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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영화 두 번 봤습니다, <승리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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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영화 애호가 에디터B다. 많은 이들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던 <승리호>를 드디어 봤다. <승리호> 감상평을 읽기 전에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고 가자.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제작비. 제작비만 무려 240억 원이다. 한국 영화 중 200억 원을 넘어가는 제작비의 영화를 찾기란 쉽지 않다. CG 작업이 많이 들어간 <신과 함께>가 편당 170억 원,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블록버스터 중에는 <반도>가 190억 원 정도다. 100억 원만 넘어가도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이는데, 240억이라니 입이 떡하고 벌어질 만하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저예산 영화로 분류되겠지만.

그리고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캐스팅. 송중기,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 이후 3년 만에 스크린 컴백이고, 송중기는 <군함도> 이후 4년 만에 복귀작이다. 거기에 물이 오를 때로 오른 진선규와 믿고 보는 유해진이라니. 재미없기도 힘든 조합이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SF 장르라는 점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SF 자체가 드문데, <승리호>는 그중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로 분류된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극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인터스텔라>, <그래비티>처럼 무겁기보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워즈>, <스타트렉>처럼 유쾌하고 신나고 상업적인 영화를 떠올리면 된다.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빠르게 영화 감상평을 풀어보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있으니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독자는 페이지를 서둘러 빠져나가자.

일단 줄거리부터 짧게 설명하자면 때는 2092년. 지구는 숨쉬기 힘들 정도로 황폐해졌다. 지구 밖 우주에는 우주개발기업 UTS가 운영하는 시민 거주 단지가 있다. 이곳은 지구와 달리 아름다운 숲이 있고, 호텔까지 있다. 하지만 아무나 UTS에 거주할 수 없다. UTS 시민권은 인류의 5%에게만 부여되고 나머지 95%의 시민은 지구에 남아있거나 노동 비자를 받아 우주 노동자로 일한다.

<승리호>의 네 주인공이 바로 우주 노동자 계급이다. 그들은 우주에서 떠도는 우주 쓰레기를 치우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꽃님이라는 여자 꼬마 아이를 승리호에 태우게 되고, 그 아이가 지구 환경 재생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가 <승리호>의 간단한 줄거리다.

대충 짐작이 되겠지만, 별다른 희망 없이 근근이 살아가던 승리호 선원들이 꽃님이(박예린 분)를 만나 희망도 찾고 열정도 찾고 빠샤빠샤 우리가 다 이겨주마 하는 이야기다. UTS의 창업주인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분)은 처음에는 착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악역이고, <킹스맨>의 발렌타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처럼 쓸데없는 인간들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몹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꽃님이의 대사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이 대사를 내뱉는 순간 ‘나 이제부터 중요한 얘기할 거야’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아, 조성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저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류층와 하류층, 부자와 빈자 같은 대결 구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승리호>에서는 ‘우주 청소부’라는 직업과 맞물리면서 꽤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메시지를 대놓고 관객에게 전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아이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조성희 감독은 초기작부터 아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많이 맡겼다. 단편 <남매의 집>에서도 그랬고, <탐정 홍길동>에서도 그랬다. 어찌 보면 <늑대소년>에서도 외형은 어른이나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가 주인공이었으니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일관성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꽃님이 캐릭터를 연기한 박예린 배우의 연기력이 정말 탁월했다. 승리호 선원들이 점점 꽃님이의 귀여움에 매료되는데 과연 그럴만하다. 특히 토마토 장사를 하며 해맑게 뛰어가는 장면은…악..심장…

많은 사람들이 CG는 어땠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색한 부분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도. 그래픽과 그래픽이 아닌 것이 조화롭게 보였다. 꽤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승리호의 우주 청소 작업과 업동이(유해진 분) 액션씬이다. 우주 청소선은 작살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가는데, 오프닝을 장식하는 승리호의 화려한 등장씬은 몇 번이고 봐도 질리지 않을 듯하다. 새까만 우주와 허공을 가르는 작살이라… 굉장히 신선한 이미지다. 다른 SF에서는 이런 거 못 봤다. 영화 중후반으로 가면 작살잡이 업동이가 우주선에 작살을 꽂으며 마치 타잔처럼 날아다니는데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중 가장 화려한 장면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작비의 한계로 우주 청소선 특유의 액션신이 부족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우주 청소선이라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운데, 정작 그런 장면이 겨우 몇 번밖에 나오지 않는 건 아쉬웠다.

처음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유해진을 캐스팅해놓고 로봇으로 쓴다’는 것에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살짝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근데 막상 그의 연기를 보니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었나 싶어서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유해진은 목소리만으로도 101%를 발휘하는 배우였다. 영화 속에서 업동이는 진선규가 맡은 타이거 박과 함께 대부분의 웃음을 책임진다. 웃음 타율도 높은 편이다. 물론 <해적>의 산적 철봉이나 <타짜>의 고광열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점에서 기시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유해진의 코믹한 연기는 언제봐도 지겹지가 않다. 특히, 업동이가 현란하게 패를 섞고 입으로 심리전을 펼치는 화투 장면이 있는데 조성희 감독이 고광열을 생각하며 넣어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광렬이 떠올랐다.

자, 업동이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말하고 이제 김태호(송중기 분), 장선장(김태리 분)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자.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불만이 있다.

<승리호>의 드라마는 철저히 태호(송중기 분)를 중심에 두고 있다. 태호는 UTS 소년병 출신으로 전쟁밖에 모르고 살다가 순이라는 꼬마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그동안 저질렀던 살상을 반성하고 군인을 그만두게 된 인물이다. 그러다 자신의 잘못으로 나중에는 순이마저 잃게 된다. 그의 목표는 자기 때문에 죽은 순이의 시체라도 우주에서 찾아내는 것. 하지만 돈이 없는 가난한 우주 청소부이기 때문에 그에겐 돈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런 주인공이 꽃님이라는 꼬마를 만나 조금씩 변하게 된다. <승리호>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문제는 제목이 <승리호>인 것에 비해 영화는 한 인물에 너무 많은 스토리를 할애하고 있다는 거다. 영화 포스터를 봐도, 제목을 봐도 ‘아, 이 영화는 네 명의 인물이 펼치는 우주 액션 활극이겠구나’ 싶은데, 정작 2시간 16분을 보면 태호와 꽃님이 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영화의 메인 빌런 역시 태호를 소년병으로 발탁하고 엘리트로 키워낸 개인적인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다 보면 ‘어? 이거 승리호가 아니라 송중기 외 3인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막장 인생끼리 만나 대안 가족이 되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올려보자. 조금 더 비중이 있는 인물이 있기는 하지만 오직 한 명에게만 집중되는 않는다. 타노스와 관련한 가모라의 사연, 엄마를 그리워하는 스타로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로켓이나 드랙스의 이야기도 임팩트 있게 할애된다. 몇 개의 대사와 장면만으로도 각자 어떤 상처와 사연을 가진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승리호>에서는 그런 밸런스를 느낄 수 없다. 장선장 역할을 맡은 김태리의 멋진 역할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장선장은 UTS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공학 재원으로 레이저 건, EMP 지뢰 등을 최초로 고안한 천재라는 설정이다. 19세에 UTS에 반감을 품고 탈출해서 해적단을 조직하고 제임스 설리번을 암살하려고 했던 대단한 인물인데, 몇 마디 대사를 통해 언급만 될 뿐 중요하게 활용되지는 않는다. 한때 잘 나가는 갱단의 두목이었던 타이거 박, 전투 로봇이었던 업동이의 줄거리 희미한 건 마찬가지다.


나는 장르 영화의 덕목은 장르적 재미를 배신하지 않는 거라고 믿는다. 스페이스 오페라, 액션, 좌충우돌 포스터의 네 명을 보는 순간 관객은 각자 다른 네 사람이 만나 갈등을 겪다가 하나가 되는 감동 서사를 느끼고 싶어 하는데, <승리호>는 그 지점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캐릭터의 균형이 아쉽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승리호>는 분명 괜찮게 만든 상업 영화다.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국어가 들리는 위화감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위화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영화 초반 ‘승리’라고 거칠게 적힌 우주선이 새까만 우주를 가로지르는 순간 짜릿함까지 느껴졌다.

한국 영화에서 덴마크어, 중국어, 프랑스어, 나이지리아 피진어, 따갈로그어, 아랍어 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가 들리는 경험도 꽤 재미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청소부들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치는 장면도 익숙하지만 뭉클하다. 마치 우주판 행주대첩을 보는 기분이랄까. 완전히 미래적이라기보다는 고철 덩어리처럼 보이는 우주선 디자인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영화의 사운드가 좋다고 말하는데 그걸 100% 즐길 환경이 안된다는 거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못 보다니… 극장용으로 만든 영화를 작은 모니터로 보고 영화가 이러니 저러니 말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이 글은 읽는 독자는 부디 사운드가 좋은 시설에서 <승리호>를 감상하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유해진 배우의 말을 덧붙인다. “그…요즘 사운드바가 저렴하고 좋은 게 많던데…” 아무래도 사운드바를 사야겠다.


p.s. 영화를 보기 전에 싱싱한 토마토를 사두는 게 좋다. 토마토 먹방이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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