약 50%, 장비의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출처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ㆍ중견기업들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2017~2018년 호황기 때 중소ㆍ중견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다고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들은 실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산 제품을 쓰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소재와 장비의 기술력이 반도체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양대(융합전자공학) 교수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 “중소ㆍ중견기업들도 기존 협력업체를 넘어서는 기술력을 키워내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세컨드벤더를 육성하는데, 육성 단계에선 매출이 저조하더라도 기술력을 키워 1차 벤더로 올라서면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혹자는 중소ㆍ중견업체가 해외시장을 노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로의 납품 이력을 통해 품질을 인정받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의 문을 노크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하자, 장비기업들의 매출 순위가 떨어진 이유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들의 매출액은 약 49억 달러(약 5조6914억원)로 가장 많았지만, 올해 3분기엔 2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대만ㆍ중국ㆍ북미에 이은 4위에 그쳤다. 

중소 팹리스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대기업에 치이고, 세계 시장에선 해외업체들에 경쟁력이 밀리기 때문이다. 


박재근 교수는 “통상적으로 모바일 앱프로세서(AP) 등 생산 규모가 큰 분야는 삼성전자가 하고, 중소 팹리스들은 생산 규모가 작은 분야를 맡는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선 시장이 작고 그렇다고 해외로 나가기엔 유럽ㆍ중국업체 등에 경쟁력이 밀린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기업이든 팹리스든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2020년 반도체 업황이 회복된다고 해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거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가 없진 않다. 


무엇보다 지난 7월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이후 국산화율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재ㆍ부품ㆍ장비기업들의 설 자리가 확대될 수 있다.  


중소 팹리스들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인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7개 국가가 5세대(5G)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고, 2020년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5G가 상용화하면 중소 팹리스들이 진입할 만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에서 통할 만한 경쟁력을 키우는 건 또다른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가려있던 중소ㆍ중견 반도체기업들은 2020년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작성자 정보

더스쿠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