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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도 되는 전시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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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객원 필자 김은아다. 체력만 따라준다면, 성수동에서 점심을 먹고 뚝섬 카페에 갔다가 금호동에서 한 잔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가급적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예의를 갖추는 일일 터. 문화생활부터 식사, 카페, 또는 여행까지 한 번의 외출 안에 최소한의 이동으로 최대한 많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다익선 전시들을 골랐다.


1
<굿즈모아선물의집 – GOODS FOR YOU>

구슬모아당구장은 미술계를 힙으로 줄세운다면 맨 앞에 당당히 자리할 대림미술관의 세컨드 브랜드 갤러리다. 이곳은 대림미술관 특유의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더욱 아기자기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해왔는데, 지난 여름에 관람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안고 광화문 한복판 디타워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시 <굿즈모아선물의집 – GOODS FOR YOU>는 새 터전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공간이 미술관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은 만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도 액자 속에만 갇혀있지 않다. 전시에는 남다른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기영진, 김수진&김수현, 드로잉메리, 로지킴, 리루, 마키토이, 서정하, 유총총, 이주영, 혐규 작가)이 참여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디자인, 설치, 이모티콘,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굿즈로 판매하는 것.

[왼쪽부터 미숫가루 털짐승, 클래식 오므라이스, 촛불 강아지ⓒ띠로리]

두루마리 휴지, 화병, 러그, usb카드, 일회용 카메라 등 일상에 위트와 감각을 더해주는 작품이 가득하다. 올해부터는 소띠 해를 맞아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한 소 드로잉을 담은 다양한 굿즈도 판매 중이다. 전시장 방문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굿즈모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도 전시 관람(?)도 가능하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작품 한 점으로 유쾌함을 더해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 2020.7.1~2021.6.30

📍구슬모아당구장


2
<박래현, 삼중통역자>

[박래현의 ‘노점’, 1956, 종이에 채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우향 박래현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로 자리를 옮겨 관람객을 만난다. 다른 전시보다는 큰 마음을 먹고 나서야할지 몰라도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자신있게 소개한다. 무엇보다 전시를 보러 충북 청주시까지 가는 이는 많지 않을 테니까 나름 언택트 문화생활이라고 우겨본다.

[박래현의 ‘어항’, 1974-75, 종이에 채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 제목인 ‘삼중통역사’는 그 자신도 예술가이면서도 유명 화가(운보 김기창)의 아내, 네 자녀의 어머니라는 다중의 역할을 소화해야 했던 박래현의 삶을 표현한 단어다. 전시는 초기작인 동양풍의 현대화부터 새로운 기법과 장르로 뻗어나간 후반의 태피스트리와 판화 작품을 망라한다.

[박래현&김기창의 ‘봄C ‘, 1956, 종이에 수묵채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작품을 둘러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글’이다. 작가는 집안일과 육아, 청각장애가 있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마친 밤에서야 자신만의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수필로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다. 전시장에는 여러 편의 글이 발췌되어 있는데, 올해 발표한 에세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을 만큼 세련된 유머와 시니컬함을 담고 있다.

세 가지 역할을 해내려 했으나 혹시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뇌 역시 높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이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40대에 이르러 자신의 예술에서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 여태껏 쌓아온 내공이 세계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만나 추상에서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이어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을 안긴다.


[김기창의 ‘화가 난 우향’, 1960년대, 종이에 채색. 사진=공간화랑 제공]

전시를 위해 먼 길을 떠나온 보람을 느끼게 하는 작품도 있다. 남편 김기창이 그린 박래현의 초상화 <화가 난 우향>은 청주에서만 선보이는 작품이다. 전시를 관람했다면 미술관으로 시선을 옮겨볼 차례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한국 최초로 개방 수장고를 갖춘 미술관이다. 수장고는 쉽게 말해 예술품 보관소인데,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 평소에 어떻게 관리되고 보관되는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립미술관과 정부, 미술은행의 방대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 1.26~5.9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3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천경자의 ‘정원’, 1962, 종이에 채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는> 특히 1930~1950년대 문학과 미술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전시다. 알다시피 이 때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문인과 화가가 탄생한 때이기도 하다. 이들은 경성의 다방과 술집에 모여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곤 했다.

[왼쪽부터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 캔버스에 유채.

황술조의 ‘자화상, 1939, 캔버스에 유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정지용, 이상, 박태원, 김기림, 이태준, 김광균 등 한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이들은 마찬가지로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본웅, 황술조, 김용준, 최재덕, 이쾌대, 이중섭, 김환기 등의 작가와 관계를 이어가며 지적인 연대를 쌓아갔다. 전시에서는 이 돈독한 관계 속에서 탄생한 작품 140여 점을 비롯해 다양한 글과 시각 자료 500여 점이 함께 공개된다.

[김환기의 ‘달밤’, 1951, 종이에 유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중섭의 ‘시인 구상의 가족’, 1955, 종이에 연필, 유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전시는 단지 먼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을 그 시간으로 데려간다. 당시 예술인들이 누볐던 ‘장소’를 테마로 전시장을 구성해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 제비, 대중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던 신문사와 잡지사의 편집실 등에서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도전을 추구했던 예술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너무나 친숙한 바로 그 시집의 원본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발행, 1925.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관람 후에는 덕수궁을 한 바퀴 산책하거나 고즈넉한 정동길을 걸으며 전시의 여운을 느껴보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15분 정도만 걸으면 나오는 광화문 디팰리스도 추천 코스. 핫한 카페와 식당, 와인숍까지 들를 만한 곳이 많은 데다 주말에는 한적해서 언택트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2.4~5.30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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