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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를 사고 인생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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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IT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가전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라고 하죠. 본격적으로 여름이 오기 전에 고민을 끝내야 하는 것들이 좀 있어서 키보드를 열었습니다. 바로 건조기, 제습기, 그리고 에어컨입니다.


저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고, 특히 습한 기운에 스트레스가 심한 편입니다. 그냥 끈적이는 게 싫어요. 하긴 덥고 끈적이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어쨌든 그래서 가전을 고를 때도 예민했던 게 에어컨입니다. 에어컨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건조기에 대한 경험을 풀어봅니다.


건조기는 옷을 말리는 기계죠. 저는 2017년 말에 처음 샀습니다. 이즈음이 세탁기의 기본 짝으로 건조기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였죠.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의 경쟁도 아주 심했던 때라 세탁기와 함께 생각보다 꽤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건조기를 이과의 시선으로 해석하자면 에어컨처럼 압축기를 이용해 건조한 공기를 만들어 넣고 빙글빙글 돌려서 옷을 말리는 기계지요. 그런데 이걸 100만 원씩 주고 사는 게 맞나 싶은 생각, 저만 했던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사를 앞두고 요즘 집들은 빨래를 널기에 넉넉하지 않았고, 결국 빨래의 일부는 거실에 건조대를 놓고 말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새로 이사하는 집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주 매력적인 가격의 유혹에 큰 고민 없이 건조기를 들여놓았습니다.


결론은 쓸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빨래를 하고 난 뒤 곧바로 세탁기 옆에 둔 건조기 통 안으로 옮겨 담고 돌리면 빨래가 말라서 나옵니다. 마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통 안에 센서가 있어서 옷이 잘 마르면 시간은 줄어들고, 잘 마르지 않으면 시간을 늘려가면서 습기를 빼냅니다.

그런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려서 나온 옷은 아주 부드럽습니다. 아니 그냥 옷에서 물기를 날려버리면 되는 게 옷 말리기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군요. 티셔츠, 그리고 수건은 건조기에서 갓 나온 것을 만지면 따끈따끈하니 기분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사실 수건은 햇볕 아래 바삭바삭하게 마른 게 제일 좋은 건 줄 알고 평생을 살았는데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먼지였습니다. 지인이 건조기를 산 뒤 ‘비염이 나았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옷에서 나오는 먼지, 부스러기들이 떼어지기 때문입니다. 비염의 원인 중 하나는 먼지인데, 옷을 거실에서 건조대에 널어 말리면 결국 옷이 마르면서 먼지가 날리게 되죠. 옷도 집에 매일매일 쌓이는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씁니다. 건조기는 공기 순환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통을 빨리 돌리면서 옷을 튕겨내니 먼지가 털려 나갑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통이 돌면서 옷이 갈려 나간다는 이야기도 있죠. 옷의 표면이 미세하게 쓸려나간다는 겁니다.

그게 매일매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건조기의 필터를 보면 섬유 먼지가 마치 얇은 거즈 수건처럼 한 장씩 놓여 있습니다. 옷에서 나오는 먼지와 섬유 찌꺼기가 뭉쳐진 것이겠지요.


지난해 건조기 시장을 뒤흔들었던 콘덴서 문제도 바로 이 먼지 찌꺼기가 열교환기의 콘덴서 핀에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콘덴서의 증발기의 핀에 먼지가 붙는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결국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그 핀을 직접 청소해야 했던 것이죠. 저는 그 이야기를 흘려들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다가 그 사건 이후 열어보고는 기절할 뻔했습니다. 뒤늦게 칫솔을 빼 들고 먼지를 긁어냈는데 잘 닦이지 않더군요. 건조기 쓰시면 꼭 청소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콘덴서 청소는 꼭 해야 할 일이고 번거로운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닦는 건 결국 안 된다는 결론을 낸 거죠.

옷이 상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단 티셔츠 같은 면 종류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쭉쭉 잡아당기면 원래 크기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좀 걱정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대충 입는 옷 종류들은 넣고, 왠지 조심해야 할 것 같은 옷은 널어서 말린다는 게 기본적인 규칙이 된 것 같습니다. 잠깐 꿈을 꿨던 밀레 건조기는 비싸지만 통을 빨리 돌리면서 생기는 에어로 다이내믹 원리가 옷을 공중에 띄워 마찰을 없애면서 옷이 상하지 않게 한다는데 써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체로 옷이 상하는 건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옷을 입기에는 부드러운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먼지 털기 기능도 있어서 가끔 잠들기 전에 이불을 털고 꺼내면 먼지도 없고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느낌이 중독되는 기분도 듭니다. 어떨 때는 건조기보다 옷 털기, 이불 털기가 중심인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단추가 있는 옷을 넣으면 쉴 새 없이 통에 부딪쳐서 탁탁 소리를 한 시간 넘게 들어야 합니다. 뒤집어서 넣으면 좀 낫지만 그래도 소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옷이 잘 마르지 않습니다. 원래 이 히트펌프는 공기를 뜨거운 공기를 압축했다가 냉매와 함께 압축을 풀어 물이 응결되면서 습기를 떨어뜨리는 원리입니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필요한데 외부 공기가 너무 차가우면 압축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 세탁실에서 돌아가는 건조기는 효율이 아주 떨어집니다. 아주 추울 때는 세 시간을 말려도 깨끗이 마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열풍으로 옷을 말려주는 가스 건조기를 살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건조기의 만족도는 좋은 편입니다. 특히 여름철에 아이들 옷을 매일 빨고 빨리 말려서 입히는 데 건조기는 아주 훌륭합니다. 거실 한 쪽이 옷을 넣어놓으면서 비좁아지는 일도 줄어들고, 마르는 옷 때문에 집안이 습해지는 일도 없습니다. 옷의 손상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고, 반대로 옷을 챙겨서 입는 동안에는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이것 역시 식기세척기처럼 ‘그냥 얼른 빨아서 넣어두면 되지…’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티셔츠 서너개라도 넣고 돌리는 습관이 들면 나쁘지 않습니다. 옷이 적으면 그만큼 빠르게 마르기도 합니다. 전기 요금요? 흔히 세탁기에 들어가 있는 열풍 건조는 전기를 엄청나게 먹을 수밖에 없지만 요즘 대세인 히트펌프 방식 건조기는 한번 돌려도 100원 남짓하다고 합니다. 요즘 에어컨이 전기를 많이 쓰지 않듯 건조기의 히트펌프 역시 그리 전기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아주 아껴서 입을 옷이 아니라면 건조기에 맡겨둔다는 정도의 마음이라면 건조기는 옷 입을 때마다 아주 기분 좋은 기분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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