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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원인 숱한데, ESS 정말 괜찮나

ESS 안전진단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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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의 원인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발족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양한 원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게 예상되는 조사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화재원인이 그렇게 다양하다면 ESS는 과연 안전한 걸까. 

출처연합뉴스

전기를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 쓸 수 있다는 건 산업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다. 에너지자원이 부족해 해외에서 수입한 에너지원으로 대부분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우리나라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주목을 받은 건 이 때문이다. ESS는 여러 개의 배터리를 모아 대용량의 전기를 가둬 두고 쓸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묶이면 햇빛이나 바람이 부족할 때에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뽑아낼 수 있어 전력수급 계획을 잡을 때도 유용하다. 태양광과 연계한 ESS가 가정용으로 널리 보급되면 가정에선 전기요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자가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ESS의 화재사고가 숱하다는 점이다. 2017년 8월 원인불명의 ESS 화재사고가 터진 이후 16건의 ESS 화재사고(2018년 5월~12월)가 더 발생했다. 지난 1월 정부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출범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1490개 ESS 시스템 중 522개의 가동을 중단시켰다(4월 30일 기준). 

그로부터 5개월여, 정부가 조만간 ESS 화재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조만간 발표한다. 그런데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예상조사결과(이하 예상결과)’가 시장 안팎을 떠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ESS 설치ㆍ관리시스템 부실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화재사고가 발생. ESS용 배터리 자체의 결함은 찾지 못함. 정부는 안전대책으로 배터리 간격 조정, ESS 시공ㆍ관리 자격 등급 마련, 배터리 충전율 제한 등을 검토.”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결과와 안전대책은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SS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와 LG화학의 지난 일주일간 주가 추이도 예상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5월 29일 20만3500원이던 삼성SDI 주가는 6월 5일 22만5000원으로, 같은 기간 LG화학도 32만3000원에서 33만1500원으로 각각 10.56%, 2.63% 올랐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SS 화재가 배터리보다는 설치나 관리 운영의 부실이라는 언론보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결과와 안전대책은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SS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와 LG화학의 지난 일주일간 주가 추이도 예상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5월 29일 20만3500원이던 삼성SDI 주가는 6월 5일 22만5000원으로, 같은 기간 LG화학도 32만3000원에서 33만1500원으로 각각 10.56%, 2.63% 올랐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SS 화재가 배터리보다는 설치나 관리 운영의 부실이라는 언론보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예상결과가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예상결과 내용 외에 더 나올 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ESS 화재원인 조사 초기부터 ▲ESS는 화재가 나면 배터리가 전소하기 때문에 사고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어려울 거라는 점 ▲조사위원회에 이해당사자인 배터리업체 삼성SDI와 LG화학이 참여했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조사결과가 발표돼도 시장엔 많은 논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문제는 ESS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언급했듯 정부 조사에 배터리업체가 의견을 냈다는 점, 다 타버린 ESS에선 사고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배터리의 안전성은 또다른 베일에 싸일 공산이 크다. 

국내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ESS 시스템이라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어렵다는 점은 둘째 문제다. ‘화재가 있었지만,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ESS 시스템’을 외국 업체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대한 리스크다. 규모(설치용량 기준) 면에서 세계시장은 내수(142.4㎿h)의 7.3배(1033.9㎿h)에 달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정부의 예상조사 결과대로 ESS의 화재원인이 다양하다면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것조차 난제가 될 것이란 점이다. 당연히 다양한 규제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ESS 가격의 상승과 경쟁력 약화를 부추길 것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재원인이 복합적으로 나오면 안전대책과 기준이 다각도로 강화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KS표준과 설비기술기준을 해외(미국ㆍ일본) 수준으로 강화할 경우, ESS 설치비용이 총 2.4~3배 증가해 ESS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고, 제조비용이 상승하면 영업이익률이 기존 9%대에서 3%대로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면 시장 확대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 

넷째 문제는 가정용 ESS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ESS는 대부분 산업용이다. 하지만 가정용 태양광발전 설비가 늘어난 만큼 가정용 ESS도 늘어날 전망이다. 화재원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정용 ESS가 확산되면 ‘ESS 리스크’가 시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김규환(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자부가 2023년까지 총 사업비 221억원을 투자해 ESS 폐배터리를 가정용이나 건물용으로 재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당초 ESS는 전력과부하를 막고 탄력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위한 대안으로 선택됐다. 전기를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으로 ESS는 전기요금 인상을 막아주는 방어막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가 ESS 특례요금제(2015년 도입돼 2017년 두차례 강화)를 도입해 온갖 혜택을 주면서까지 ESS 보급을 밀어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ESS 화재사고 대책을 논의하면서 ESS 시공단계 안전기준 보완책으로 시공사 자격기준을 만들겠다고 주장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돌려 말하면, 지금까지는 시공자격 기준도 없었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ESS 안전검사 시스템에 구멍도 많다. 국내 ESS 기술표준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배터리의 ‘열 폭주시험’이 없다. 고온에서 배터리 전해액이 분해되면 그 과정에서 열 폭주가 일어나 화재가 발생(정부 조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미 2017년에 시험기준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화재사고 후, 올해 2월에야 이런 내용을 담은 KS표준 제정안을 내놨다. 

한 에너지관리분야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ESS에서 굉장히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소재는 그 자체로도 그렇고, 여러 개로 묶여 쓰일 때(간격과는 별개로) 일어날 수 있는 화학적 반응 등이 충분히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정부가 ESS를 밀어붙이면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거다. 이번을 계기로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데 과연 잘 될지는 의문이다. 정부도 탈원전 대안으로 ESS를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고, 보조금이 사업자들을 숱하게 끌어모은 탓에 이미 업계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도 상당히 맞물려 있어서다.”

애초에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거다. 풀고 다시 채우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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