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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희망타운과 신혼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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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얘기만 나오면 신혼부부는 한숨부터 쉰다. 집이 없어 결혼을 미루는 세상이다. 혼자 살 때야 반지하방을 전전했지만, 자녀 계획을 고려하면 아무데서나 둥지를 틀 수 없다. 결국 저출산 쇼크를 우려한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2022년까지 신혼부부 특화 주책 3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이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 전부터 논란이 됐다. 신혼부부 주거난을 해소하기엔 터무니없이 허술한 정책이란 거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대책을 두고 신혼부부들의 불만이 크다. 탁상공론식 정책을 만들다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엔 대표 주거복지 상품인 ‘신혼희망타운’ 아파트가 대중의 공분을 샀다. 사연은 이렇다.


정부가 위례신도시에 공급하는 첫번째 신혼희망타운을 향한 기대는 컸다. 교통이 편리한 입지에, 보육특화 단지란 특징을 갖췄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60~80% 분양가가 저렴한 건 최대 장점이다. 결혼한 지 2년 이내 부부와 예비부부에게 분양물량의 30%를 우선공급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은 그간 분양시장에서 소외됐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새 아파트 청약 당첨은 로또만큼 어려운데, 그나마 노려봄직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도 당첨을 좌우했던 건 ‘자녀 수’였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에게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 분양 신청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꼽혔던 이유다.

그런데 분양을 앞두고 가격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용 46㎡(약 13평)는 3억9700만원, 전용 55㎡(약 16평)는 4억6000만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가격이긴 한데, 위례신도시 일대 아파트 몸값이 몇년 새 치솟았던 게 문제였다. 2015년 12월만해도 1800만원대에 불과했던 이 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8월부터 3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렇다보니 전용 55㎡에 청약하는 가구의 한달 평균 원리금은 최대 150만원이나 된다. 집값의 70%까지 빌려주는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대출(상환 기간 20년)의 파격적인 금리 혜택(연 1.3%)을 받는다 해도 말이다. 나머지 30%(1억3800만원)를 현금으로 동원해야 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어떤 신혼부부가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정부가 정한 입주기준은 맞벌이의 경우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30%(월 650만원), 외벌이는 120%(월 600만원)다. 순자산은 2억5060만원 이하여야 한다. 신혼부부의 불만은 여기서 터졌다. “실제 이런 가정에서 매달 150만원씩 원리금을 내는 게 얼마나 막대한 부담인지 알고 만든 정책이냐”는 거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신혼희망타운이 일반 주거공급 대책이었다면 논란이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건 정부가 저출산 타개 대책의 일환으로 꺼낸 주거복지 상품이다. 서민층 신혼부부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내가 정책 대상인데, 신청조차 어려우니 말이다. 앞으로도 입지 좋은 지역의 신혼희망타운은 재력가를 부모로 둔 ‘금수저’ 신혼부부가 차지하지 않겠냐는 거다.” 


신혼부부 기대 높인 신혼희망타운


신혼부부가 이런 울분을 터뜨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극심한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자. 신혼부부 가구의 78.3%는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전체 가구 평균(66.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가구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을 나타내는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RIP)’은 평균(17.0%)보다 높은 19.6%를 기록했다. 청년가구(18.9%)보다도 부담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도 정부의 대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복지 정책의 핵심을 보자. 공적임대주택(25만호 공급)과 신혼희망타운(10만호 공급)이다. 5년간 공공주택 공급계획(38만호) 중 92.1%(35만호)의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언급된 신혼희망타운은 위례신도시와 똑같은 논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신혼희망타운 조성을 준비 중인 수서역세권에선 월 원리금 부담금이 2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 몸값이 위례신도시보다 대체로 높기 때문이다.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이미 오를 데로 오른 부동산 시장에선 어떤 억제 장치를 두더라도 결과적으론 비쌀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혼부부가 집을 사지 않아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단순히 공급 중심의 정책이 아닌 사회를 총체적으로 다시 디자인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022년까지 25만호가 공급되는 공적임대주택도 ‘시세의 함정’을 피할 순 없다. 이전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를 개편한 이 상품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택지와 기금 지원을 해주면 민간 건설사가 사업을 하는 형태다.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최대 95%로 제한해 공공성을 더했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주변 시세가 높으면 무용지물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으면 다른 지역보다 땅값이 높다는 건 ‘불변의 법칙’이다.


주변 시세 높으면 어쩌나


시세가 기준이면 신혼부부 세대가 감내하기에는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무임대 기간인 8년이 지나면, 민간 건설사의 집장사를 막을 수단도 없다. 사업자는 의무 임대기간만 채우면, 입주자를 맘대로 내보내고 분양전환에 돌입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대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주변보다 5~30% 싸게 줄 테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구해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 2014년 7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 수준인 현 상태에서 30%만 더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이번에도 다를 게 없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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