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에 가까운 서울 라멘 맛집 3

조회수 2021. 5. 7. 16: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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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에이치 아이~ 미스터 국밥왕, 객원 에디터 김정년이다. 사람들은 외식할 때 실패하지 않는 메뉴를 찾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여러분도 나름대로 기준을 갖고 있을 거다. 필자의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뜨끈한 육수, 푸짐한 건더기, 식감 좋은 탄수화물’

세 가지가 훌륭하면 그럭저럭 한끼 식사가 만족스럽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이런 옵션을 달성하는 요리가 많은데, 그 중 대장급 메뉴는 역시 국밥.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점점 체내 국밥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인다. 라멘 때문이다.

라멘,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화교들이 현지 입맛에 맞춰 개량한 누들 푸드로 육수, 소스, 면, 고명으로 이뤄진 음식. 구성은 국물, 밥, 건더기로 이뤄진 한국식 탕반요리와 구성이 비슷하다. 국밥 못지않은 든든한 한끼를 약속하니 프로국밥러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요리다.


번거로운 조리 과정 때문인지 예전에는 홍대 인근 라멘가게를 수소문해야 제대로 된 차림새를 즐길 수 있었던 요리였으나, 이제는 도심 번화가나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도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국수 요리가 됐다.

라멘의 본고장 일본, 그곳에서 만난 라멘은 새로운 차원의 감흥을 선사했다. 특히 도쿄의 라멘가게는 한국의 김밥가게만큼이나 흔한지라 동네골목 모퉁이를 돌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식당이었다. 김밥처럼 대중적인 한끼식사여서 그런지,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기본 이상은 해주는 편이었다. 한국에서 파는 메뉴와 이름은 같아도 가게마다 맛과 디테일이 미묘하게 달랐다.

코로나 시국 이후 여행길이 막히며,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맛본 음식을 많이 그리워한다. 내게는 라멘이 그런 음식이다.


지난 몇년 간 수도권 라멘 가게를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 현지에서 먹은 것과 비슷하거나 더 맛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오늘은 서울에서 찾은 라멘집 세 군데를 소개한다. 토리파이탄, 지로계 라멘, 중화소바, 각기 다른 스타일의 라멘을 판매하는 곳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가게를 지도에 잘 저장해 주길 바란다.


합정동 ‘오레노 라멘’
토리파이탄

“뼈가 녹아버릴 만큼 우려낸 수프의 깊은 감칠맛”

토리파이탄, 한국식으로 부르면 계백탕. 냄비에서 오랜 시간 고아낸 닭을 토대로, 가게마다 레시피를 조금씩 변형하는 백탕 계열 라멘이다. 뽀얀 국물에 깃든 깊은 감칠맛이 매력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다루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메뉴다. 닭육수를 즐겨쓰는 도쿄 지역 라멘가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라멘이었다.

라멘에서 백탕은 뼈조차 녹아버릴 기세로 강한 화력을 동원해 냄비에서 장시간 고아낸 육수를 뜻한다. 재료에 깃든 맛과 향이 국물에 농밀하게 우러드니, 사골육수 좋아하는 사람 입맛에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얇게 뽑힌 자가제면을 알맞게 삶아내 백탕육수가 가득 담긴 그릇에 담아내면 호로록 호로록 면치기를 부르는 국수가 탄생한다.

면요리는 고명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고 믿는다. 라멘도 예외는 아니다. 말랑말랑한 맛달걀과 오도독 씹히는 목이버섯, 육수와 잘 어울리는 고명을 차근차근 집어삼키는 건 라멘시식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특히 라멘집 고기차슈는 직접 만들어 먹으려면 한없이 귀찮은 조리법을 대신 해줘서 좋다. 수비드로 조리한 촉촉한 닭고기 혹은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 국물에 풍덩 빠져 감칠맛이 알맞게 배어든 고기차슈를 한 점 베어문다. “ah~이 맛이지!!!”

토리파이탄의 국내 선두주자를 꼽으라면, 지금까지는 합정에 본점을 둔 ‘오레노 라멘’이 제일 훌륭했다. 다른 가게의 토리파이탄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점은 스프의 블렌딩. 국물을 떠서 마셔보면, 고소한 풍미를 가진 닭육수에 또 다른 감칠맛을 더하는 돼지육수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시그니처 라멘인 토리파이탄은 닭을 잔뜩 쓴 요리를 다른 식재료의 장점과 믹스매치하며 맛의 밸런스를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시킨다.

어느새 서울 곳곳에 5호점까지 확장했다. 지점마다 대체로 균일한 맛을 유지하려 애쓰는 만큼, 굳이 본점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 2019년부터 줄곧 미쉐린 가이드에 실리고 있는 이곳의 디테일은 @orenoramen에서 확인 가능!

  • 가격 토리파이탄 8,000원
  •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6길 14(본점)
  • 영업시간 11:30~21:00(BT 14:40~17:00)

연남동 ‘566라멘’
지로계 라멘

투 머치 라멘의 미학 , “짜고 느끼하고 배부른데 또 먹고 싶어.”

비오는 날인데도 식당 바깥에서 줄을 선다고? 도쿄 게이오대 앞, 라멘가게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지붕도 없는 곳에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호기심이 싹튼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경험상 두가지를 기대하게 된다. 진짜 맛있거나(미식) 혹은 뚜렷한 맛(개성)이 있거나.


마침 가을비에 젖은 몸이 으슬으슬 시리다. 뜨근한 국물요리가 간절하다. 속는 셈치고 기다려보기로 결정.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라멘은 후자였다. “맛집은 아니야. 근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거지…”


나중에 여행기록을 정리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맛본 것은 개성 하나로 두터운 팬덤을 끌어 모으고 있는 라멘가게, ‘라멘 지로’였고, 라멘 지로의 레시피를 따르는 라멘을 흔히 ‘지로계 라멘’ 으로 분류한다는 건 훗날 알게 됐다.

라멘 지로의 스타일은 압도적인 양, 진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다. 국물, 면, 고명까지 모든 면에서 투머치다. 그릇이 넘치다 못해 흐를 정도로 쌓인 고명, 칼국수처럼 두툼하고 뭉툭한 식감이 도드라지는 ‘히라우치면’, 간장과 돼지비계를 때려넣어 짜고 기름진 맛을 강조한 육수까지. 특히 라멘에서 좀처럼 넣지 않는 마늘을 듬뿍 담는다. 식재료가 간직한 향미가 제각각 튀어버리는 개성만점 라멘이다.


앞서 소개한 토리파이탄과는 달리 지로계 라멘은 콘셉트의 끝을 추구한다. 맛의 균형이 아닌 맛의 극한. 짜고 기름지고 속이 더부룩해지는데 이따금 생각나는 맛. 미식보다는 개성을 추구하는 이 매니악한 라멘을 한국 어딘가에서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라멘 지로 도쿄 본점과 가장 유사한 레시피를 재현하는 가게를 찾아다녔다.

서울에서는 연남동 ‘566라멘’이 라멘 지로 도쿄 본점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그릇 위에 듬뿍 담긴 숙주나물과 양배추는 지로계 특유의 야채스프를 고증하는 디테일 포인트. 스페셜 메뉴데이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지로계 라멘을 판매한다.

단! 1인 운영 라멘가게라서 피크타임 회전율이 좋지 못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 쉬는 날, 연남동 근처를 어슬렁거릴 때 자극적인 맛을 지닌 라멘을 즐기고 싶을 때 찾는 가게로 추천한다. @566ramen에서 영업 현황 공지 확인가능!

  • 가격 566라멘 10,000원
  •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566-1 1층
  • 영업시간 11:30~20:30(BT 15:00~17:00) *정기휴무 목요일

서울대입구역 ‘라이라이켄’
중화소바

“담백한 국물에 베어든 중국의 맛”

중화소바, ‘중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국요리 특유의 풍미가 입가에 진하게 감도는 라멘이다. 알싸한 향이 진동한다. 파기름이나 돼지기름을 강한 화력으로 볶았을 때 나는 향과 맛이다. 여기에 보통 장시간 우려낸 맑은 닭육수와 쇼유간장을 섞어 만드는데 얇은 소면과 채썬 파, 두툼한 고기차슈, 멘마라고 부르는 죽순조림이 들어간다.

현지에서는 라멘가게 말고도 심야영업을 하는 중식당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였다. 그래서 도쿄 여행을 할 때는 하루에 한 번씩은 챙겨먹곤 했다. 이따금 그리워지면 눈으로 먹어본다. 여러분도 구글에 ‘마치-츄카町中華’를 검색하면, 현지 노포 중식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맛집소개를 구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라멘이다. 라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라멘이 면요리인 이상, 요리의 주인공은 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만든 중화소바는 면발의 식감과 풍미가 기분 좋게 다가온다. 맑게 우린 국물이 면 자체의 맛을 해치지 않아, 먹는 사람이 중화면이 가진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식 제면이 들어가는 라멘요리에는 우동면이나 칼국수면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첨가물이 들어간다.

주인공은 알칼리성 용액인 간수. 면발을 노랗게 만들고 식감을 매끈하고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담백한 국물에 스며든 중화면의 짭짤하고 씁쓸한 특유의 맛이 다른 재료와 조화롭게 어울릴 때 최고의 중화소바가 완성된다.

일본에서는 순대국밥처럼 쉽고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인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맛있는 중화소바의 맛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겨우 찾아내 정착한 곳은 서울 관악구의 작은 라멘가게 ‘라이라이켄’. 구색을 제대로 갖춰 열과 성을 다하는 라멘요리를 기대할 수 있는 가게다.


단점 아닌 단점으로는 가게의 규모. 최근 코로나 방역 지침 때문에 좌석간격을 많이 띄워놓는 편이다. 평소보다 웨이팅이 2배로 늘어난다는 뜻이니, 혼밥과 시간차 공격을 추천한다. 또 다른 메뉴가 궁금하다면 @rairaiken3783으로 접속!

  • 가격 중화소바 8,000원
  • 주소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운동 851-14
  • 영업시간 12:30~21:00(BT 15:00~17:00) 정기휴무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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