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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 인생 전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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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노는 방법을 가지각색으로 쓰는 객원필자 김은아다. 오늘은 갤러리로 향해볼까 한다. 출발 전에 기꺼이 피곤을 감당할 각오를 할 것. 액자 속 그림과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우아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전시가 아니니까. 눈은 물론이고, 손과 발, 귀까지 모두 동원해 감각적으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전시장으로, 출발!


1
콰야 개인전
<Ordinary People>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슬쩍 훑고 가셔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잔나비)

이 문장을 읽으면 무엇이 떠오르나. 노래를 부른 보컬 최정훈의 나른한 목소리일 수도, 앨범이 발매되었던 초봄의 쌀쌀한 공기일 수도 있고, 곡을 함께 들은 누군가의 얼굴일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이 모든 것과 함께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노란 바탕에 푸른색 선으로 그려진, 우울한 듯 아련한 듯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 얼굴.

작가 콰야가 작업한 잔나비 2집의 아트워크 이야기다. 마냥 빛나지만은 않는, 불안함 섞인 젊은 날의 초상이 노래들에 아련함을 더해주지 않았나 싶다.


그 얼굴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쿵 두드린 적 있다면, 콰야의 개인전 <Ordinary People>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특유의 감성이 담뿍 묻어나는 드로잉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이름인 콰야는 ‘밤을 지나는 시간’이라는 의미의 과야(過夜), ‘조용한 탐색’을 의미하는 Quiet Quest의 조합이라는데, 이름과 작품이 그야말로 ‘착붙’이다.

때로는 기발한 상징과 수사로 가득한 글보다, 수수하고 솔직하게 쓰인 구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콰야의 작품이 그렇다. 쓸쓸한 밤에 대해 설명할 때, 상징과 수사보다 가끔은 솔직하고 그대로 따스하게 다가오는 시구가 와닿는 것처럼.

그의 작품에 따스함을 더해주는 요소 중 하나는 질감이다. 주재료인 오일파스텔이 캔버스에 남긴 흔적은 색연필이나 크레파스처럼 친근하고 다정하다. 아날로그적인 위로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길이구 갤러리

📅2020.6.13 – 7.17


2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한 해의 반을 잡아먹어 버린, 그리고 잡아먹고 있는 초현실적인 질병 때문에 웬만한 공포물과 디스토피아물은 시시해져 버린 요즘이다. 그러나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을 막론하고 ‘제철’이라는 모든 것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계절 마니아로서, 여름을 맞아 오소소 소름이 돋는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예술의전당의 기획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혹시 줄리 테이머의 <프리다>에 삽입된 짤막한 애니메이션 클립을 기억하시는지. 영화 마니아라면 1986년 칸 영화제에서 단편 <악어의 거리>도 떠올릴 수 있겠지. 이 작품들을 제작한 이가 쌍둥이인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 형제다. 이들은 사이좋게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과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40년 동안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터로 활동해왔다.


퀘이 형제는 자신들의 퍼핏 애니메이션 세계를 도미토리움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이 단어는 잠자는 곳, 또는 묘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름에 걸맞게 괴기스러우면서도 동화 같은 공간을 만들어왔는데, 이를 통해서 산업사회에서의 부조리와 불안, 초현실주의, 에로티시즘 같은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왔다. 혹시 ‘괴기스럽지만 동화 같다’는 부분에서 혹시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나 <가위손> 떠올린 사람? 맞다, 영화감독 팀 버튼은 퀘이 형제의 마니아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세계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드로잉부터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 확대경, 도미토리움, 초기작까지 10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되는데, 그 감상 방법부터 범상치 않다. 이를테면 설치미술인 <하인 여행의 관>(2007) 같은 작품이 좋은 예다. 관객은 계단을 올라가 관(사람이 죽으면 눕는 그 ‘관’!)에 뚫린 구멍에 통해 영상을 관람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이 남다른 방식 자체에서부터 관객은 신선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관 속을 엿본다는 행위가 뭔가 내면의 잠자고 있는 변태성을 깨우는 것 같지 않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2020.6.27 – 10.4 


3
퓰리처상 사진展
: Shooting the Pulitzer

우리는 때로 너무 극적인 현실을 두고 ‘영화 같다’고 말하곤 한다. <퓰리처상 사진전>의 작품들은 이렇듯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들을 담고 있다. 퓰리처상은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인 퓰리처의 유산으로 뛰어난 문학과 저널리즘 분야에 수여되는 상인데,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은 보도사진 부문의 수상작들.

1942년부터의 수상작을 망라하는 자리인 만큼, 그야말로 세계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순간이 다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사에 무관심한 이라도 언젠가 한 번쯤은 보았을 만한 사진들이랄까.

예를 들자면, 아사 직전의 작은 아이를 노리고 있는 거대한 독수리. 혹은 베트남전에서 탄도에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달려가는 소녀. 굳이 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된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젊은 아빠의 영정사진을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들고 있는 어린아이, 6·10 민주항쟁 당시 커다란 태극기를 들고 도로를 달리는 청년.


이 몇 장면만 보더라도 짐작하겠지만, 마냥 가볍고 즐겁게 볼 만한 전시는 아니다. 아수라장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지옥이 그곳에 있고, 인간을 너무나 하찮은 존재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대한 자연이 있다. 그러나 그 작은 존재만이 발휘할 수 있는 숭고한 정신, 연대, 영혼의 장면 또한 그곳에 있다. 사진의 물리적인 크기는 크지 않은데, 그 안의 이상한 힘이 마음을 흔드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020.7.1 – 10.18 


4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느낄 때 판단을 내리는 장기는 어디일까? 혀라고 대답하기가 쉽겠지만, 사실 그보다 눈과 코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예술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온 감각을 동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디뮤지엄의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은 이를 증명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전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비주얼 뮤직’을 소개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보이는 음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겠지? 맞다,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리 엘렌 뷰트, 줄스 엥겔, 조던 벨슨 등의 아티스트를 비주얼 뮤직의 선구자로 꼽는데, 이들의 작품을 MTV 뮤직비디오의 초석이 되었다고들 평가하니까.


이번 전시에서도 이들의 대표작이 상영된다고 한다. 또 이 ‘클래식’ 작품과 더불어서 지금 막 떠오르는 한국의 신진 작가들의 뮤직비디오가 릴레이로 상영된다고 하니, 비주얼 뮤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도 오지 않은 마당에 12월이라니, 잔뜩 여유를 부려도 충분할 것만 같은 일정이다. 그러나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대림문화재단의 소장품인 백남준의 〈즐거운 인디언(Happy Hoppi)〉(1995)이 8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특별 공개되기 때문.

그것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단 세 시간씩만이다. 서구 사회에서 타자화된 존재인 인디언, 인류의 소통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모니터를 채우며 역동적인 리듬을 만드는 이 작품은 음악인이자 행위예술가이며 비디오 아티스트로 모든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었던 백남준만의 융합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가. 더워도 8월 전에는 디뮤지엄을 방문해야겠지?


📍디뮤지엄

📅2020.5.19 –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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