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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노이즈 캔슬링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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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노이즈캔슬링이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절대적으로 전자에 해당한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쎄한 바람 소리, 사무실 창밖으로 지나는 지하철 소리, 키보드가 손 끝에 눌릴 때마다 들리는 마찰음까지. 세상은 노크 조차 하지 않고 귓구멍에 쳐들어오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예전에 IT 전문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선배들이 종종 했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전자 기기 덕질 중에 오덕(오디오 덕후)이 가장 크게 파산한다…”는 것이었다. 카메라 같은 건 사다보면 한계가 있는데, 오디오는 깊게 파다보면 결국 집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나. 그렇게 말하는 선배 중 한 명은 엄청난 카메라 덕후였고, 나머지는 디스플레이 덕후였다. 나는 “네..ㅎㅎ 그렇군요.”하고 대답하며 이거나 저거나 도찐개찐,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도 깔짝깔짝 포터블 오디오 기기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써보면서 그 말이 영 허튼 소리는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천, 억을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오디오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는 아니다. 내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럭셔리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 거다. 소리란 공간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는데, 나 같은 일개미는 내가 머무르는 공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알았다. 소리란 권력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내 수준에서 내가 머무르는 공간의 소리를 가장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경제적인 방법은 노이즈캔슬링 헤드셋를 사는 것이다. 2년을 간절히 기다린 신작이 나왔다. 소니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WH-1000XM4 리뷰를 시작한다.


운이 좋게도 국내 출시 전부터 미리 사용해볼 수 있었다. 사실 신제품을 실제로 써보기 전에는 묘한 불안감마저 있었다. 전작인 WH-1000XM3를 워낙 잘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시 당시에도 입이 아프도록 칭찬하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2018년 연말에는 ‘올해의 제품’으로 뽑았을 정도다. 심지어 최근에는 비츠에서 새로나온 노캔 헤드폰인 ‘솔로 프로’를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 1000XM4는 더 좋아질 게 있나? 괜히 실망스러우면 어쩌지?

노이즈 캔슬링 성능부터 얘기해보자. 귀에 착용하는 순간 주변 소음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경험은 여전하다.출시된지 2년 가까이 되었는데 여전히 1000XM3보다 강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은 보지 못했다. 솔직히 전작과의 차이를 바로 깨닫기는 어렵다. 1000XM3와 1000XM4를 번갈아 끼며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에 집중해본다. 여러 환경에서 비교해 들어보니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확실히 좋아졌다. 다만 ‘일정 소리’에 대해서 더 좋아졌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다. 바람 소리나 에어컨 작동 소리 같은 백색 소음에 대해서는 전작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오히려 이 전에는 정확히 차단할 수 없었던 ‘타이핑 소리’, ‘쿵쿵 걸어가는 소리’ 같은 마찰음을 잡아낸다. 생활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더 좋아졌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노캔 헤드셋을 사용할 때 항상 음악을 듣는 용도로 쓰진 않는다. 그냥 전원만 켠 상태로 업무 집중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굉장히 비싼 귀마개라고 보면 되겠다. 신제품은 귀마개로서의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 지금도 옆자리에서 에디터B가 날랜 손동작으로 기사를 쓰고 있는데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썼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경질적으로 백스페이스를 ‘탁, 탁’ 눌러댈 때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어떤 기기라도 모든 소음을 완벽하게 막아낼 순 없다. 다만 날카롭게 들리던 소리들이 짧고 뭉툭하게 깎여서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여과되어 전달된다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

우리가 흔히 ANC, 액티브 노이즈캔슬링이라고 부르는 기술은 본래 비행기 엔진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파일럿들을 위해 개발됐다.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해서 막는 방식이 아니라, 파동의 형태로 전달되는 소음을 정반대의 파형을 지닌 음파를 만들어 상쇄하는 기술이다. 파동을 그래프로 그려서 원리를 설명하곤 하는데, 사실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폰 바깥 쪽에 소음을 파악할 수 있는 마이크가 달려있는데, 그 마이크를 통해 들어온 소음의 파동을 내장된 칩셋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반대 파동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프로세서의 연산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비행기 엔진음이나 지하철 소음처럼 반복적인 소음 외에는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생활 소음까지는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1000XM4에는 전작과 동일한 HD 노이즈 캔슬링 프로세서 QN1이 탑재됐다. 프로세서는 동일하지만 최신 블루투스 오디오 칩을 탑재해 초당 700회까지 음성 신호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덕분에 일상 소음에 대한 차단 능력이 향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소니 1000X를 노캔 성능만 좋은 귀마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노이즈 캔슬링 제품의 음질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인데,1000XM2까지만해도 충분히 그런 말을 들을 만했지만 이 제품은 사운드 역시 좋다. 극저음의 표현 능력이나 해상력 모두 인상적이다.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 여부가 음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타 노캔 헤드폰들과 비교해봤을 때 공간감 역시 훌륭한 수준.

비츠 솔로 프로의 노이즈캔슬링 성능과 음질도 상당히 좋았고, 애플 기기와의 연동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최근에는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1000M4와 비교해보니 공간감 면에서 확실히 평면적이다. 한 음악 안에서 악기들 간의 거리감이 잘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공간의 그림이 그려져서 좋았다.

유닛은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귀에 착용하는 순간 “가벼운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놀랍게도 전작과 직접 비교해보니 실제 무게는 차이나지 않더라. 전반적인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했다는데, 사실 첫 눈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옷매무새를 다듬은듯한 느낌이다. 전작을 쓰던 내 입장에서는 이어컵 부분의 이격이 줄어들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나, 헤드 밴드 부분이 얇아진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이런 개선을 통해 체감 무게가 줄어든 모양이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착용한 느낌이 놀라울 만큼 산뜻해져서 마음에 든다.


1000X 시리즈는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워낙 좋다보니, 그 격차를 영리하게 이용한 재밌는 기능이 매번 적용됐었다. 하우징에 가볍게 손을 터치하면 주변소리를 들으며 즉시 대화 모드로 전환되는 ‘퀵 어텐션’ 기능도 그 중하나다. 사실 잘 만든 기능이긴 하지만 솔직히 헤드폰을 쓰고 다니면서 사람들 한테 말 걸 일이 있을 때마다 한 손으로 하우징을 터치하면서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게 되진 않더라. 결국엔 헤드폰을 빼고 말하게 된다. 아무리 잘 만든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습관을 바꾸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신제품인 1000X M4에는 아예 한 번 헤드폰을 쓰면 ‘벗지 않아도 되는’ 기능이 적용됐다. 바로 ‘스마트토크(Speak to chat)’. 이름 그대로다. 노이즈캔슬링 상태에서 음악까지 듣고 있다면 주변 사람과 대화를 하기 어렵다. 음악을 들으며 일하다가 옆에 앉은 에디터M에게 할 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우리 오늘 점심에 짬뽕 어때?” 내가 말하는 순간 1초 “또로롱”하는 효과음과 함께 음악이 멈추고 스마트토크 모드가 시작된다. 에디터M이 대답하는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짬뽕은 별로, 그냥 칼국수 먹자.” 메뉴가 정해졌다면 하우징을 톡톡 터치하거나 연결된 기기에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다시 음악이 재생된다. 혹은 설정해준 시간이 경과되면 스마트토크가 종료된다. 모든 과정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재밌는 건 스마트토크를 인식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내가 하는 말만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사실이다. 옆사람이 말하는 소리는 인식하지 않는다. 심지어 헤드폰 하우징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해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착용한 사람이 직접 말을 했을 때만 바로 반응한다.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속삭이듯 말하는 게 아니고서야, 소리 볼륨에 크게 관계없이 인식률도 뛰어나다. 추측하건대 마이크와 함께 턱의 움직임까지 감지해서 실제 말하는 것고 아닌 것을 구분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상황에서나 터치나 별다른 조작 없이 내가 말을 하는 것 만으로 대화 모드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이나 작업에 대한 몰입을 해치지 않는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이 기능을 쓰며 내가 얼마나 혼잣말을 자주 하는 사람인지 알게되었다는 사실. 어처구니 없는 혼잣말까지 인식해서 스마트토크가 시작되는 게 스트레스라면 오른쪽 하우징을 두 손가락으로 길게 터치하면 비활성화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여태까지 1000X 시리즈에 적용되었던 대화 기능 중에 가장 훌륭한 것만은 분명하다.

DSEE Extreme이라는 업스케일링 기술 또한 재밌다. 일반적인 업스케일링은 고음역대 복원에서 한계가 있는데, 이 기술의 경우에는 복원하기 힘든 고음역대까지 풍성하게 복원한다는 것이다. 소니 뮤직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킨 결과라고. 심지어 음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로 감상하는 영상의 사운드에도 적용된다. 실시간으로 장르/악기를 인식하고 분석해 업스케일링을 해준다는데, 오디오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70년대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며 비교해보았다. 놀랍게도 진짜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컬러는 실버와 블랙의 두 가지. 개인적으로는 실버가 조금 더 화사한 컬러였으면 좋았겠다 싶다. 무난하게 사용하고 싶다면 블랙을 추천드린다. 무선의 세계로 넘어오며 유선 연결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유선 연결이 아예 불가능한 제품은 1년에 한 두 번씩은 아쉬운 순간이 오더라.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유선 연결을 지원한다는 것도 소소한 장점 중 하나다.

한 번 완충으로 최대 30시간까지(노캔 활성화 기준) 사용할 수 있으며, 두 대의 블루투스 기기와 동시에 페어링할 수 있는 멀티 포인트 기능도 제공한다. 가격은 45만 9,000원. 40만 원대의 가격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이 제품 하나로 일상의 껄끄러운 부분이 얼마나 깎여 나갔는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을 리뷰할 때 만큼 안온한 순간은 없다. 좋은 물건이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도 꼭 들어보셨으면. 소니 WH-1000X M4 리뷰는 여기까지.


*소니 코리아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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