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잔은 맥주 대신 '이것' 마셔라?

조회수 2021. 5. 7. 15: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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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량이 맥주 300cc인 에디터M이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나처럼 주량이 약한 사람들은 의외로 취하는 일이 많지 않다. 당연히 남들보다 술을 잘 마셔서가 아니다. 자기 주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취하지 않고 마시는 방법에 도가 텄거든. 잔에 따른 술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나누고 또 나눠서 술의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곤 한다.

오히려 술에 취하는 사람들은 ‘내가 술 좀 마시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더 많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함수의 결과값으로 놓는다면 이 수식을 좌우하는 변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마신 술의 양을 제대로 아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체력을 과신한 오만이다. 이 두 가지 변수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즐거웠어야 할 지난밤의 기억 대신 끝없는 이불킥만 낳는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나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술 한잔해요” 이 얼마나 착 감기는 문장인가. 차보다 친근하고, 밥보다 농밀하다. ‘적당한 음주’는 서먹한 사이를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주는 훌륭한 핑계가 된다. 기네스가 책임감 있는 음주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혹시, “과음하지 않기” 뭐 이런 시시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상상했을까? 아니. 기네스가 내놓은 답은 꽤나 흥미롭다.

기네스 클리어

기네스에서 투명한 맥주를 선보였나?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기네스 잔에 따른 투명한 물이다. 투명한 순도 100%의 물을 따랐을 뿐인데,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기네스 잔에 따르니 새로운 맥주처럼 보인다. 기네스 클리어는 2019년 해외에서 시작된 글로벌 책임 음주 캠페인의 일환으로 술자리에서 물을 마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마지막 잔은 술이 아닌 물로 대체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훈과 함께한 이번 캠페인은 ‘적당한 음주’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쿨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새로운 맥주를 소개할 때 맥주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거다. 원료(H20 순도 100% 물이다)와 완벽한 기네스 클리어를 따르는 법(잔에 물을 그냥 따른다) 좋은 목 넘김(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을 보여주기 위해 클로즈업을 하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에 ‘크’하는 소리까지. 이건 누가 봐도 맥주 광고처럼 보인다. 이렇게 물을 시원하게 마셔서야! 없던 갈증도 올라온다.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기네스 클리어’ 글로벌 캠페인을 보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에서 혹은 펍에서 기네스 클리어를 마시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인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 결국 기네스가 한 일은 물을 기네스 잔에 담아낸 것뿐이이었다. 이를 위해 기네스 클리어잔을 만들고, 기꺼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빌려준다. 그리고 그 순간, 평범했던 물이 더 특별해졌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문구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생각해 보면 맥주 회사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캠페인이기도 하다. 일 년 중 지금 이맘때가 맥주 판매량이 가장 높은 시기기도 하다. 매출이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 기네스는 말한다.

“물을 마시세요.
지금 당신의 즐거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단, 기네스 잔에 물을 마시면
조금 더 멋지고 쿨하게 마실 수 있어요.
펍에서 기네스 클리어를 주문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용감한 아이디어고, 용기 있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반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흑맥주, 기네스니까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기네스는 기다림의 맥주다. 검고 깊은 맥주를 잔에 따르고 대류현상이라고 부르는 ‘서징’이 끝나고, 기네스 특유의 쫀쫀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 후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맛봐야 하니까.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맛보고, 적절한 선을 지키라고. 가끔은 모자란 것이 넘치는 것보다 더 낫다는걸. 좋은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니까. 검고 깊은 기네스도 투명한 기네스 클리어도 모두 마셔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글에는 기네스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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