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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밀레니얼 세대가 '쏘카'를 타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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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에 종종 글을 연재하고 있는 IT칼럼니스트 최호섭이다. 오늘은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자동차, 그리고 이동에 대한 내 생각이다. 사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쏘카에 대한 사용기를 써달라는 디에디트의 연락에서 시작했다. “쏘카? 나 차 있는데?” 내 맘대로 쓰겠다는 단서를 까탈스럽게 달고 오랜만에 쏘카 앱을 열었다.

쏘카에서 가장 즐거운 과정은 ‘쇼핑’이다. 생각해 보면 평생 운전해 볼 수 있는 차는 아주 제한되기 마련이고, 그중에서 마음 편히 탈 수 있는 내 차는 평생 열 대나 될까? 앱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차종이 눈에 띈다. 미니클럽맨, 카니발, 심지어 벤츠까지. 브랜드도 다채롭지만 용도도 다양하다. 머릿속에 여러 그림이 그려진다. 아직 차가 없는 뚜벅이 커플이 모처럼 드라이브를 가는 모습, 오랜만에 만난 대가족이 여행을 가는 모습… 그럴 땐 트렁크 용량이 넉넉한 차가 좋겠지.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요즘 꽤 관심을 갖던 전기차도 보인다. 당장 살 계획은 없지만 한 번쯤은 타보고 싶었는데 괜히 설렌다.


마음에 둔 차가 있다면 사기 전에 제대로 타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사실 전시장에서 타보는 20~30분짜리 시승은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여전히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찐~하게 만나야 하는데 부모님이나 주선자 없는 자리에서 둘이 데이트도 하고…아니다…흠흠.


이걸로 내 로망 속 차를 탔다가는 돌아오는 길에 차를 계약할 것 같아서 아들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여섯 살 먹은 우리집 VIP는 요즘들어 왜인지 어른이 되면 꼭 ‘투싼’같은 차를 사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빠는 왜 큰 차가 없냐’고 매일 타박을 하던 차에 잘 됐다 싶다. 마침 처가에 날라야 할 애매한 크기의 짐이 있어서 용달을 불러야 하나 했는데 SUV 트렁크 정도면 들어가고도 남는다. 자그마한 다마스를 불러도 이거 옮기는 데 10만 원 가까이 드는데 이거 왜 이 생각을 못 했나 싶다. 아… 이러면 SUV도 한 대 사야 하나…

지하 2층 21번 기둥. 무슨 해리포터에 나오는 암호 같지만 우리는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대로 차는 21번 기둥 옆에 주차되어 있었다. 큰 차를 보고 신난 아들을 진정시키고 쏘카 앱에서 빌리는 절차를 시작한다.

처음 절차는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것이다. 앞 사람이 어디 부딪치지는 않았는지, 긁힌 데는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으레 렌터카를 타기 전에 하는 일이고, 요즘은 아예 동영상으로 찍어놓기도 한다. 쏘카는 친절하게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다양한 각도를 찍도록 안내한다. 차를 움직이기 전에 사진을 남기도록 하는 시스템은 훌륭한 것 같다. 30여장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나면 5시간 동안 ‘이제 이 차는 제 찹니다’.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9만 5,000km를 달린 차에 깔끔하게 엔진을 돌리고 빵빵한 에어컨과 함께 주차장을 나섰다. 아참! 아이를 위해 카시트나 부스터 옵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카시트를 갖고 있지만 가끔 쏘카를 이용하는 사람이 따로 카시트를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처가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밥을 챙겨 먹고, 야근이 끝난 아내를 데리러 갔다. 아내가 이 차는 뭐냐고 깜짝 놀란다. 세 식구가 새 차를 타는 기분으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집 근처의 주차장을 목적지로 삼아 돌아왔다.

[놀랍게도 10살 아드님이 촬영한 사진]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정산의 시간이다. 이날 나는 5시간 동안 80km를 달렸다. 다섯 시간 차를 빌리는 데 보험료를 합쳐서 2만 950원을 냈고, 주행거리에 따라 매겨지는 주행 요금은 1만 2,390원이 나왔다. 퇴근 시간 고속도로 50% 할인을 받아 450원 낸 하이패스 요금도 합쳐져서 청구된다. 대충 3만 4,000원이 안 되는 비용이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것 같다. 애초 용달보다 훨씬 싸고, 세 가족이 나들이하는 비용, 또 아내의 퇴근길까지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자유롭게 운영할 수 없는 차량이 없는 경우엔 더더욱. 이 정도로 1년에 30번 탄다면 전체 비용이 100만 원이다. 보험료니 기름값이니 뭐 다 포함해서다.


여기에는 약간의 팁이 있는데, 바로 ‘쏘카패스’다. 이건 구독 서비스다. 한 달에 일정 비용을 내면 차량 대여료를 크게 할인받을 수 있다. 기본 플랜인 ‘반값패스는‘ 월 1만 4,900원에 상시 무제한 50% 할인이다. 사실 이건 모든 구독 프로그램이 그렇듯 최소 3개월 이상 계약을 하면 조건이 완전히 달라진다. 6개월이면 4만 1,400원, 1년은 7만 800원이다. 패스 요금도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셈이다. 24시간 대여 쿠폰이 따라붙는 슈퍼패스도 있는데 이건 월 7만7,000원으로 개인이 쓰기는 조금 부담스러워 보인다.


내 마음에 딱 드는 게 하나 더 남았다. 4,900원에 주중 40%, 주말 20% 할인받을 수 있는 ‘쏘카 라이트패스”가 있다. 나는 어차피 주말에는 내 차를 타면 되니 라이트패스가 딱 맞는데, 보통 주말에 나들이를 한다면 기본 플랜이 알맞다. 아, 이 쏘카패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왜냐면 한 번만 타면 월 패스 요금 정도는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쏘카 이용 요금은 시간에 따라서 달라진다. 10시간을 넘기면 할인율이 높아져서 차라리 하루를 통째로 빌리는 값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2박 3일 여행용으로 차를 빌려서 강원도에 다녀와도 세 식구 교통비에 비하면 싸고 편리하다. 그래서 차를 사는 건데, 차를 안 사도 된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말이 뭔지 딱 알겠다. 게다가 항상 다른 차를 골라 탈 수 있다니 내가 20대였으면… 아.. 아니다…


앱을 좀 만져보니 흥미로운 옵션들이 많다. 특히 눈에 띄는 게 퇴근부터 출근까지 차를 빌리는 옵션이다. 와, 출퇴근이 아니라 퇴근부터 출근이라니. 이건 놀라운 발상이다. 어차피 차를 쓰지도 못하는 낮 시간 대신 퇴근 이후의 시간에 자유롭게 차를 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회사 근처에 마음 편히 차를 주차하는 건 임원이나 하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 쏘카는 원래 자기집이 거기니 주차요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쏘카로서도 평일 저녁 시간대 놀리는 차를 더 활용하도록 하는 게 유리하다. 적절한 합의점이 찾아지는 서비스인 셈이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여전히 차를 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빌리는 절차가 어렵다는 게 아니라 빌려서 탈 수 있다는 생각이 어렵다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쏘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차량 공유’ 같은 말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이게 렌터카랑 뭐가 다르냐’라는 의문이 남았고, 사실 지금도 속 시원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공유는 사실 나눠 쓰는 것을 말하는데 그 주체가 개개인이 아니라 회사였으니 말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뻔하지만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다르더라’고 말하려는 것이다.

쏘카는 내게 두 가지 생각을 남겼다. 첫 번째는 부담 없이 빌려 탈 수 있는 자동차, 그리고 두 번째는 꽤 어려운 자동차 공유가 플랫폼을 타고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 때문에 서울 시내를 뱅글뱅글 돌아야 할 때 괜찮은 것 같다. 차가 있지만 일때문에 밖에 나갈 때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동 시간이 적지 않은데 차 안은 집중이 잘 되는 편이어서 일하기에도 좋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나만의 공간으로도 좋다. 하다못해 잠이라도 잘 수 있다. 그리고 시내에서는 지하철을 탄다.


물론 나도 택시를 타고 싶다. 하지만 나는 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다. 1년에 부득이한 경우 서너 번 정도 타는 것 같다. 가끔은 좀 편하게 살까 싶기도 하지만 또 택시를 타는 게 몸도 마음도, 또 지갑도 영 편치 않은 불편러를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너댓 시간 정도 쏘카 신세를 빌리는 게 아주 괜찮다. 이거 왜 몰랐나 싶다. 서울 시내에서 주행거리가 길지 않으면 레이 같은 경차는 2만 원 남짓한 돈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택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 그리고 일단 마음이 편하다.

아,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제는 뭐냐, 바로 ‘서비스의 접근성이 가치를 만든다’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며칠간 쏘카를 쓰면서 ‘쏘카가 렌터카와 뭐가 다른가’에 대해 생각했다. 렌터카라고 하면 특별한 날 미리 날짜와 시간을 정해두고 잔뜩 긴장해서 렌터카 센터에 도착해 직원을 통해서 차를 건네받는 뭐 그런 이미지였다면, 쏘카는 누구를 만날 이유도 없고 시간을 미리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나야 차가 무조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니 그냥 필요할 때 가볍게 앱 하나로 차를 빌려 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변화다. 기술적으로 쉽다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쉽게 차를 빌려 타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이틀 전 강남역 앞에서 나도 모르게 ‘아 힘든데 쏘카 타고 갔다 올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깜짝 놀랐다. 결국 몇 가지 시스템과 경험 변화가 렌터카와 쏘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어쩐지 길에서 쏘카가 그렇게 많이 보이더라니. 나의 아주 개인적인 쏘카 체험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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