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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인사이트 대량 공급'하는 요즘 새 책 bes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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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디에디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책 얘기를 하게 된 객원필자 기명균이다. 기명균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덧붙이자면 나는 지금 퍼블리에서 일하고 있고, 낱말퍼즐로 된 책을 두어 권 냈고, 책을 읽는 것보다 구경하고 사들이는 데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타입이다. 나는 종종 내 글을 읽으며 즐거워하는데, 독자 여러분도 즐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


1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지는 경험도 다 피와 살이 된다지만

이기는 방법이 여기 있는데 일부러 질 필요는 없잖아.”

이 글을 읽고 있는 디에디트 독자들 중에도 기막힌 아이디어 한두 개쯤 몰래 마음에 품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있다. 여유가 좀 생기면 본격적으로 도모해보려고 묵혀둔 아이디어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칭찬을 듣고 싶지만, 이 책은 칭찬 대신 마이크 타이슨의 뼈 때리는 말을 들려준다. “누구나 계획이 있죠. 저한테 한 대 맞기 전까지는요.”


‘아이디어’란 단어에는 후광이 있다. 아이디어 앞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굿’ 혹은 ‘반짝이는’이고, 셔터스톡에서 ‘idea’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노란색 전구 일러스트가 우르르 쏟아져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실패한다. 그러니 실패하지 않을 아이디어를 만들어라. 몇 대 맞아도 좀 휘청거리다 금방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아이디어를.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데이터가 아니라 근거 없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더라도 그 데이터가 ‘남들이 만들어 놓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남들의 데이터는 각자 자기 목적을 위해 만든 것이므로,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지금의 내 아이디어와는 정확히 아귀가 맞지 않는다. 결론은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고, 이것에 근거한 아이디어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 방법은 책에 사례 중심으로 친절하고 자세히 잘 정리되어 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지식 같은 건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 쫄 필요 없다.

  •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알베르토 사보이아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 | 19,800원

2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이런 질문 해도 되나?

걱정부터 하는 한국인의 고질병을 뜯어고쳐주마.”

A의 질문에 B가 그럴 듯한 답을 내놓으면 ‘캬~ 우문현답이네요’라며 치켜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이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말에 불만이 있다. 첫째, 질문을 던져 현명한 답을 이끌어낸 A를 ‘어리석다’ 할 수 있는가. ‘현답’을 이끌어낸 A야말로 좋은 인터뷰어, 좋은 질문자가 아닌가. 둘째, B의 그럴 듯한 대답은 과연 ‘현명하다’ 할 수 있는가. 그럴 듯한, 있어 보이는 말일수록 우리는 그 속에 알맹이가 없는 경우를 자주 봐왔지 않은가.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을 보면 ‘우문현답’이라는 말의 맹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일단 이 책에는 ‘우문’이 가득하다. 내가 봐도 어리석은 질문 같아서, 자꾸 비웃고 싶어진다. “집에서 문어를 기를 수 있나요?(그건 집주인한테 물어보셔야지)” “어디에 가면 단두대를 빌릴 수 있을까요?(이렇게 공개적으로 빌리시려고요?)” “수박 한 통에 씨가 몇 개나 들어 있나요?(케바케, 수바수겠죠 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는 모두 같은 사람인가요?(이거 진짜 바보 아냐?)”


그런데 뉴욕도서관 사서들의 답변을 보면 비웃음이 쏙 들어간다. 너무 사려깊고 친절해서, 비웃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집에서 문어를 길러도 되냐는 질문은 결코 어리석은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를 수 있지요. 다만 손이 아주 많이 가고 특히 수조에 꼭 맞는 덮개를 덮어두셔야 합니다. 문어는 탈출의 귀재라서요. 관련 정보를 처음 알아보시려면 ‘옥토퍼스 뉴스매거진 온라인(www.tonmo.com)’을 추천합니다. 문어라는 생명체에 대해 전반적으로 더 알고 싶으신가요? 가까운 도서관에서 일련번호 ‘594.56’ 항목을 둘러보시면 문어에 관한 책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질문자의 의도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이의 성실한 답변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 정은문고 펴냄 | 16,800원

3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책도 유튜브도 팟캐스트도 좋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콘텐츠 사용설명서’다.”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을 읽지 않았다면 책 제목을 보고 ‘우문’이라 무시했을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질문이니까. ‘집어삼킬 것인가’가 아니고, 유튜브는 한참 전에 이미 책을 집어삼켰다. 아니 책뿐 아니라 모든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전설적인 야구선수 칠봉이는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동화 <피노키오>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은 향유고래가 피노키오를 집어삼킨 다음부터다. 피노키오는 위산에 소화되기 직전에 향유고래의 몸 속에서 불을 피우는 데 성공했고, 향유고래는 뜨거움에 몸부림치다 결국 피노키오를 몸 밖으로 뿜어내고 만다. 유튜브의 무지막지한 위장 속에서, 책은 과연 위산에 녹아내리지 않고 살아나올 수 있을까?


책의 생명력은 질기다. 당장 나만 해도 지금 유튜브 계정이 아니라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고 있지 않은가. 라디오, 영화, TV, 컴퓨터, 스마트폰, 전자책, 그리고 유튜브까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책은 위기설에 시달렸지만 미디어계의 대선배로서 2020년에도 고집스럽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자 두 사람은 책의 장수비결을 ‘리터러시(literacy)’에서 찾는다. 글을 읽고 쓰는 행위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책이 유튜브 입 속에 빨려들어갈지언정 소화되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동시에 책이 ‘꼰대’가 되어서도 곤란하다고 말한다. 글을 읽고 쓰는 행위만큼이나 영상을 보고 듣는 행위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에디트는 글과 영상을 같이 만드나?)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펴냄 | 16,000원

4
<담배와 영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있기에

유튜브도 책을 집어삼키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한다. 담배는 피지 않는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혐오하는 것 Top 10 안에 담배가 넉넉히 포함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사들인 이유는 금정연이라는 이름의 저자 때문이다.


나는 금정연의 팬이다. BTS의 팬들이 새 앨범을 들어보지도 않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듯, 나는 금정연의 새 책이 출간되면 주제와 상관없이 일단 손에 넣고 본다. 서점 운영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탐방서점>을 샀고, 버스와 지하철을 사랑함에도 <아무튼, 택시>를 샀다. 그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읽지도 않을 문예지 <문학과 사회>를 계절마다 사들였다.


책뿐만이 아니다. 나의 소유욕은 무형의 하이퍼링크에까지 뻗쳤다. 몇 년 전 <시사인>에서 그의 서평을 처음 읽은 후, 나는 구글에서 ‘금정연’을 검색해 그가 쓴 모든 글을 인스타페이퍼에 저장했다. 팟캐스트를 한다기에 <일상기술연구소>까지 챙겨들었다.


뭐가 그리 좋았냐고 묻는다면, 팬으로서 오기가 생겨 괜히 답하기 싫다. BTS의 매력을 알려면 그들의 무대를 봐야 하고, 시얼샤 로넌의 매력을 알려면 그의 영화를 봐야지. 금정연의 매력을 알려면 그의 책을 읽는 수밖에 없다. 담배나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뭐, 저자의 팬이 되는 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 <담배와 영화>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펴냄 | 15,000원

5
<여행의 미래>

“이러다 비행기 표 끊고 숙소 잡는 법 까먹겠네,

책으로라도 여행의 감각을 유지해야지.”

미래를 예측하는 게 의미 있나 싶을 만큼 모든 게 수시로 변하는 세상이지만, 여행의 미래만은 꽤 선명해 보였다.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하나투어에서 마이리얼트립으로, 관광에서 경험으로, 트렌드가 바뀌는 와중에도 여행인구의 상승곡선은 기복이 없었다. 여행은 이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었다. 저자와 출판사가 이 책을 기획한 2019년 5월에도, 그 후 저자가 원고를 마무리했을 즈음에도, 여행의 미래는 분명 밝았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풍선 불고 케이크 자르고 폭죽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려던 순간, 갑자기 정전된 것처럼 모든 불이 꺼졌다. 두꺼비집이 내려간 원인은 합선이나 누전이 아니라 코로나19였다. 책이 출간된 2020년 봄, 여행의 현재는 ‘블랙아웃’이다.


그럼에도 5월 연휴에 18만 명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위험요소지만,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여행업계엔 희망적인 뉴스다. 이미 다들 여행에 중독되어 버렸다는 거니까. 떠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달력에 줄지어 늘어선 빨간색만 보면 습관적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금단 증상은, 그 파괴력이 전염병 못지않다. 도박, 마약, 게임, 유튜브, 스마트폰 등 고객을 중독시키는 비즈니스가 실패하는 것 본 적 있나? 여행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언제가 됐든 코로나19는 끝날 테고, 일상도 제자리를 찾는다. 그럼 그땐 우리도 마스크를 벗고 다시 여행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정전된 날 밤에 더듬더듬 촛불을 찾아 켜듯, ‘블랙아웃’ 속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여행을 그려보자. 책에는 온갖 ‘뜨는 여행 트렌드’가 가득해서, 여행을 끊은 게 아니라 참고 있는 분들이 대리만족을 통해 금단 증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여행의 미래> 김다정 지음 | 미래의창 펴냄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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