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사진 보면 나만 빼고 싶거든.."

조회수 2020. 4. 13.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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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마흔 한 번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류철규(63, 은퇴 후 농업)

그에게는 단호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 선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가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반세기와 가까운 시간을 쉼 없이 움직였다고 했다. 이제야 그 시절을 뒤로하고, 지금은 귀농을 해 농사를 짓고 지낸다고 했다.

- 중학교를 중퇴했다고 했는데, 학업을 관둔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고등학교를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지요. 처음엔 대구에 있는 공장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일하면서, 81년도에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녔어요. 만학도였지. 집사람도 그곳에서 만났어요.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주례를 서 주셨죠.

 

+ 나는 집사람 성적표 보고 결혼을 결심했어요. 예쁘기도 했고, 키도 컸어요. 그래서 딸을 안 낳은 게 아쉬워요. 어려웠으니까요. 베이비 붐 시절 사람이에요 우린. 나도 6남매, 와이프도 8남매. 그래서 하나만 낳아서 원 없이 다 해주고 키우자란 생각을 당시에는 했었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도 하나만 낳자 캠페인도 했고, 예비군 훈련을 가면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을 빼주기도 했어요. 그런 시대였어요. 지금 생각하면은 그게 후회가 돼요.

 

- 공장에서 배우신 일을 쭉 해오신 거예요?

 

+ 아니지. IMF 때, 회사가 망해서 해태 영업사원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정말 많이 배웠지. 목숨 걸고, 못 팔면 죽는다. 그런 마음가짐을 배웠어요. 그 경험으로 장사를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식육점, 식당을 해서 기반을 잡았어요. 그때 번 돈으로 부동산 투자하고, 이제는 두 다리 뻗고 살죠.

 

+ 그런데 내가 아들에게 지금도 매달 아들 수익의 20%를 받아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서로 간의 약속이었어요. 내 나름대로 정한 숫자인데, 20%를 부모에게 주고도 내가 살아보니까 충분히 살 수 있겠더라고. 마음먹기 달린 거니까. 남들은 이해 못 할 때도 있는데.

 

+ 이런 거 보면 참 효자 아들이지요. 전화를 받으면 항상 아들이 제일 처음 꺼내는 말이 있어요. 군대에서의 “통신 보안”처럼, “효자 아들입니다.” 해요. 아들이 부모를 보고 큰다고 했는데, 나보다는 집사람을 많이 보고 배운 것 같아요. 집사람이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식당을 10년 정도 하면서, 그 10년 동안 단 하루도 안 빠지고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일했어요. 이제 누리게 해 줘야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타협 없는 고집은 고집을 넘어선 신념에 가까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물러섬 없는 태도와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야만 가족을 지킬 수 있었고, 가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니까. 

#OFFTHERECORD

 

아내 : 여보 입술 당기지 말고, 배 넣고, 힘 딱 주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온다카이

남편 : 더 잘 나오면 너 나 뺏겨

#아빠에게  

 

아버지,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또 아버지의 멋있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사진 찍는 동안 우리 가족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또 이렇게 멋지게 사진이 잘 나와서 정말 뿌듯하고 좋아요. 그리고 젊었을 때 아버지 사진 보면서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멋졌었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멋지시네요. 🙂  

 

아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많은 지혜를 가르쳐주시고, 또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아들과 거리를 두지 않고 친구처럼 편하게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구요.  

 

가끔 저에게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말을 하실 때마다 속상해요. 아들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 어느 아버지보다 멋지고 훌륭하고 소중한 아버지인데.. 아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아버지가 자랑할 수 있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우리 가족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남자는죽을때까지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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