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XX을 여행하는 법: 뉴욕 편

조회수 2021. 4. 6. 11:5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안녕,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누구에게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다. 그곳의 풍경과 문화, 마주치게 될 사람들이 궁금해지는 곳. 버킷리스트를 들춰볼 때마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국의 도시 말이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요즘. 다시 비행기 타고 떠날 순간을 고대하며, 가보고 싶었던 도시의 맛을 지금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느껴보면 어떨까? 이름하여 ‘하루 만에 [ ]을 여행하는 법’. 한 달에 한 도시,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기분 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첫 여행지는 뉴욕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뉴욕이라고.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치열하고, 가장 자유로운 도시. 월스트리트의 분주함과 센트럴파크의 여유와 부시윅의 창조적인 에너지가 공존하는 곳. <나 홀로 집에 2>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파이더맨>과 <프란시스 하>의 배경이 된 바로 그 뉴욕을 우린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일단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뉴욕에 대한 로망을 키워가 보자.


[먹는 뉴욕]
“연희동에서 만나는 뉴욕 정통 베이글”
에브리띵 베이글

뉴욕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많다. 세계 최고의 대도시답게 아무 골목 아무 식당에 들어가도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뉴요커’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베이글 하나다. 적어도 내 상상 안에서는 그렇다.


바쁜 업무 중 잠깐의 점심시간, 센트럴파크로 나와 베이글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쬐는 단비 같은 햇살… 솔직히 나 같은 허세, 아니 로망 가진 사람들 많지 않나? 뉴욕을 동경하는 이라면 한 번쯤 품어볼 법한 버킷리스트 아닌가. 당장 이룰 수는 없으니 서울 연희동으로 향해보자. 에브리띵 베이글에 가면 정통 뉴욕 베이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뉴욕의 풍경과 문화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고향 연희동에 오픈한 베이글 가게. 오랜 뉴욕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 가장 그리웠던 것 중 하나가 베이글이었다고 한다. 만족스러운 베이글을 찾을 수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결국 직접 가게를 열기로 했다니 그 애정이 얼마나 남달랐는지 알 수 있다. 뉴욕 정통 베이글을 배우기 위해 맨해튼으로 날아간 그들. ‘BAZ BAGEL’에서 제조 기술을 전수받았고 이를 완벽하게 숙달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끝에, 2016년 을지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베이글은 김밥 같은 음식입니다.

누구나(Everyone), 어디서나(Everywhere), 매일(Everyday)

먹을 수 있는 간편하고, 부담 없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을 ‘EVERYTHING BAGEL’로 지었습니다.”

그렇지. 베이글은 참 안 질리는 빵이지. 헤비한 버거나 피자보다는 부담 없고, 크루아상보다는 든든하고, 게다가 커피와도 잘 어울리니 뉴요커에게 베이글만큼 만만한 선택지가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대체 ‘뉴욕 정통 베이글’이 뭔데? 결론부터 말하면 1907년 조직된 뉴욕 베이글 제빵사연합이 전수한 전통적 방법으로 반죽하고 베이킹한 것이 뉴욕 스타일 베이글이라고 한다. 밀가루와 몰트 시럽, 이스트, 소금과 물을 제외한 다른 재료는 일절 넣지 않고 수작업으로 반죽 성형을 한다. 실온과 냉장 숙성, 총 두 번의 발효를 거친 베이글 생지를 베이킹 전에 1, 2분가량 데치는 것도 중요한 과정. 뉴욕 외 다른 지역에서는 데치는 과정을 생략하거나 스팀 오븐으로 베이킹을 하기도 한다니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메뉴 구성 역시 기본적으로 뉴욕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을 중심에 둔다. 뉴욕에 대한 향수가 있는 이들이 그리워하고 좋아할 맛으로. “Born in New York, Made For Seoul”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다.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기본 플레인부터 블루베리, 호밀로 만든 베이글, 거기에 양귀비, 프레츨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종류까지. 주말에 가면 귀여운 레인보우 베이글도 만나볼 수 있다.

베이글에게 영혼의 파트너는 단연 크림치즈. 역시 종류가 많은데 ‘이건 베이글 크림치즈계의 진또배기다!’라며 호들갑 떨게 만든 쪽파 크림치즈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깔끔한 맛이 훌륭했다. 달달한 맛이 기분 좋은 메이플 월넛도 진한 블랙커피와 잘 어울린다. 다음에 가게 되면 무조건 연어 크림치즈를 먹어봐야지(연희동의 ‘롱보트 스모커@longboatsmoker’에서 만드는 훈제 연어를 사용한다).

귀여운 가게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크니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내부도 작지만, 뉴욕 특유의 자유롭고 캐주얼한 무드로 가득하다. 뉴욕의 오래된 건물들, 관공서나 지하철 역사가 떠오르는 인테리어를 둘러보다 보면 얼른 떠나고 싶은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도.


에브리띵 베이글 EVERYTHING BAGEL


  • 주소_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9
  • 영업시간_화-금 08:00~18:00 토, 공휴일 08:00~16:00(일, 월 휴무)
  • @everythingbagel_korea

[보는 뉴욕]
“까칠한 뉴요커의 진짜 뉴욕 이야기”
<도시인처럼>

여기 조금은 다른 뉴욕 가이드가 있다. 설렘과 기대를 부추기는 휘황찬란 뉴욕 뽐뿌 영상을 기대했다면 당황할지도 모른다. 맛집이나 핫플레이스 정보가 쏟아지는 것도, 그렇다고 뉴욕의 역사나 문화에 관한 깊이 있는 설명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니까. 화면을 가득 채우는 건, 삐딱한 70대 뉴요커가 쉴새 없이 던지는 풍자와 농담뿐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도시인처럼>은 뉴요커가 들려주는 진짜 뉴욕 이야기를 표방한다. 오랫동안 뉴욕에서 살아온 작가이자 비평가 ‘프랜 리보위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도시의 삶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늘어놓는다. 뉴욕의 문화와 예술, 대중교통, 돈, 건강 관리, 나이 등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에피소드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건, 친구이자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와 나누는 대화. 통통 튀는 말의 향연 사이사이에 다른 토크쇼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던 장면이나 뉴욕 거리 곳곳을 걷는 프랜의 모습이 삽입되기도 한다.

시니컬한 표정과 직설적인 화법이 인상적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만큼 짜증과 의문을 매일같이 안겨주는 애증의 도시. 뉴욕이라는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방식들을 삐딱한 내부자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의문을 던지고 거침없이 비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랜 시간 터득해온 삶의 자세와 기준에 대해 들려준다. 뉴욕만의 독특한 특징도 나오지만, 동시에 한국에 사는 우리도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점이 재밌다.

특히 6회 ‘건강하게 살기’ 편에서 나온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프랜은 어느 순간부터 뉴욕 시민 3분의 1이 요가 매트를 들고 다닌다고 불평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요가를 싫어한다고. 유치원생도 아니고 돌돌 만 매트를 들고 다니다니 대체 뉴욕 패션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거지! 저 솔직한 유치함에 낄낄거리다가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 관리, 웰니스 등이 어떻게 소비되고 유행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게 풍자의 매력인 건가.

혹여나 오해하지는 말자. 단순히 불평불만과 부정적인 에너지로만 가득 찬 내용은 아니니까. 프랜은 본인이 느낀 바를 장난스럽지만 명확하게 전달하고, 또 그럼에도 이 도시에서 나름 어떤 재미를 느끼고 깨달음을 얻고 애정을 키워왔는지를 은근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말에 동의할지 말지, 공감할지 말지는 온전히 보는 이의 몫. 다만 차갑고도 매혹적인 도시, 뉴욕에 대한 욕망은 또 한 번 꿈틀거릴 것이다.


도시인처럼(Pretend it’s like a city, 2021)


  • 장르_다큐멘터리
  • 연출_마틴 스코세이지
  • 출연_프랜 리보위츠

[마시는 뉴욕]
“브루클린 힙스터처럼”
브루클린 라거

ⓒBrooklyn Brewery

뉴욕의 화려함을 느끼고 싶다면 맨해튼으로 가야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월스트리트, 타임스퀘어 그리고 브로드웨이가 있는 곳으로. 하지만 펄떡거리는 에너지와 자유분방함이 살아 숨 쉬는 뉴욕을 만나고 싶다면 강을 건너보자. 새롭고 개성 있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좇는 이들이 모여드는, 브루클린으로.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리는 브루클린. 맨해튼에 비해 싸고 조용한 덕에 다양한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자기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내뿜는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발산하는 열기로 가득하다. 그만큼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문화에 기반을 둔 로컬 브랜드 역시 강세. 그중에서도 뉴욕 1위 크래프트 맥주 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명실상부 브루클린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다.

이 브랜드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려면 글이 길어지니 패스. 오늘은 브루어리 자체보다 이곳의 대표 맥주인 ‘브루클린 라거’에 대해 공유하고 싶다. 뉴욕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맥주라고 해서 확 관심이 갔는데 마셔보니 웬걸, 최근에 마신 맥주 중 가장 맛있었다.

수제버거의 성지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로 향했다. 처음 먹어보는 맥주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어보고 싶었으니까. 묵직한 수제 버거와 그 자리에서 꿀꺽꿀꺽 마시는 신선한 생맥주. 말이 더 필요한가.

이름부터 브루클린 냄새가 솔솔 나는 ‘브루클린웍스’ 세트를 주문했고, 먼저 맥주 한 모금 들이킨 뒤 크게 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정말이지 하루의 고단함이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브루클린 라거는 기본적으로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크게 거슬리는 맛 없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거기에 오렌지/자몽의 은은한 과일 향이 기분 좋게 맴돈다. 극단의 맛보다는 전반적인 구조감과 하모니가 좋아 여러 잔 마시기에 좋다는 브루클린 브루어리 CEO의 말에 공감. 패티의 육즙과 치즈를 입안 가득 밀어 넣고 나서 브루클린 라거를 한 모금 마시면 칼로리 따위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두툼한 프렌치프라이와의 궁합도 생각 이상으로 좋아서 배만 덜 불렀으면 한 잔 더 시키고 싶었다니까(한 잔 마시고 얼굴 벌게진 건 비밀).

ⓒBrooklyn Brewery

개인적으로는 피맥 조합이 무척 기대된다. 피자 덕후로서 브루클린 라거는 페퍼로니 피자 혹은 치즈피자와 환상의 조합일 거라 예상해본다. 점점 날도 따뜻해지고 있으니 야외 테라스가 있는 펍에 앉아 먹는다면… 아, 벌써 행복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뉴욕에 가게 되는 날,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에 위치한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장에 한 번 들러봐도 좋겠다. 사전 신청을 하면 맥주 제조 과정을 살펴보고 맛있는 크래프트 맥주들도 시음할 수 있는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브루클린 라거 Brooklyn Lager


제조_브루클린 브루어리

도수_5.3도

가격_7,500원~8,500원 (판매처별로 상이)

@brooklynbrewerykorea


[읽는 뉴욕]
“로컬 브랜드로 바라보는 뉴욕 라이프스타일”
<어반 리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도시. 벼르고 벼른 만큼 얕고 뻔한 여행은 싫다. 좀 더 생생하고 풍부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결국 핵심은,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과 일을 들여다보는 것. 다양한 고민과 가치관, 그 가운데 형성된 문화와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는 것.


그렇다면 이제 ‘지역 기반 브랜드와 소상공인들’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도시의 생존 방식과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창조적 에너지를 한데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반 리브>는 그 점을 정확히 파악한 로컬 비즈니스 & 트래블 매거진이다. ‘도시의 삶을 경험하는 여행잡지’라는 모토 아래, 자기만의 사업을 이끄는 지역 소상공인과 브랜드를 중심으로 도시를 소개한다. 한 호에 하나의 도시를 다루는데 교토와 오사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권이 나왔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 그럼에도 코로나 종식만을 기다리며 틈틈이 여행 정보를 찾는 이들에겐 더없이 흥미로운 자료로 사랑받고 있다.

ⓒurbanbooks

뉴욕은 5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뉴요커들은 어떤 가게를 사랑하는지, 그들이 공유하는 삶의 태도와 일하는 모습은 어떠한지 궁금하다면 이 꿀 같은 정보를 놓치지 말길. 편집부의 꼼꼼한 기획과 5년 차 뉴요커인 박성희 저자의 생생한 경험 아래 음식, 커피, 패션, 디자인, 리빙 등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여러 로컬 브랜드와 숍들이 심층 인터뷰와 정보성 기사, 에세이 등 다채로운 형식에 담겨 펼쳐진다.

‘르 라보 Le Labo’나 ‘글로시에 Glossier’처럼 요즘 핫한 브랜드 얘기도 들어볼 수 있다. 에그드랍이나 에그슬럿 정도만 알던 나의 시선을 잡아끈 ‘에그 샵 Egg Shop’이라는 가게의 인터뷰도 흥미롭다.


고유한 개성의 지역과 동네를 기반 삼아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을 일에 녹여내는 뉴욕 소상공인들. 빠르고 치열한 도시 속에서 인정받고 생존해 나가기 위한 각개전투를 엿보는 과정은, 자유와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건강한 영감과 자극은 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당장 떠나고만 싶은 마음을 계속 불어넣는다는 거? 얼른 가서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해보면 더 좋을 텐데. 그래도 열심히 메모장에 옮겨 적어본다. 머지않아 이 리스트를 활용할 날이 올 거라 믿으며.


<어반 리브> No.5 NEW YORK


  • 저자_어반리브 편집부, 박성희
  • 발행_어반북스
  • 가격_1만 4,400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