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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5개사 10년 성적표 “국내 관문 통과한 신약 고작 4개”

제약ㆍ바이오와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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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던 제약ㆍ바이오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연초부터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다. 예견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5개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지난 10년간의 임상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실패하고 중단된 임상은 수두룩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잇따른 악재가 제약ㆍ바이오산업을 덮쳤다.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가 사상 초유의 성분변경 논란을 빚었다. 


7월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이 또 문제가 됐다. 올해 1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수출했던 기술의 권리를 돌려받은 데 이어, 또다른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의 계약이 파기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신라젠은 지난 4일 신약후보물질 ‘펙사벡(간암치료제)’의 임상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고 나서다. 신약을 둘러싸고 ‘왜곡된 신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를테면 과도한 프리미엄 논란이다.  


사실 제약ㆍ바이오기업이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이슈에 따라 프리미엄을 받는 건 국내만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약개발 성공 이후의 미래가치가 현재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신약 개발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성과 희귀성이 높은 신약이라면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을 보장할 수도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과연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에 합당한 프리미엄이 붙느냐는 점이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통상 해외에선 임상3상에 접어들었을 때 신약 가치의 70~80%가 프리미엄으로 붙는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붙는 프리미엄은 다소 과도한 편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의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것도 우습다.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들의 가치는 아직 증명된 바 없어서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허가가 떨어진 신약은 총 30개다. 그중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5개가량이다. 국내 시장 규모의 27배에 달하는 북미 시장도 꾸준히 두드리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관문을 통과한 국내 의약품은 15개에 불과한데, 그중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은 6개(바이오시밀러ㆍ개량신약 제외)뿐이다. 그마저도 아직 만족할 만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을 보면 대다수가 항생제거나 시장가치가 크기 않은 약이 많다”면서 “시장성이 크고 개발 난이도가 높은 항암제 등은 아직 글로벌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ㆍ바이오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엔 아직 보여준 성과가 미미하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해와 올해 국내 5개 제약ㆍ바이오기업의 10년 임상실적을 자체 분석한 결과도 이런 현실을 관통한다.


더스쿠프는 지난해(299~300호ㆍ보여주고 싶은 것만 공개 ‘성공률 분식’)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 중 연구ㆍ개발(R&D) 비용이 가장 많은 2곳(한미약품ㆍ유한양행)과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가장 큰 3곳(동아STㆍ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ㆍ제넥신)의 2010~2018년 1분기 임상실적을 분석했다.


[※참고 : 순위가 더 높은 기업도 있지만 임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사례가 극히 적은 경우 제외했다.]


결과를 보면, 5개 기업이 63개 신약후보물질(합성신약 29개ㆍ바이오신약 34개)의 임상시험에서 최종 품목허가를 받은 건 4건이다(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개발이 중단된 신약은 16개, 별다른 공시 없이 주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서 제외된 신약은 9개다.


나머지 34개 신약후보물질은 아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임상1ㆍ2상을 진행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각각 13개, 임상3상에 접어든 신약후보물질은 8개다.


이는 현실적인 결과다. 신약을 개발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 확률도 극히 낮다. 신약 개발이 걸음마 수준인 국내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임상 도중에 잠정 중단되거나 추가 연구에 돌입해 수년간 재개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패 사례도 많지만 공개되지 않는 경우 역시 많다. 외부에 노출되는 호재만 봐선 신약 개발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거다.

국내 제약ㆍ바이오산업이 지금보다 덜 성숙했던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올해 앞선 5개 기업의 임상 실적을 다시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주요 파이프라인에 1개 신약후보물질이 추가된 반면, 기존에 있던 2개의 신약후보물질은 제외됐다. 임상결과와 제약ㆍ바이오기업의 미래가치를 예단하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국내 기업들에 매긴 가치를 더 낮춰야 한다”고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상 글로벌 제약ㆍ바이오기업의 프리미엄은 개발 중인 신약이 창출할 미래가치에 FDA의 임상 단계별 성공률을 적용해 산출한다.


문제는 국내 기업엔 이 계산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진홍국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FDA가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면, 신약이 임상1상부터 품목허가를 받기까지의 확률은 9.6%다. 하지만 이 확률은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숱한 임상을 통해 만든 수치다.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례가 극히 적은 국내 기업들에 이 확률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되레 그보다 확률을 낮추는 게 냉정한 평가다.”


하지만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주가는 이와 무관하게 움직여왔다. 주가를 움직이는 건 실체 없는 낙관론과 선동적인 여론일 때가 많았다. 이들은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이고 투기를 부추겼다. 성숙하지 못한 제약ㆍ바이오산업과 시장의 어긋난 기대감이 자초한 폐해다. 이젠 냉정하게 제약ㆍ바이오의 민낯을 봐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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