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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취미로 사진을 찍은 기자의 "미러리스 카메라 추천"

조회수 2020. 3. 13.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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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몇 주 동안 집에만 있다 보니 자꾸 유튜브와 쇼핑몰에 손이 갑니다. 사고 싶은 건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요. 다시 카메라 지름신이 붙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여러가지 카메라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지금 쓰고 있는 카메라들을 다시 돌아봅니다.


저는 지금 소니의 A7M2(A7II)와 A7M3(A7III)를 쓰고 있습니다. A7M3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카메라일 겁니다. 영상 촬영을 핑계로 구입했고, 사진에서도 AF 처리나 듀얼 메모리 슬롯, 배터리 등등 A7 역사상 가장 큰 변화로 지금까지도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카메라일 겁니다.

[A7M2 제품샷 찍기 위해(?) A7R3를 또 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A7M3를 구입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 좋은 카메라를 산 뒤에도 제가 주로 쓰는 카메라는 A7M2라는 겁니다. A7M3가 이를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쓰던 기기에 손이 더 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물론 지금도 ‘이 4k도 안 찍히는 낡은 카메라를 대신하겠다’는 목표로 새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카메라를 들여다 봐도 제가 쓰는 용도 안에서는 4k 촬영 외에는 또 그렇게 문제될 게 없는 게 바로 A7M2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에서도 카메라를 사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하게 되는 제품이 바로 이 출시 5년이 넘은 A7M2이기도 하고요.


풀 프레임과 미러리스 ‘둘 다’

저는 A7M2를 쓰기 직전에 NEX5와 캐논 EOS 1Ds 마크2를 썼습니다. EOS 1Ds 마크2는 중고로 사기는 했지만 사실 저한테는 꿈의 카메라였습니다. 원래 캐논 카메라의 색을 좋아했고, 풀 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를 원했죠. 폼도 나고 디자인도 좋았습니다. 지금 봐도 이 카메라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결과물도 마음에 들었고요. 지금도 사실 다시 갖고 싶은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필름의 느낌으로 사진을 배울 수 있는 카메라랄까요? 사진을 찍는 기계적인 특성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고, 색감을 비롯한 결과물도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필름과 닮아 있습니다. 특히 감도나 손떨림 방지 같은 부분은 불편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필름으로 사진을 배웠던 저에게는 당연한 느낌이었죠. AF는… 음…. 하지만 지금도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꺼내 보면 이 카메라 다시 사고 싶습니다.

A7M2은 2015년 초 출시 직후에 구입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벼운 풀 프레임 카메라라는 게 모든 고민을 정리해 주었죠. 1세대 A7도 있었지만 이건 화질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가장 애를 먹었던 흔들림에 대해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2세대 A7은 딱 그 부분이 해소됐습니다. 일단 감도에 비해 노이즈가 적고,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었습니다. 얼마간 써볼 기회가 있어서 써봤는데 그때 참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찍어도 되나?’라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마냥 쉽게만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딱 ‘사진 꼰대’의 생각이 아니었나 싶네요.

[작년에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A7M2 촬영컷]
[A7M2 촬영컷]

어쨌든 캐논 장비를 모두 정리하고 넘어갈 만큼 고민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냥 사진이 너무 잘 나왔습니다. 같이 샀던 55mm f1.8 렌즈는 어마어마한 결과물을 보여주었고, 이 풀 프레임 센서는 내가 원하는 조리개와 셔터 속도만 정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맞춰줄 만큼 ISO 감도에 대해서 관용도가 높았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 때나 찍어도 사진이 나온다’는 생각을 주었습니다. 그게 약간은 과장된 소니의 색감과 더해져서 전체적으로 사진이 주는 느낌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여러가지 형용사를 쏟아보자면 ‘거짓말 같다’, ‘디지털 느낌이다’, ‘조미료를 친 것 같다’ 처럼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게 뭐랄까요, 저는 딱 소니 F717을 쓸 때 받았던 것과 너무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 제 미천한 사진 실력을 감춰줄 수 있는 일상 카메라였습니다.


그렇게 A7M2를 두고 며칠을 고민한 결과 캐논을 버리고 소니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1Ds 마크2를 비롯해 렌즈들을 다 정리하고 새 카메라를 들였습니다. 렌즈는 딱 두 개를 골랐습니다. 35mm f2.8, 그리고 55mm f1.8입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고 다소 찜찜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건 그때까지도 제 마음 속에 있던 사진 꼰대, ‘이렇게 쉽게 찍는 사진은 내 사진이 아니야!’라는 거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이게 당시에는 저를 꽤나 괴롭혔습니다. 음식에 흔히 쓰는 조미료 MSG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못난 실력 감춰주는 카메라

디지털 기술은 진화합니다. 그 중에서도 센서와 소프트웨어는 가장 빨리 발전하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고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센서와 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여기에 사람의 불완전함을 풀어주는 손 떨림 방지 기능이 더해지면서 이 카메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줍니다. 그 동안 배운 사진에 대한 생각을 다 깨줬고요. 한 마디로 ‘해 지면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는 것 아니다’라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정 반대로 뒤집어지는 거죠. 저는 사실 아직도 그 생각이 너무나도 머리에 깊게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출시가 5년이 지난 이 카메라는 정말 밤에 찍어도 됩니다.

[A7M2 촬영컷]

그래도 기변은 쉽지 않았습니다. 캐논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 고민을 단숨에 정리하게 해준 건 역시 가족, 특히 아이입니다. ‘아이를 안고 EOS 1 바디를 매는 건 무리’라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못할 건 아닙니다. ‘들기 어려운 것’과 ‘들 수 없다’의 문제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그냥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 카메라를 사고 싶었거든요. 카메라를 사는 데 아이만큼 좋은 핑계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 A7M2는 제 아이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영상 때문에 A7M3도 샀습니다. 색감에 혹해서 후지필름 X-T30도 같이 쓰고 있습니다. 다 좋은 카메라입니다. 아니, 요즘 안 좋은 카메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제게 ‘메인 카메라가 뭐냐’라고 물으시면 저는 A7M2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카메라를 고민하면 한 가지 조건을 이야기하고 A7M2를 추천합니다. 그 한 가지 포기해야 할 조건은 4k입니다. 4k 촬영이 안되니까요. 하지만 그게 필요 없고, 카메라에 고민을 하고 있다면 저는 A7M2와 50mm f1.8 렌즈만 딱 사는 걸 가장 추천합니다. 이런 조합이 150만 원이 안 되고, 화질과 무게 등 모든 부분에서 이 정도 만족시켜줄 만한 카메라가 흔치 않습니다. 아, 영상이 주력이라면 A6400이나 A6600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 안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일상을 남기고 싶은 ‘아빠진사’, 그리고 사진을 시작하는 초보 작가들에게 이만한 카메라는 거의 없습니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스포츠 사진이나 스튜디오 사진 등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저와 비슷한 수준의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아마추어라면 A7M2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A7M3, 그리고 전문가들의 A9시리즈와 똑같은 결과를 내어준다고 하면 될까요? 그러면서 200~500만원에 달하는 가격과 달리 100만원 대 초반, 중고는 60~70만원 선이면 구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요? 이건 정말 사용 습관에 따라서 다릅니다. 저는 이 카메라를 주력으로 써 온 5년 간 배터리 걱정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매일 충전하냐고요? 그것도 아닙니다. 정말 그냥 별 생각 없이 막 씁니다. 그래도 휴가나 출장 등에서 배터리 때문에 애를 먹는 일은 없었습니다. 습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추가로 배터리 한 개 정도 더 있으면 충분하고, 두 번째 배터리에는 손이 잘 안 갑니다. 프로 사진가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하루 촬영에서 배터리 때문에 애를 먹은 일은 없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시작하신다고요?

무엇보다 요즘 카메라에 비해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쨌든 결과물은 늘 마음에 듭니다. 해상도는 2400만 화소를 담아내고, 최대 ISO 감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쓸만한 수준, 그러니까 3200 선에서는 요즘 나오는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소니의 2400만 화소 센서들도 처리 속도나 빛을 받아들이는 양 등 개선이 크게 이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확대해서 봐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제가 쓰는 용도 안에서 전체적인 사진의 톤도 비슷합니다. (물론 조금 다른 건 사실입니다.)

[A7M2 촬영컷]

A7M3를 구입하고도 계속 A7M2를 쓰는 이유는 편해서입니다. 충분히 필요한 기술들은 다 더해졌습니다. AF 속도나 정확도도 떨어지지 않고, 감도나 손떨림 방지 기능도 훌륭합니다. 기능적으로는 물론 최신 제품이 훨씬 좋지만 부담없이 운영할 수 있고, 제가 쓰는 안에서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도 거의 같습니다. 망치는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기기는 충분하고 제가 실력만 있으면 됩니다. 연속 촬영이나 4k 영상처럼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직도 거의 모든 상황에서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카메라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아니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카메라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5년동안 카메라 업계에 발전이 멈춘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최근 카메라의 트렌드가 사진보다 영상에 집중되고, 차별점이 영상에서 만들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카메라의 영상 촬영은 갈 길이 멉니다. 그에 비해 사진은 이미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고, A7M2는 딱 ‘요즘 카메라’의 기준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넘어 미러리스를 구입하려는 분들에게 A7M2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추천합니다. 더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혹은 A6400 급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먼저 눈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그 이상의 사진을 원하고, 이왕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이 정도 크기는 큰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줄 것이고요.


자,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일상을 담고,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의 비중이 높고 영상도 4k가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지금 A7M2는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번들렌즈 대신 렌즈를 더 좋은 걸 사는 게 낫습니다. 렌즈는 55mm f1.8나 지난해 나온 35mm f1.8 정도면 딱 가볍고 좋습니다. 부담스럽다면 50mm f1.8 렌즈를 사세요. 줌 렌즈는 다소 비싸고 이 미러리스 카메라의 강점인 ‘크기’에서 손해도 있습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작은 단렌즈를 쓰는 게 좋습니다. 비싸지 않은 렌즈 한 두 개 정도면 풀 프레임 디지털 카메라가 주는 심도나 해상력이 주는 느낌을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꼭 풀 프레임 디지털 카메라가 모든 사진의 답은 아니지만 비슷한 값이라면 풀 프레임이 여러가지 재미를 주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스마트폰이 1억 화소를 담아내고 8k 영상을 찍어내는 시대가 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광학 기술과 센서 판형이라는 물리적인 조건이 자연스러운 빛을 담아내는 디지털카메라의 사진이 만들어주는 결과물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 폭이 많이 줄었고, 앞으로도 더 좁혀지긴 하겠지만 차이는 명확히 있습니다.


아… 이제 이 카메라와 헤어질까 싶어서 생각을 정리할 겸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돌아보니 내려놓기가 더 망설여지네요. 기계적으로는 빛을 받아서 0과 1의 신호를 기록해주는 기기일 뿐이지만 그 결과는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순간, 그리고 감정을 담아냈고, 왠지 파일에 쓰이지 않은 제 3의 감정은 카메라 손잡이 부분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기는 무조건 새로 나온 것이 좋고, 기술적인 발전에 대해 궁금함에 자꾸 새 카메라에 관심이 가지만 20년 넘게 사진을 취미로, 또 반쯤은 일로 찍어오면서 가장 걱정 없이 망치는 사진 없이 집중해서 찍을 수 있게 해준 A7M2는 계속해서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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