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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여의도 애플 스토어는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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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을 가면 꼭 사야 할 것은 있어도 꼭 가야 할 곳은 없다고 믿는 타입입니다. 유명한 관광 명소라고 해서 무조건 들러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각 도시의 애플 스토어는 시간을 내서 꼭 방문하는 편입니다. 딱히 사야 할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애플 스토어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물건을 팔지만, 그 공간이 풍기는 느낌은 각 도시의 색채에 맞게 달라지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애플스토어라고 불리는 런던 코벤트 가든의 스토어가 대표적입니다. 오래된 건물의 구조와 채광을 그대로 살려 정말 멋진 공간을 만들어 냈죠. 애플 스토어 곳곳에 앉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이국적’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애플 스토어가 생기기 전에는 더더욱 그랬죠. 어떤 브랜드의 물건을 파는 ‘가게’에 사람들이 들어와 아무것도 사지 않고 구경하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사용법을 배우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잖아요? 맞습니다. 애플은 ‘스토어’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애플의 경험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도록 공들여 설계해 왔습니다. 그래서 애플 스토어가 없던 시절엔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국내 사용자들의 원성이 대단했습니다. 2018년 1월에야 가로수길에 첫 번째 스토어가 생겼으니, 국내 아이폰 런칭 이후로 거의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죠.

드디어 국내 두 번째 애플 스토어가 오픈합니다. 모두 알고 계시는대로 여의도 IFC몰 내에 위치한 애플 여의도입니다. 저는 정식 오픈 이틀 전에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 초대되어 미리 스토어를 체험해보고 왔습니다. 정식 오픈은 2월 26일이고, 그날은 웹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한 고객만 방문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여태까지 애플이 국내에서 보인 행보와 코로나19 상황을 모두 고려했을 때, 생각보다 빠르게 두 번째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고 봅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뜻도 되겠죠. 실제로 애플을 통해 가로수길 매장에 개점 이후 수백만 명의 고객이 방문했으며, 정확한 순위까진 알 수 없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점 중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애플 여의도는 가로수길처럼 단독 스토어는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해있는 애플 스토어가 상당히 많은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매장에서는 그 스토어만의 개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긴 어렵죠. 대신 ‘여의도’에서도 ‘IFC몰’이라는 입지 조건 덕분에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스타벅스 매장과 마주 보고 있는 위치였는데, 그래서인지 주변 다른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애플 매장에 불이 들어온 걸 보고 인증샷을 찍고 가는 사람들도 여럿이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여의도는 서울의 금융과 정치의 중심지죠. 신사동 가로수길과는 완전히 다른 상권을 꿰차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내부에 비치된 데스크의 수는 가로수길과 동일합니다. 판매 중인 제품군도 당연히 동일하구요. 새로운 스토어의 개점과 함께 국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도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여의도 매장의 스텝만 117명이고, 글로벌 고객을 위해 6가지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스텝들이 모여있다는 뜻이겠죠.

스토어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애플 여의도만을 위한 맞춤 사과 로고였습니다. 국내 일러스트레이터인 석윤이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는데요. 사과 로고 안에서 고층빌딩 같은 형상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컬러풀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실제로 여의도의 고층빌딩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이 사과 로고가 플레이되는 스크린 앞으로 작은 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을 ‘포럼’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서 애플 스토어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Today at apple’ 세션이 진행됩니다. 아이폰 기본 카메라로 사진을 근사하게 연출하는 방법이나, 슬로우 모션을 재미있게 활용하는 꿀팁, 애플펜슬을 이용한 드로잉과 페인팅까지. 요즘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지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죠. 저도 오늘 간단하게 체험해보고 슬로우모션 비디오를 하나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양 벽 끝으로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은 애비뉴라고 부릅니다. 여긴 아이폰 케이스처럼 컬러풀한 제품을 하나의 아트워크처럼 진열해 놓아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애플 스토어와 드라마틱하게 다른 점은 없지만, 저도 바깥나들이가 오랜만이라 이것저것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여기 온 덕분에 여태 실물을 보지 못했던 에어팟 맥스의 그린 컬러를 처음 만져볼 수 있었어요. 아주 오묘한 컬러였습니다.

제품을 하나하나 구경하고 있으니 스토어 스텝들의 친절한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이건 애플워치 시리즈6 블랙 유니티 에디션인데요. 범아프리카기의 컬러를 모티브로 시계 밴드와 페이스를 디자인해서 강렬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이것도 실물이 궁금했는데 오늘 처음 구경해봤네요.

여의도 매장의 모든 스텝들이 친절하게 먼저 다가와 줬지만, 안전을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한 발짝 떨어져서 대화해야 하는 상황이 좀 서글프기도 했어요. 예전에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 처음 들어가던 날엔 모두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스텝들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마다, 마스코트처럼 미모지가 그려져 있더군요. 마스크 때문에 서로 얼굴이나 표정을 보지 못한 채로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친근감을 줄 수 있도록 각자의 미모지를 인쇄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좋은 아이디어죠.

사실은 제가 애플 여의도에서 1호 구매자 타이틀을 차지해버렸습니다. 애플 가로수길에서도 우연히(?) 에어팟을 구매했다가 1호 구매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실 조금 노리고 구입했어요. 봄이 다가오니까 화사한 컬러의 아이폰 실리콘 케이스를 하나 샀고, 그것만 사면 아쉬운 것 같아서 에어팟 맥스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호호. 약간은 치사한 방법으로 1호 구매자 자리를 탈환해 버린 만큼, 오늘 구입한 에어팟 맥스는 선물로 드리려고 해요. 조만간 유튜브에서 이벤트 진행해 볼게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어떤 도시에서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애플 스토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애플 제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초기에 어떻게 셋업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수리가 필요할 때 기술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애플 기기를 활용해서 어떤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지 교육도 받을 수 있죠. 말 그대로 앱등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입니다. 그렇다 보니 애플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 생활 반경에 애플 스토어가 있는지, 없는지가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애플 스토어가 아예 없던 시절엔 불편했던 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고, 서울 외의 도시에 거주하는 애플 사용자들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차례 국내에서 애플의 서비스 문제가 불거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 더 성숙한 응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구요. 하지만 애플 제품을 여럿 사용하는 입장에서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스토어가 생겼다는 건 분명히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 서울 외의 다른 도시에도 사과 마크가 그려진 스토어가 빨리 들어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랜드마크가 늘어날수록 서비스에 대한 경험도 좋아질 테니까요. 애플 여의도 방문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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