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레전드 게임이 23년 만에 리메이크 된다

조회수 2020. 4. 8. 16: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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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IT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가 드디어 나옵니다. 스퀘어에닉스가 거짓말처럼 리메이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게 2015년 6월의 일인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출시를 코 앞에 두게 됐습니다. 지난 3월에 공개된 데모와 최근의 최종 트레일러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이게 정말 현실이 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23년 만에 새 옷을 갈아 입고 출시를 앞둔 <파이널 판타지7>을 보다 보니 묘한 감정이 떠오르더군요. 아직 예약 판매로 구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사긴 사겠지만 어딘가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기다림 속에 기대만큼 걱정이 숨어 있다고나 할까요?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느낌은 뭘까요?


제가 <파이널 판타지7>을 처음 접한 것은 1996년 11월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평생 처음 맞이하는 낯선 해방감을 느낄 때였죠. 학교는 아침에 얼굴만 비추고 집에 가라고 해서 나오긴 했는데 뭐 할 게 없다 보니 오락실에서 <던전 앤 드래곤 2>를 한번 끝내고, 플스방에 처음 가봤습니다. 지금이야 플스방이 흔하지만 당시에, 특히 제가 살았던 인천에는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낯설고 앞서간 콘셉트였습니다. 게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공 공간이라는 것이죠.

어쨌든 이 플스방에 갔던 이유는 소문의 파이널 판타지7 데모 버전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지금처럼 온라인 마켓은 커녕 온라인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콘솔 게임에 데모라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개념이었지요. 하지만 당시 최고를 달렸던 스퀘어는 이 세기의 타이틀의 데모를 디스크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출시작이었던 <토발 No1>에 이 데모 디스크를 넣었습니다. <토발 No1>은 썩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파이널 판타지7 데모 때문에 히트를 쳤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데모 디스크를 사면 끼워주는 게임’이라는 농담도 있었지요.

처음에는 그렇게 엄청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또 하나의 파이널 판타지라는 생각으로 디스크를 넣고 켰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 게임 인생에서 가장 넋을 잃고 바라본 오프닝이 지나갔습니다. 영화같은 오프닝이 지나가고 기차에서 뛰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연결되는 장면에 너무나 놀라서 다시 기기를 껐다 켜서 다시 보고서야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이게 무슨 그래픽이라고 할 만한가’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당시로서는 3D 폴리곤이 이렇게 화려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영화같은 오프닝 영상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출은 당시에 어디까지 그래픽이고 어디까지 영상인가 하는 놀라움을 남겼죠. 물론 그 영상 역시도 말도 안되는 퀄리티였어요.


그리고 이듬해 정식 출시된 이후 여름방학을 홀려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잊을만 하면 지금도 한번씩 꺼내서 해보는 게임이 됐습니다. 지금은 그래픽에 대한 인상보다 게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스토리를 곱씹어보게 되지요. 끝까지 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요즘은 엔딩까지 가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긴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휴대용 게임기로 한번씩 켜서 몇 시간 정도 해보는 것으로 충분히 즐겁습니다. 요즘 게임들의 영화 같은 그래픽에도 시큰둥하지만 폴리곤 덩어리가 그대로 게임을 채우는 이 세기말 게임은 여전히 똑같은 감동을 전해줍니다.

일기 같은 이야기지만 <파이널 판타지7>에 대한 기억들은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파이널 판타지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프랜차이즈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꼽는 6편, 최고의 게임성을 가진 3편 등 쟁쟁한 시리즈를 셀 수 없이 많이 팔아치웠던 시리즈입니다. 일본에서 출시일에 게임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가장 강력한 시리즈가 바로 이 파이널 판타지였습니다.

하지만 7편은 조금 달랐습니다. 3D로 넘어온 첫 트리플A RPG였고, 그 결과물은 놀라웠습니다. 그래픽, 음악, 연출, 스토리 등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 CD 3장이라는 엄청난 볼륨으로 흠 잡을 데 하나 없는 완벽한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지요. 국내에는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통해 PC판으로 들어왔지요.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과 스팀, 그리고 각종 콘솔 게임에 ‘사골’처럼 재탕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게임이 돌아옵니다. 사실 이런 건 추억 보정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 적지 않은 게이머들에게 이 <파이널 판타지7>은 지금도 가끔씩 꺼내서 해보는 현역 게임일 겁니다. 그래서 스퀘어에닉스도 이 프랜차이즈의 리메이크를 선뜻 꺼내놓지 못했던 것이고요. 리메이크라는 것이 그렇지만 원작을 그대로 내기도 애매하고, 또 그렇다고 새로 해석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데모 버전을 통해 공개된 <파이널 판타지7>은 사실 매우 낯섭니다.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졌고, 전투 한 번을 끝내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크게 늘었습니다. 30분이면 끝날 것 같았던 첫 번째 마황로 작전을 끝내는 데에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전체 볼륨도 더 커지는 듯 합니다. 너무 세밀하게 묘사되고, 목소리까지 얹힌 캐릭터들의 모습도 이질감이 있습니다. 낮은 해상도의 그래픽이 주는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게 현대의 파이널 판타지입니다. 분할 출시의 첫 편이 어디까지의 내용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석하든, 또 그 해석이 제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냥 그래픽만 바꾸어서 나왔으면…’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쩌면 새로운 게임이라고 마음 먹고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도 같습니다.

적어도 새로운 세대의 콘솔 게임기에서 최신의 기술로 포장된 추억을 끄집어내주는 것만으로도 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도 어딘가 시작이 망설여지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쓰다 보니 그게 뭔지 비슷한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기억속에서만 아름다운 첫사랑을 23년 만에 다시 만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그런데 사실은 그 첫사랑보다 그리운 것은 첫사랑에 빠져 있던 ‘나’였을지 모릅니다. 이제는 콘텐츠의 풍요로움 속에서 게임이 열정과 체력, 시간 투자까지 쉽지 않은 내가 이 게임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인 듯 합니다. 어떤 게임이 다시 그렇게 빠져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싶네요.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는 말 그대로 제게는 마지막 판타지라는 의미를 갖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이 게임을 즐겁게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의 마음 속에는 <파이널 판타지7>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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