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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까지 다 키우고 딸을 낳았어요.

조회수 2020. 7. 23. 13: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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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63번 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박정용(69, 은퇴 후 임대업)

“아… 나 목이 왜 이렇게 짧아?”

8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였다. 뿐만 아니었다. 6남매 중 셋째였다. 동생들의 출가도 그의 몫이었다. 앞으로는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 사모님 어떻게 만났어요? 너무 고우세요.

+ 친구에게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우리 옆집에 예쁜 아가씨가 살고 있다길래 쫓아갔어요. 와이프가 당시에 고속 터미널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찾아가서 대시를 했어요. 내 꼴을 봐요. 꾸준하게 대시해서 겨우겨우 제 여자로 만들었죠.

+ 집사람은 나한테 참 잘했어요. 반면에 나는 성격이 급해서 속을 많이 썩였죠. 집사람이 가정을 잘 돌봐줘서, 저는 바깥일만 열심히 했어요. 밑에 동생들도 출가를 시키느라, 희생을 많이 요구했어요.



+그리고 내가 열심히 살았는데, 그만큼 열심히 놀기도 했어요. 너무 놀았어요. 그걸 조금 후회하긴 해요. 그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그 재산을 잃었던 적이 있어요. 친구를 잘못 만나서 몇십억을 날렸던 적이 있어요. 그 모든 순간에 제 옆에 집사람이 있어줬어요.

- 따님을 되게 늦게 낳으셨어요.

+ 네. 늦둥이에요. 제가 8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홀 어머니 밑에서 6남매의 셋째로 자랐죠. 동생들을 출가시켜야 했고, 가정의 안정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우리 딸이 늦게 세상에 나온 것 같아요. 늦은 만큼 많은 사랑을 주려고 했어요. 애들은 엄마와 아빠를 보고 자라요. 항상 아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친구처럼 잘 지내잖아요. 내가 받지 못했던 것 다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살았어요.

+ 내일모레 내가 이제 70인데, 남은 내 삶은 조금 봉사를 하면서 살고 싶어요. 물론 딸 결혼부터 시켜야죠. 어떻게 보내죠. 오늘도 딸 덕분에 이렇게 호강을 하는데, 벌써 보내기 싫네요. 내 살아생전에 이런 일이 있을지 몰랐어요. 옷을 워낙 좋아하는데 정말 고마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내게 아버지가 없는 나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했다. 두려웠던 것 같다.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그의 삶에 좋은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선물은 오히려 내가 받았다. 나도 좋은 어른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그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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