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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휴대폰 사업이 종료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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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난 4월5일, 아침에 메시지 하나가 날아옵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LG 로고가 심어진 전화기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사업 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고, 매 분기 적자가 쌓여 23분기 연속이라는 까마득한 기록을 남깁니다.

될 듯 될 듯, 안타까운 마음을 만들어내던 LG전자 스마트폰은 그렇게 숨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될 것 같은데…’라는 소비자들의 안타까움은 아마도 LG전자 스스로가 더 아프게 느끼고 있었겠죠. 단순히 2등에 대한 연민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정말 잘 될 것 같았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이 결정이 더 현실감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맥킨지의 원죄?
LG는 과연 시장에 늦게 들어왔나

LG전자 스마트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맥킨지의 ‘스마트폰 만류’ 컨설팅입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후 휴대전화 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아이폰이 당시로서는 흉내를 낼 수 없을 만큼 잘 만들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아쉽지만 대안은 윈도우폰밖에 없었고, 옴니아를 내놓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도 윈도우 모바일을 쓴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컨설팅을 맡은 맥킨지는 스마트폰보다 잘 되고 있는 피처폰에 집중하는 것을 조언합니다. 지금이야 원망을 사지만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컨설팅 기업으로서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당장 잘 할 수 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조언이었을 겁니다.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과연 어떤 부분에 있는지, 그걸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자는 것이었죠.

[자유롭게 웹서핑을 할 수 있다고 홍보했던 LG 터치웹폰]

그리고 LG전자는 ‘터치웹폰’과 ‘아레나폰’ 등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내놓습니다. 왤까요? 바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꺼내놨던 포인트들, ‘아이팟’, ‘전화’,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케이터’ 때문입니다.

[윈도OS를 탑재하고 2009년 출시한 아레나폰]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는 이미 LG전자가 다 해 오던 것이죠. 여기에 하나 빠진 게 인터넷이었습니다. 그걸 채우면 피처폰으로도 스마트폰의 수요를 잡을 수 있다고 본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초기의 아이폰에는 ‘앱스토어’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앱스토어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었고, 수십만개의 앱은 지금도 아이폰을 플랫폼으로 떠받치는 애플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로써 피처폰과 스마트폰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긴 셈입니다.

[쿼티 자판을 탑재한 LG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안드로-1]

대안은 안드로이드였습니다. 삼성전자도 옴니아를 버리고 안드로이드를 내놓습니다. LG전자도 2010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습니다. 아주 빨리 치고 들어갔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늦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물리 키보드를 탑재한 옵티머스Q]

첫 제품 안드로원을 비롯해 옵티머스Q 등의 키보드를 품은 제품을 시작으로 몇 가지 제품을 개발하며 ‘LG의 옵티머스’는 자리를 다져 갑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뒤를 가장 바짝 뒤쫓는 제품들을 꾸준히 만들어냈습니다.


맥킨지의 컨설팅은 놀림거리가 되긴 했지만 마냥 틀렸다고만 볼 수도 없고, LG전자가 그 컨설팅 결과에만 매몰돼 스마트폰을 늦게 준비한 것도 아닙니다. 적절한, 그리고 꼭 필요한 경험을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옵티머스G가 준 경쟁력, ‘그룹의 힘’

[LG전자의 저력을 보여준 옵티머스G, 별명은 회장님폰]

LG전자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늘 비교됐죠. 특히 국내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이 늘 화젯거리고, 관심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초기에는 분명 갤럭시가 빠르게 치고 나갑니다. 이건 LG전자와의 비교가 아니라 세계 시장의 이야기입니다. 삼성전자는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중심으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LG전자는 그걸 못할까요? 아닙니다. 프로세서와 메모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부분은 여전히 LG가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IPS LCD,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LG화학의 배터리 등 그룹사 전체가 이 제품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최적의 제품을 만들어내죠. 그게 바로 2012년의 ‘옵티머스G’입니다.


G가 당시 구본무 회장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딴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그룹사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메시지가 옵티머스G에 녹아 있었지요.

[‘옵티머스’를 떼어낸 채 출시한 LG G2]

2세대 ‘G’ 시리즈 스마트폰이 나오던 당시에 LG전자는 ‘옵티머스’라는 브랜드도 떼어냅니다. 대신 G가 LG전자를 상징하는 핵심 브랜드가 됩니다. 브랜드 정리는 쉽지 않은 일인데 과감했다고, 그리고 옳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이를 계기로 LG전자 스마트폰은 날개를 답니다. 제품에 대한 기획, 기술력, 브랜드까지 다시 없을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G프로 시리즈는 물론이고 G2, G3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위협할 만큼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릴 때도 있었고, 세계 시장에서 반응도 좋았습니다. 드디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장 큰 저력을 만들어내는 ‘라이벌의 균형’이 시작되는 듯 했습니다.


다양한 기술적 시도들, ‘LG다움’

[시도는 좋았지만, 책임질 수 없었던 G5…]

LG전자의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기술적 도전’이 아닐까요? 실제로도 어떻게 보면 무모한 것 아닐까 하는 시도들을 많이 해 왔습니다. 요즘 인기를 누리는 광각 렌즈를 처음 더한 회사도 LG전자이고, 검지가 자연스럽게 닿는 뒷면 지문인식 센서도 LG전자의 작품입니다. 쿼드DAC으로 고음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 역시 LG 스마트폰의 특징입니다.


파격적인 시도도 많았습니다. 최근의 WING을 비롯해, 끝까지 빛을 보지 못한 롤러블 폰도 결국 LG그룹이 갖고 있는 경쟁력들을 스마트폰에 녹여내는 과정이었던 거죠.


하지만 모든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G5를 꼽습니다. G5는 2016년 MWC에서 공개됐습니다. 아래가 분리되는 모듈형 스마트폰이었죠. 이 모듈을 통해서 새로운 하드웨어 기능을 교체식으로 추가할 수 있었고, 이는 당시에 눈이 번쩍 뜨일만큼 놀라운 혁신이었습니다.

[실험적인 모듈형 구조 때문에 품질 이슈도 많았던 G5]

조립 PC처럼 모듈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게 당시의 분위기였는데, LG전자는 아주 명쾌하게 그 답을 찾아냈지요. 하지만 이 모듈은 이듬해 사라지게 됩니다. 모듈은 처음 G5와 함께 발표됐던 B&O의 32비트 오디오 DAC 어댑터와 카메라 그립 모듈 두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B&O와 협업한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

하드웨어를 덧붙여 기능이 더해진다는 아이디어는 놀라웠고, 실제로 오디오 모듈은 초기 반응도 좋았습니다.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너무 좋은 예였죠. 하지만 더 이상의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세대에서도 이 모듈을 활용하려면 디자인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 때문에 투자가 많이 들어가면서도, 수요가 한정되는 하드웨어 모듈 개발은 더뎌집니다. 그리고 다시 평범해진(?) G6가 출시되며, 한 세대 만에 모듈형 폼팩터는 실패로 남겨졌죠.

하지만 모듈에 대한 시도는 아직도 높게 평가합니다. 다만 조금은 더 길게 바라보고 더 많은 스마트폰, 많은 모듈을 내면서 명맥을 이어갔다면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플랫폼을 몇 달만에 일궈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죠. 길게 보고 책임있게 밀고 나가야 기술도, 브랜드도, 그리고 신뢰도 살아납니다.


빛나는, 그리고 아쉬운 G와 V의 브랜드 가치

LG전자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G와 V가 있습니다. G가 애초에 ‘슈퍼 노멀’을 목표로 두고 만든, 보편적 수요의 고성능 스마트폰으로 시작했다면, V는 조금은 엉뚱한, 하지만 LG다운 시도를 이어가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제품인 V10은 2015년 말에 조용히 등장했는데, 그 가치를 오히려 시장이 먼저 알아본 사례입니다. 주력 제품이었던 ‘G4’와 뭐가 다른지에 대한 답은 화면 위에 덧붙은 세컨드 스크린과 고음질을 내는 오디오 DAC으로 차별화가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음감(음악감상)용 폰’이라는 이름을 순식간에 따냅니다. 애플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에서 3.5mm 유선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됐는데 오히려 LG전자는 유선의 강점을 살려 고음질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것이죠. 그 경쟁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옵니다. LG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디스플레이 상단에 세컨드 스크린이 들어간 V20]

V의 또 하나의 강점은 세컨드 스크린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마트폰을 켜서 보는 습관을 갖고 있죠. 그걸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게 바로 이 세컨드 스크린입니다. 이 작은 화면은 늘 켜져 있고, 시계와 간단한 알림 메시지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음악 재생도 스마트폰 전체를 켜지 않아도 작은 창에서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차별점을 만들어낸 것이죠.

[듀얼스크린을 케이스 형태로 결합하는 방식의 V50]

하지만 그 마지막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프로세서의 흐름, 디스플레이의 변화 등 2020년을 즈음해서도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뒤따르면서 G와 V의 브랜드는 슈퍼 노멀과 혁신의 사이에서 희석되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같은 라인에 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하위모델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듀얼 스크린의 V50과 함께 발표된 G8은 다소 심심해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벨벳과 WING은 무엇을 남겼나

그렇게 오랫동안 LG전자 스마트폰을 지탱해 오던 G와 V가 지난해 2020년, 갑자기 자취를 감춥니다. 대신 LG전자는 한 해 동안 두 가지 주력 제품, ‘벨벳’과 ‘윙’을 내놓습니다. 과거의 영광이 머물러 있는 ‘초콜릿폰’ 시절의 작명법으로 되돌아간 셈입니다.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아름다움이 가장 큰 테마였던 벨벳]

벨벳은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로 설명됩니다. 대중적으로 손에 닿기 쉽지만 프리미엄의 특성은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지요. 하이엔드, 프리미엄 시장 대신에 그 바로 아래에 있는 합리적인 소비 시장을 노리는 제품이 플래그십이 된 셈입니다.

그렇지만 벨벳은 디자인에 특별히 공을 들였고, 카메라도 고급 제품 못지 않게 성능 좋은 것들을 잔뜩 심었습니다. 그리고 ‘매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프로세서를 한 단계 낮춥니다.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죠. 사실상 제품을 쓰는 데에는 성능 격차를 거의 느낄 수 없고,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서 제품을 기획한 것이겠죠.

하지만 시장은 스냅드래곤 700번대 프로세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결정적으로 9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확실한 경쟁력을 만들어내지도 못했습니다. 조금은 애매한 셈이었죠. 마침 애플이 꺼내놓은 2세대 아이폰SE는 가장 빠른 최신 프로세서를 넣고도 55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면서 ‘이게 가격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를 던졌죠.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벨벳의 가격 정책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는데, 비교당하기 딱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었죠.

무엇보다도 벨벳의 조금은 애매한 등장으로 G와 V가 쌓아놓은 오랜 브랜드의 가치가 사라졌고, 팬들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G와 V를 쓰던 이용자들이 벨벳으로 넘어가야 할 명분도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스위블 디스플레이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LG WING]

그리고 다음으로 등장한 ‘윙’은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LG전자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녹여져 있었습니다. 화면을 더 넓게 쓰고, 다양한 용도로 쓰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신기함’보다는 G와 V를 쓰던 이용자들이 마음 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 갤럭시S나 아이폰 이용자들이 ‘도전 정신’ 없이도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새로운 것, 변화, 혁신은 IT 업계에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변화가 지금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으니까요. LG전자의 빛나는 순간과 아쉬운 순간은 모두 ‘혁신’에서 시작됩니다. 놀라운 경쟁력이지요. 그리고 LG전자가 살려내지 못한 것들이 다른 브랜드를 통해 빛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도전이 전부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그 답은 늘 시장에 있었습니다. 참신한 도전들이 조금은 더 내부에서 믿음을 갖고 이어져 왔더라면, 그리고 변화의 중요한 방향성으로 소프트웨어에 힘을 쏟았다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던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걸까요.


저는 이 결정이 영원한 철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또 변화할테고, ‘전화기’가 아니어도 기회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겁니다. LG전자가 쌓아왔던 그 신선함, 도전 정신이 계속해서 여러 제품들을 통해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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