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를 위한 카메라, 작고 강력한 소니 ZV-1

조회수 2020. 6. 5.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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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H다. 갖고 싶은 게 생겨서 글을 쓴다. 생각해보니 올해 들어 미칠듯하게 물욕이 이는 전자 제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필요하다”와 “갖고싶다”는 좀 다른 개념이다. 정말 필요해서 구입한 물건은 택배를 뜯으면서도 권태롭다. 하지만 쓸모없을지도 모르는데 갖고 싶은 열망 하나로 구입한 제품은 택배가 오기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 자꾸면 운송장 조회를 클릭하는 그런 마음. 오랜만에 그런 제품을 만났다. 소니 카메라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5년 차 소빠이며, 디에디트의 모든 촬영 장비는 소니로 점철돼 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내가 정말 정말 진심으로 기다리는 모델은 A7S 시리즈의 신제품인데 소니는 아무래도 그걸 출시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대신 좀 더 귀엽고 마음 설레는 걸 내놨다. 이 아이의 이름은 ZV-1. 지브이원. 이상할 만큼 입에 안 붙는 네이밍이지만 손에는 착 붙는 기기다.

제품 외관만 보면 소니 카메라에 관심 좀 있는 분들은 “어라? RX100 신제품인가?” 싶으실 거다. 그런데 아니다. RX100은 소니의 초소형 럭셔리 똑딱이 라인인데, 손바닥만한 사이즈에 비해 1인치 센서를 넣어 제법 괜찮은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대신 몸집 대비 충격적인 가격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게 매력이다.

새로 나온 ZV-1은 조금 더 영상 촬영에 집중한 모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브이로그에 최적화된 제품이겠다. 소니가 계속해서 브이로그 카메라로 이것저것 밀어왔는데 이것만큼 확실한 한 방은 없었던 것 같다.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브이로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셀프 촬영이 얼마나 쉬운지다. 카메라맨을 대동해서 브이로그를 찍는 경우는 디에디트처럼 유난스럽지 않고서야 찾아보기 힘들다. 셀프 촬영을 위한 가장 반가운 변화는 바로 180도 스위블 LCD다. 세상에 맙소사. 드디어! 소니가!

물론 소니라고 여태 액정 틸트가 안되었겠는가. RX100에서도 가능은 했다. 다만 소니는 한사코 위로 들어올리는 방식의 LCD를 고집해왔다. 이 방식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카메라 마이크 같은 추가 액세서리를 장착했을 때 셀프캠 각도에서 LCD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얼굴이 이상한 각도로 나온다는 것이다. 카메라 위에 달린 LCD를 확인하며 셀프 촬영을 하다보면, 설명하기 힘들지만 묘하게 못생긴 상태로 각도가 잡힌다. 그래서 뷰튜버들이 캐논을 쓰는 것이다! 이제는 가로 180도로 펼쳐지는 스크린을 통해 한결 편안한 촬영이 가능해졌다. 다른 연결 포트나 마이크, 마운팅 슈가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시야도 편안하고 말이다.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소프트 스킨 기능이다. 요즘 젊은이들은(실로 늙은이 같은 표현이다) 항상 스마트폰 보정 앱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지나치게 선명하게 찍으면 자기 자신을 못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이런 보정 앱을 즐겨 쓰는 편도 아니고, 유튜버 4년 차에 이르러 나 자신의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 것 따위는 큰 관심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카메라 자체에 소프트 스킨 기능이 있다면 마다할 필요도 없겠다. 이거면 후보정으로 얼굴을 뽀샤시하게 만들어달라며 편집자의 인생을 망치지 않아도 예쁘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이런 기능은 얼굴은 자동으로 인식해서 피부 부분만 적당히 부드럽게 처리해 주고, 머리카락이나 주변 디테일은 그대로 살려주기 때문에 화질을 저하시키지도 않는다. 아직 직접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다른 유튜버들의 테스트샷을 보니 자연스럽고 쓸만해 보인다. 좋은 것만 보기에도 부족한 것이 시간인데, 굳이 내 모공까지 여러분에게 공유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서도 괜찮을 것 같다.

초보 유튜버들이 브이로그를 시작하면 의외로 문제가 되는 게 사운드다. 야외에서 걸어 다니며 촬영하다 보면 생각보다 목소리가 잘 담기지 않는다. 주변 소음의 방해도 심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시작부터 외부 마이크를 결합해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금액적인 문제도 있지만 마이크를 연결하면 카메라 자체의 부피가 커지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게 브이로그의 매력인데 얼굴만한 마이크를 달아두면 그 느낌이 퇴색되니까. 아, 물론 나는 내 얼굴만한 마이크를 달고 찍는다. 그래서 자연스럽지 않은가 보다. 각설하고, ZV-1의 상단에는 큼직한 3캡슐 지향성 마이크가 달려있다.

게다가 구성품에 초미니 데드캣(바람 소리를 막아주는 용도)이 들어있어서 상단에 달아두면 바람소리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다! 실제로 촬영한 결과를 보면 RX100 M7보다 음성이 훨씬 깨끗하게 담기더라. 물론 별도의 마이크가 있으면 사운드 퀄리티가 더 올라가겠지만, 자체 마이크 만으로도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신제품은 기존 RX100 시리즈에 들어간 최신 기술을 요리조리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다. 1인치 2,000만 화소 CMOS 센서에 EYE AF와 스테디샷까지. 다행스럽게도 렌즈는 RX100 최신 기종인 M7에 들어간 24-200mm F2.8-4.5 렌즈를 활용하지 않았다. 물론 좋은 렌즈긴 하지만 브이로그 카메라에서 이 정도의 줌 렌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조리개가 유리한 쪽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ZV-1에는 풀프레임 환산 화각 24-70mm의 F1.8-2.8 렌즈가 탑재됐다. 일상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화각이며, 근사한 아웃포커스 효과를 표현할 수도 있다.


더 재밌는 건 보케 기능을 따로 탑재했다는 것. 제품 상단에 있는 보케 스위치를 누르면 배경 보케를 바로 켜고 끌 수 있다. 배경이 지저분하거나 아웃포커스 효과를 통해 ‘뭔가 있어 보이는’ 영상을 찍고 싶다면 스위치 하나로 배경 흐림 효과를 켜고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한 번 사용해봐야 알 것 같다.

영상에 포커스를 맞춘 기기라는 걸 가장 온몸으로 말해주는 게 바로 촬영 버튼의 위치다. 소니 카메라는 대대로 바디가 얼마나 크건 간에 녹화 버튼을 코딱지만 하게 만들어놔서 눌리는 건지 마는 건지 희미한 ‘삑’ 소리에 의지해서 1년에 한 번씩은 대형사고를 유발하곤 했는데, 이젠 더 직관적인 녹화가 가능해졌다. 정면에 레코딩 램프를 배치해서 녹화 중인지 여부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여기에 리뷰어가 혼자서 카메라 앞에서 촬영을 하더라도 쉽게 제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쇼케이스 기능도 흥미롭다. 이 카메라를 쓰면 뷰튜버들이 흔히 많이 하는 제품 뒤에 손바닥을 대서 초점이 잡히게 하는 포즈는 보기 힘들어지겠다.

이 밖에도 S-Log3 등의 다양한 픽처 프로파일을 지원하고, 내장 ND 필터를 활용할 수 있는 등 기존 소니 사용자로서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 많다. 이 정도 레코딩 기능을 누리면서도 손바닥 정도의 작은 사이즈라니. 게다가 RX100 시리즈보다 훨씬 저렴하게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용했을 때의 화질과 배터리 문제가 약간 염려되긴 하지만 예습은 여기까지면 됐다. 이제 직접 사용해보고 후기 준비하겠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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