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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14만 원짜리 빗의 엄청난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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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M이다. 얼마 전 빗을 샀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 사이즈 주제에 가격은 금으로 만든 것처럼 비싸다. 솔직히 내 손에 들어오고 난 뒤까지도 반항심이 있었다. 빗이 좋아봤자 빗이지. 그런데 이거 정말 정말 물건이다.

유독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쥐어짜듯 걸려있던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느낌이 낯설다. “어? 무슨 일이지?” 황급히 거울을 확인한다. 버석거렸던 머릿결이 차분해지고, 심지어 탱글거리기까지 한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탈색 6년 차의 네 머리카락에 그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말이다. 이건 마치 무생물이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을 갖게 된 것 같은 기묘함이었다. 비록 남들이 눈치채진 못 했을지라도 나는 안다. 이유가 뭘까? 샴푸를 바꿨나? 아니. 헤어 에센스? 아닌데. 가만 생각해보니 얼마 전 빗을 새로 샀다. 그것도 14만 원이나 주고. 고백하자면 ‘헤어빗의 롤스로이스’라는 천박한 문구에 혹했다. 정말 좋으면 소개하면 되지. 나의 소비에 합리화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빗의 이름을 너무 늦게 말했지? 이 빗은 메이슨 피어슨(MASON PEARSON). 무려 158년 전부터 영국 왕실의 머릿결을 책임져준 제품이다. 빈티지한 박스부터 멋지다. Made in UK. 내가 영국에서 만든 빗을 산 게 웃겨서 일부러 떼지 않았다.

흰 것은 나일론 모요, 검은 것은 멧돼지 털이다. 멧돼지 털을 특수 가공한 뒤 장인이 손으로 브러쉬 모 하나하나를 심는다고 한다. 처음 빗으면 두피를 할퀴는 것처럼 아프지만, 그것도 곧 익숙해진다. 포켓 사이즈부터 길고 풍성한 모발을 위한 큰 사이즈까지 선택할 수 있고, 브러쉬의 모질도 멧돼지 모 100%부터 나일론과 멧돼지 모를 섞은 모델, 그리고 나일론 모만으로 된 것들까지 있다. 제대로 된 메이슨 피어슨을 느껴보고 싶다면 나일론보다는 조금이라도 멧돼지 모가 포함된 걸 추천하고 싶다. 솔직히 나일론 모만으로 된 것을 살 바엔 탱글 티져나 다른 빗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내 경우 머리를 감고 어느 정도 물기를 말린 후 마지막 단계에서 머리를 빗어 내리면서 사용한다. 헤어 드라이어와 같은 방향으로 빗어주면서 머리를 말리면, 머릿결이 한결 정돈되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그리고 중간중간 머리가 부스스해질 때 쯤에 한 번씩 머리를 빗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년간의 탈색과 염색으로 모발에 영양분이라고는 전혀 남아있지 않은 내 머리카락도 윤기가 생겼다. 단점이 있다면, 너무 윤기가 생겨서 평소보다 더 금방 머리가 기름지는 느낌이 들더라. 그러니까 혹시 지성이신 분들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생머리이신 분들에게도 비추다. 곱슬머리거나 파마를 해서 말리기만 하면 머리가 쉽게 부스스해지는 분들, 적당한 볼륨과 컬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확실히 머릿결이 좋아졌다. 내 리뷰는 이말 말고는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14만 9,000원이지만, 평생 쓸 수 있다는 말에 작은 위안을 얻는다. 오래 두고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이런 물건을 하는 게 좋겠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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