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메뉴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디에디트

멍멍이와 캠핑갈 때 이건 꼭 알고 가자

2,461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안녕. 바깥 이야기를 나누는 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백패킹을 다녀온 얘기를 하려고 한다.

내게 반려견은 판타지 같은 존재였다. 촉촉하고 까만 코를 들이밀며 놀자고 조르는 강아지, 신나게 달리고 와서 첩첩첩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시는 강아지, 폭신하고 해가 잘 드는 곳을 찾아 엎드려서는 꾸벅꾸벅 조는 강아지. 그리고 그 귀엽고 착한 강아지와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기대어 오손도손 노는 장면은 생각만해도 그 즉시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만 내겐 그 장면이 가족 영화나 공익 광고 속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우리 집은 마당도 없고 산책할 사람도 없어서 강아지를 데리고 있을 수 없다는 엄마의 단호한 대답을 기억한다. 시골 할머니 집에도 강아지가 없었고, 친한 친구 집에도 없었다. 그렇게 멀리서만 강아지를 보고 자란 아이는 여전히 멀찌감치 서서 속으로만 귀여움에 환호를 지를 뿐 다가가지 못한다. 강아지랑 가까워질 기회가 생겨도 여전히 낯가리는 건 내 쪽이다. 어딜 만져줘야 하는지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도 잘 몰라 실례를 범할까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과 강아지가 다정하게 산책을 하는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멋지게만 보인다.

그런 나에게 강아지와 함께 백패킹을 갈 기회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다가 서로 팔로우를 했다. 댓글을 주고받다가 ‘언제 한 번 같이 캠핑 가요~’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게 실현되는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친구의 이름은 아인이다. 올해로 다섯 살이 되었고, 한 살부터 캠핑을 다녔다. 아인이는 산에서도 잘 걷고, 잘 먹고, 또 잘 잔다. 아인이랑 씩씩하게 걷고, 공놀이를 맘껏 하고, 맛있는 거 나눠 먹고, 포근한 침낭에서 실컷 자야지.

미리 날짜를 잡아 두었는데, 일기 예보가 꾸물꾸물 예사롭지 않다. 결국, 당일 영하 십 도의 추위에 맞닥뜨렸다. 오래 산길을 걷고 야외에서 자기엔 불편할 날씨였다. 기껏 연차도 낸 데다가 다시 세 명의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예정대로 짐을 챙겼다. 셋 다 다음으로 미루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을 텐데, 누군가 먼저 말하길 기다리다가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른다.


기준! 댕댕이 우선!

반려견과 함께하는 아웃도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준을 반려견에 맞추는 것이다. 약속 날짜를 미루지는 못했지만 대신 장소를 변경했다. 도시에서 가깝고, 덜 걸어도 되는 평지를 선택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백패킹에서는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그놈의 모험심에 휘말려 “풉, 너 찌질이야? 고작 이 추위에 질 거냐? 아, 그럼 빠지시던가~” 이렇게 자극한다고 함께할 수 있는 게 아니다(사람에게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거리와 날씨는 반려견을 기준으로 맞춰야 한다. 정황상, 묻고 답할 수 없으니 인간이 대신 꼼꼼히 사전 조사를 하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먹고 놀고 자는 시간도 작은 친구에게 먼저 맞추고, 짐이 늘더라도 친구에게 필요하다면 챙겨야 한다.


당신의 반려견을 알라

강아지는 다들 산책을 하고, 눈이 오면 즐거워하니까 산에 오르고 캠핑하는 것도 모두가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한국인은 모두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후식으로 불닭볶음면을 먹을 거라 생각하는 수준의 무식이자 무례였다. 반려견과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는 강아지의 성격과 특징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불편하고 힘들게 굳이 밖에서 자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듯,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다른 동물이 가까이 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바람 소리에 예민하거나, 잠자리가 바뀌는 걸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캠핑을 시작해가며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아두자. 여러 환경에서 산책해보는 것도 좋다. 산은 잘 타지만 텐트에서 자는 건 싫을 수도 있고, 넓은 캠핑장에서 야영하는 건 좋지만 오래 걷는 건 싫을 수도 있으니. 아무쪼록 필요한 건, 반려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어떤 날씨를 힘들어하는지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우리의 강아지 친구 아인이는 추위를 타지 않는다. 물에 그릇을 따라 놓는 족족 얼어붙던 날씨에도 그는 텐트를 박차고 유유히 산책하러 다녀오곤 했다. 인간들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동안.


반면 아인이는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여름에는 짧은 외출도 힘들어한다. 추위를 타는 강아지라면 미리 침낭, 패딩, 핫팩과 같은 온열 제품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영하의 날씨라면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 무리해서 아웃도어 활동에 스트레스를 줬다가는 앞으로 함께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자연 환경은 집보다 훨씬 변수가 많다. 강아지가 불이나 뜨거운 난방 기구에 가까이 갔다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다른 동물을 쫓다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아무거나 주워 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흥이 많은 편이라면, 적어도 ‘안돼’, ‘기다려’와 같은 훈련을 마친 다음에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또 이름을 불렀을 때 바로 달려올 수 있어야 모두가 마음 놓고 집 밖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캠퍼 멍멍의 준비물

아인이 아빠가 챙겨온 준비물은 간단했다. 물 그릇(겸 밥그릇), 사료와 우유, 테니스공, 하네스, 리드 줄, 강아지 침낭, 비상 약품이 전부였다. 인간들은 약간의 소고기를 양념하지 않은 채 브로콜리와 함께 구워 먹었고, 같은 음식을 식혀서 아인이에게도 줬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음식을 선택해 적은 양만 먹었다. 백패킹에서 쓰레기는 곧 내 어깨와 등이 짊어져야 하는 짐을 뜻하니까.

아인이의 하네스와 침낭은 브랜드 ‘러프웨어(Ruffwear)’의 것이다. 칼바람 부는 영하 20도가 아니고서는 아인이는 침낭에 들어가 자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몰라 매번 들고 다니는 인간을 위해 아인이는 바닥에 깔고 자는 정성을 보였다. 만약 강아지가 추위를 탄다면, 패딩이나 플리스 의류, 텐트와 의자처럼 강아지용 아웃도어 제품이 따로 나와 있으니 약간의 날씨 변수를 이겨낼 방법은 꽤 있는 듯하다.

캠핑장을 예약한다면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장소를 결정하고 나면 근처 동물 병원 위치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급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아, 배설물을 치울 도구도 필요하다. 언뜻 풍요로운 토양을 위한 영양가가 될 것 같지만, 다른 야생동물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고, 환경 오염이 된다.

평소 반려견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다면 빼놓지 말고 챙기자. 아인이는 원반 던지기를 좋아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라 대신 테니스공을 준비했다. 아무 나뭇가지나 던지고 놀아도 즐겁긴 했다. 좋아하는 담요나 인형이 있다면 같이 가져오면 좋다. 집이 아닌 곳에서 느끼는 낯선 불안을 달래는 데 좋기 때문이다. 쓰고 보니 정말 친구랑 백패킹 갈 때와 크게 다를 바가 거의 없다. 같이 잘 놀려면 배려, 배려, 그리고 또 배려다.

혼자 백패킹을 다니던 인간은 아인이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혼자라서 심심할 걱정도 없고 외롭지도 않다고 했다. 산길을 오래 걸을 때면 도란도란 말을 건네느라 지루하지 않고,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야생 동물이 텐트 근처에 오면 아인이가 먼저 알아채고 짖기도 한다. 아내와 차를 타고 캠핑하러 다닐 때도 아인이가 있어 좋다고 했다. 신경 쓸 것도 많지만, 더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고.

평소에 운동이 부족한 나는 아인이가 만족할 만큼 공을 던져주지 못했다. 귀 뒤를 만져주면 가장 좋아한단 걸 알았지만, 내 손가락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산책도 5분 단위로 끊어 겨우 했다. 상상하던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반려견과의 캠핑 씬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준비하고 신경 쓸 게 더 많은데도 반려견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의미를 알았다. 아인이가 없었다면 인간들은 텐트 밖으로 굳이 나올 일이 없었을 날씨였다. 씩씩한 친구와 함께 공놀이하고 바위 언덕을 오르지 않았더라면 뜨거운 초콜릿과 얼그레이 차를 번갈아 홀짝이다가 잠깐 볼일을 보러 나오는 것 말고는 할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차게 식은 휴대폰 대신 보드라운 아인이를 쓰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무리하는 데서 느끼는 쾌감 같은 것도 있겠지만, 다른 누구에게 맞추느라 무리하지 않는 데서 느끼는 편안함도 있었다. 하마터면 정말 산 중턱에서 이를 딱딱 부딪치며 밤을 지새울 뻔했지 뭐야. 다음엔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도 미리 준비하고, 팔 운동도 열심히 해 두어야겠다. 다음에 아인이가 또 우리랑 놀아준다고 할 때 먼저 지치지 않도록.

작성자 정보

디에디트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