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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공기청정기를 '다섯 대'나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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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IT칼럼니스트 최호섭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워낙 무섭다 보니 이제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와 황사는 걱정거리에 들지도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겨내는 중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질병과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우리는 곧 맑은 봄 하늘을 누릴 수 있게 될 게다.

무겁게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공기청정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공기청정기를 다섯 대나 샀다. 공기청정기를 너무 사랑해서? 그건 아닐 게다. 공기청정기는 어쩔 수 없는 필수품이다. 다만 이걸 왜,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속 시원히 알려주지 않아서 먼 길을 오래 돌아왔을 뿐이다.


공기청정기는 이름부터 참 많은 환상을 갖게 만드는 제품이다. 공기를 맑게 해준다니 세상에 이런 마술이 어디 있나.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던 기기였다. 공기가 더러워야 얼마나 더럽고, 깨끗하게 하면 또 얼마나 깨끗해질 것인가. 여기에 선뜻 수십만 원 쓰는 건 꽤 망설여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에 모든 현실을 지워주는 조건이 붙었다. 바로 ‘아기’. 그렇게 2015년 봄, 우리 집에 처음 공기청정기가 들어왔다. 사실 별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좁은 집에 적절한 가격대 제품을 뒤졌다. 그리고 30만 원이 안 되는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가 택배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첫 번째 공청기,
―삼성전자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게 무슨 30만 원이야!’라는 게 내가 첫 공기청정기를 처음 마주하고 느낀 인상이다. 필터의 비닐을 벗기려고(의외로 필터 비닐 안 벗기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카더라…) 뒷판을 열고 필터를 떼어내자 그 안에서 큼직한 팬이 눈에 띄었다. 구석구석 살펴봐도 이 가전기기에서 움직이는 부분은 딱 하나 이 바람개비뿐이었다.


그렇다. 공기청정기는 팬을 돌려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필터로 걸러서 내보내 주는 것이다. 애초에 공기를 청정하게 만드는 따위의 물건이 아니다. 먼지 필터기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10만 원짜리 샤오미도, 100만 원짜리 다이슨도 기본 원리는 흐르는 공기에 필터를 대서 먼지를 걸러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선풍기에 필터를 붙인 것과 기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팬을 얼마나 빨리 돌릴지 결정해주는 먼지 센서다. 기기를 만든 분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원리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아기 핑계를 댔지만 고질적인 비염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의외로 공기청정기에 대한 평가 중에 ‘비염이 나았다’라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일리는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주범인 집 먼지나 꽃가루를 걸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계속 생각하다 보니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워낙 고질병인지라 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몇 주 쓴 뒤 필터에 하얗게 쌓인 먼지를 보면 ‘뭔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왜냐면 이 먼지의 상당수는 필터 대신 내가 삼켰을 테니 말이다. 사실 공기청정기의 눈에 띄는 효과 중 하나는 집안 곳곳에 쌓이는 먼지가 꽤나 줄어든다는 점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게 주 역할이니 말이다.


어쨌든 첫 공기청정기는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 역할은 충분한 것 같았다. ‘공기청정기는 사실 먼지 빨아들이는 선풍기’라는 경험을 얻었으니 말이다. 몇 달 뒤 새로운 공기청정기를 만나게 됐다. 바로 벤타 에어워셔. 새것을 산 건 아니고, 지인이 쓰던 것을 싸게 가져왔다.


두 번째 공청기,
―벤타 에어워셔

에어워셔를 받아와서 열어보고는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건 필터도 없다. 그냥 커다란 물통 위에 팬이 하나 달렸다. 미세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뭐라고 판단할 수 없지만 물을 필터 삼아 미세먼지를 제거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어차피 공기청정기는 먼지를 품은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보내는 것인데, 벤타 에어워셔는 그 공기를 물에다가 냅다 패대기치는 방식이고, 먼지는 물에 잘 붙으니 말이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전원을 켜니 선풍기처럼 모터가 도는 소리가 꽤 크다. 여느 공기청정기보다 시끄럽다. 센서를 통해서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사치스런 기능 따위는 없다. 그냥 내가 적절한 회전 속도를 정해주면 물이 사라질 때까지 쉬거나 요령 부리지 않고 똑같은 페이스로 일하는 우직함이 좋은 것 같다. 아니다. 세상에 선풍기보다 조금도 복잡해 보이지 않는 물건값이 30만 원이 넘는다는 데에 묘한 배신감이 더 마음을 긁는다.

그런데 이 제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했다. 벤타 에어워셔에는 부가적인 기능이 있는데 바로 가습이다. 물에 공기를 흘려보내는 방식인데, 이게 따져보면 물에 선풍기를 트는 셈이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물을 날려버렸다. 어떻게 해도 건조했던 집이 아주 적절한 습도로 채워졌다. 시끄러운 것 같은 팬 소리마저 예쁘게 들릴 만큼 집안 공기 환경이 달라졌다. 지금도 건조한 호텔방에서 잠을 잘 때면 다음 출장에는 벤타를 수하물로 부쳐서 갖고올까 하는 생각을 매일 100번 정도 한다.


벤타 이후로 공기청정기에 대한 신뢰(?)가 묘하게 생겼다. 그리고 벤타 외에는 꼭 비싼 걸 살 필요는 없다는 소심한 결론을 내렸다. 그러던 중에 집을 이사했고, 공기청정기 욕심이 스멀스멀 스마트폰을 스쳤다. 우리 집 세 번째 공기청정기, ‘미 에어 프로’는 그렇게 중국에서 일주일 만에 날아왔다.


세 번째 공청기,
―미에어 프로

일단 미 에어는 싸다. 가장 좋다는, 그러니까 공기 흐름량이 가장 많은 미 에어 프로가 16만 원 정도다. 그리고 중국 제품을 어떻게 믿냐는 주변의 이야기들 틈에서 ‘미세먼지의 본국이 중국 아닌가’하는 반발심이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잘 쓰고 있지만 약간 간지러운 부분이 있긴 하다.


먼저 조금 게으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공기청정기는 먼지 센서를 통해 먼지 농도를 재고, 그에 따라 팬 속도를 조절해 공기정화를 한다. 그런데 미 에어 프로는 꽤나 여유롭다. 팬이 세게 도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조용하긴 하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것 같은 묘한 배신감이 든다.


이 공기청정기는 거실과 주방까지 충분히 정화할 수 있는 스펙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팬이 그렇게 도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공기청정기 주변만 정화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집 안의 먼지 농도도 높아지고 공기청정기도 일을 부지런히 하지만 평소에 눈에 보이는 먼지도 좀 넓게 걸러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아무래도 고향인 중국의 미세먼지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기는 좋은 편이라고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네 번째 공청기,
―파우트 NOSE1

[편집자주: 브로스앤컴퍼니에서 만드는 파우트NOSE1라는 모델이다]

그렇게 세 번째 공기청정기를 산 이후로 또 하나의 경험을 얻었다. 바로 ‘큰 것 하나보다 작은 것 여러 개’라는 결론이다. 우리 집 네 번째 공기청정기가 들어왔다. 작은 방에 둘 소형 공기청정기다. 어디 제품인지 기억도 잘 안 난다. 비싼 기기, 좋은 필터 이런 건 배부른 이야기이고, 그냥 손 닿는 곳에, 그러니까 공간마다 싸고 작은 공기청정기를 두는 게 나은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집은 공기청정기를 24시간 돌리는데, 집안에 먼지가 쌓이는 속도가 확실히 다르다. 모든 먼지를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먼지를 잡아주는 효과는 꽤 크다. 꼭 미세먼지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먼지들에 대한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요즘 같은 경우 공기청정기는 천천히 도는 경우가 많고 강제로 풍량을 만지지 않고서는 넓은 공간의 먼지를 걸러주는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비싸지 않은 공기청정기 여럿을 쓰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아, 물론 벤타 에어워셔는 꼭 있어야 한다.


이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얼마 전 다섯 번째 공기청정기까지 손을 댔다. 바로 차량용 공기청정기다. 그전에도 음이온을 통해 미세먼지를 떨어뜨려준다는 작은 공기청정기를 두긴 했는데, 음이온 방식은 오존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만 잠깐씩 썼다. 사실 차량 안은 좁기 때문에 미세먼지보다도 큰 먼지가 더 신경 쓰인다. 그래서 역시 필터식 공기청정기가 맞는 듯하다.

다섯 번째 공청기,
―LG 퓨리케어 미니

다섯 번째 공기청정기는 LG전자의 퓨리케어 미니다. 생각보다 작지는 않은데 컵홀더에 꽂아두면 그럴싸하다. 역시 구조는 PC에 들어가는 것 같은 작은 팬 두 개로 공기를 빨아들여 작은 필터에 거르는 식이다. 다섯 번이나 공기청정기를 사고 있지만 이걸 20만 원이나 받는다는 게 아직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쨌든 효과는 보고 있다. 차량은 공간이 좁으니 오히려 일상의 먼지가 더 잘 걸러지고, 차량의 대시보드에 쌓이는 먼지는 확실히 줄었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니 기분은 좋다. 그런데 볼 때마다 이게 왜 20만 원인지는 모르겠다.


공기청정기는 이제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됐다. 이 많은 공기청정기를 사면서, 쓰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꼭 미세먼지 때문에 써야 하는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옷과 몸에서 떨어지는 큰 먼지에 대한 효과도 눈 여겨봐야 한다. 하지만 작지도, 싸지도 않은데 공간마다 두어야 하는 부담은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중요시 여기는 제품들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글이 길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공기청정기는 크고 비싼 것보다는 작은 것을 여러개 사는 편이 낫다는 것. 어쩔 수 없다. 써야 하는 제품이다. 공기청정기 필요 없는 세상 따위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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