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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터줏대감 줄줄이 퇴장하는 이유

임대료에 뺨맞고 온라인에 밀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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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작성일자2018.11.10. | 14,585 읽음

신촌 상권의 터줏대감들이 줄줄이 퇴장하고 있다. 1995년 문을 연 신촌 그랜드마트, 1998년 개점한 맥도날드 신촌점 모두 올해 문을 닫았다. 맥도날드 자리에는 이마트의 H&B스토어 ‘부츠’가 들어섰다. 그랜드마트 자리에는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이 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신촌의 풍경, 그 안엔 한국경제의 냉정한 자화상自畵像이 그려져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신촌로터리에 위치한 그랜드마트가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다. 그랜드마트는 1995년 완공 이후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신촌의 터줏대감이다. 그랜드마트 폐점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의 기분이 묘한 이유다. 


20년 넘게 신촌에 거주한 최영숙(67)씨는 “장보러 자주 왔었는데, 몇년 새 손님이 부쩍 줄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면서 “신촌 상권이 많이 쇠퇴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랜드마트마저 문을 닫으니 더욱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당하다 = 그랜드마트의 폐점은 유통업체 한곳이 문을 닫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신촌의 하락과 맞물린 한국경제의 슬픈 자화상自畵像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사실 신촌 상권이 하락한 건 이미 오래된 얘기다. 1990~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신촌은 홍대 · 합정으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연남동과 망원동까지 젊은이들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신촌은 더욱 활력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촌의 오프라인 매장들은 쇼핑센터로서 메리트를 잃었다. 그랜드마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랜드마트 관계자는 “신촌점은 만성적자 매장이었다”면서 “2012년 기존 지하 2층~지상 3층 운영하던 매장 규모를 지하 2층으로 축소했지만 적자가 해소되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10월 17일 방문한 그랜드마트에선 철수작업이 한창이었다.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 마트는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이 들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삐에로쑈핑은 ‘요지경 만물상’ 콘셉트의 잡화점이다. 재미와 가성비를 강조한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일본의 돈키호테를 표방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성장이 정체되자 이마트가 내놓은 전략이다. 현재 이마트가 3호점(명동) 출점 계획을 밝힌 가운데, 4호점은 신촌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랜드마트 자리에 삐에로쑈핑 입점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삐에로쑈핑의 입점 전망이 맞아 떨어진다면, 전통적인 마트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업태의 잡화점이 들어서는 셈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태유 세종대(유통산업학) 교수는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 업태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다”면서 “불황에 가성비를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잡화점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위협하며 고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78조원대를 넘어섰다. 2013년 이후 5년 동안 19.4%씩 성장한 셈이다. 2019년에는 100조원을 돌파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신촌 상권에 구름이 드리운 첫번째 이유다. 


■임대료에 당하다 = 신촌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신촌역 만남의 장소이던 맥도날드 신촌점이 문을 닫았다. 1998년 개점한 지 20년 만이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임대료 ·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이 폐점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가 짐을 쌀 만큼 신촌의 임대료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높은 임대료에도 맥도날드 자리를 꿰찬 건 이마트의 H&B스토어 부츠(BOOTS)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아니고서야 중소상인들은 여전히 발붙이기 어려운 게 신촌의 현실인 셈이다. 

실제로 신촌 일대 상가 임대료는 2012년 2분기 3만500원(㎡당)에서 올해 3만8000원으로 24.6% 상승했다. 강남역(3만8000원), 가로수길(3만9000원)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권은 쇠락했는데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신촌 거리를 걷다보면 ‘빈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촌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6.8%,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6.9%에 이른다. 실제 공실률은 이보다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음식점 · 옷가게 · 휴대전화 판매점들이 장사를 접고 나가, 6개월 이상 빈 상가가 수두룩하다”면서 “일부 임대인이 월세를 20만~30만원 낮춰준다고 해도, 워낙 임대료가 비싸 들어오겠다는 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상가에 투자한 건물주가 매매가가 하락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임대료를 깎지 않고 공실로 두는 것”이라면서 “공실이 증가할수록 상권은 더욱 쇠퇴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과 캐나다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공실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영국은 2008년부터 공실에 부동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벤쿠버)는 주택난 · 주거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부터 6개월 이상 빈 주거시설에 공실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료를 낮추면 신촌 상권은 되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압구정 로데오의 경우, 건물주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인하, 무無 권리금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신규 임차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선종 교수는 “기존 업종으로는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기 어렵고, 상인들이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뺨 맞고, 임대료에 뒤통수 맞은 신촌의 위기는 어쩌면 지금부터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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