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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로이도 반할 만한 이태원 "고깃집" 클라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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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침부터 점심 메뉴 고민하는 에디터B다. 윤복희의 노래 “여러분”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나 같은 경우엔 고기가 위로해준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부터 물고기까지 가리지 않는다. 면이나 밥도 좋아하지만 고기만이 줄 수 있는 밀도 높은 바디감은 대체 불가능이다. 요즘 몸도 허약하고 마음이 영 싱숭생숭한 것이 고기를 안 먹어서 이렇구나 싶었다. 비밀 일기장에 저장해놓은 식당 리스트에서 고깃집을 세 군데 추렸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태원에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지. 이번 주 내내 맑다가 하필 그날 비가 내렸다. 긍정적인 나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분위기는 더 좋겠지.


참고로 이번 고기투어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전에 다녀왔다. 이땐 마스크 낀 사람도 거의 없고, 길거리에는 사람들도 참 많았는데… 벌써 그립다. 아무튼 그때를 그리워하며 고기투어 시작.



벽돌해피푸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38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벽돌해피푸드다.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에 있는 중식당이다. 처음 가게 안으로 들어갔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식당 안에 외국 힙합이 크게 흘러나오는 걸 보면 클럽 같기도 하고. 몇 명이냐고 묻는 홀직원의 얼굴에 피어싱이 많이 보였다. 만약 힙합무형문화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랩으로 대답할 뻔했다.

한 명이라고 답하니 친절한 직원은 편한 곳에 앉으라고 말해줬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며 감상에 젖으려다가 일단 메뉴부터 시키고 천천히 감상에 젖자 생각했다.

이건 가게에 들어오기 전에 찍은 메뉴판인데, 사실 오기 전부터 메뉴는 이미 골라놨다. 바로 사천식 돼지고기 튀김과 마라샹궈. 위가 조금만 더 컸다면 토마토 계란덮밥까지 시켰겠지만, 오늘 내 위는 소화해야 할 업무가 많다. 창문 옆 스피커에서 외국 힙합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F로 시작하는 엄마 욕하는 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래퍼들은 왜 버릇없이 남의 엄마를 욕할까.

메뉴가 나왔다. 설명 안 해도 알겠지만, 붉은 것이 사천식 돼지고기 튀김, 볶음면이 마라샹궈다. 접시의 색이 다른데 더 맛있어 보이게끔 의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침이 고인다. 우선 돼기고기 튀김부터 한 입 베어 물었다.

‘맵다! 아니다, 하나도 안 맵다! 아니다 매운가..?’ 먹으면서도 헷갈렸다. 일단 붉을 때깔을 보면 굉장히 톡 쏘는 매운맛일 것 같은데, 막상 먹으면 그렇게 맵지는 않다. 매운맛의 타격감도 한식과는 다르다. 고추의 매운맛이 혀에 달라붙어서 “야 맵지? 쿨피스 계속 먹게 할 거야. 계속 맵게 할 거야.”하면서 괴롭히는 게 한식이라면, 사천식 요리는 2초 정도 확 매웠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잠깐 맵고 금세 사그라드니 계속 젓가락이 갈 수밖에 없었다.

친화력 좋은 나는 사장님이 계시길래 맛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중국 소스라기보다는 저희가 만든 소스인데, 전에 동남아 식당을 하면서 갖게 된 양념으로 만든 거라…” 영업 기밀이라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며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벽돌해피푸드는 전에 경리단길에서 까올리포차나, 레호이 같은 동남아 음식점을 운영하며 여러 소스를 실험했고, 그 결과 지금의 특제소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다음 차례는 소외 받고 있던 마라샹궈를 먹어볼 차례다.

마라샹궈는 사실 대표님(에디터M)이 점심 메뉴로 자주 제안하는 요리다. 하지만 내가 마라소스를 즐기지 않아서 자주 기각되곤 한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사장님은 벽돌해피푸드에서 제일 인기 많은 두 메뉴가 사천식 돼지고기 튀김과 마랴샹궈라고 했다.

맛있다.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마라의 맛은 약하다. 넓은 당면은 엄청 쫄깃쫄깃하다. 지금까지 먹었본 마라샹궈의 마라가 5단계 중 4단계라면 이건 2단계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사장님을 불러 심도깊은 인터뷰를 시도했다. “마라를 엄청 좋아하는 분들은 와서 밍밍하다고 그러는데, 저희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게끔 만든 거예요. 마라를 진짜 좋아하는 분들은 건대나 대림동 가시지 이런 데 안 오시니까요.” 덕분에 내 입맛에는 딱 맞다. 이런 마라샹궈라면 매일 먹을 수도 있겠다.

벽돌해피푸드는 압구정이 본점, 여기는 2호점이다. 벽돌, 해피, 푸드의 조합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 옛날옛적에 압구정에서 10년 이상 장사를 했던 벽돌집이라는 고깃집이 있었다. “벽돌집은 압구정의 랜드마크였어요. 진짜 유명한 곳이에요. 강남역의 지오다노 같은 느낌?” 사장님의 설명이다. 벽돌집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유산을 안고 가고 싶어서 허락을 받고 벽돌해피푸드라고 지었다고 하더라.

오늘 업무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술은 마시지 않았다. 대신 콜라 한 잔 마셨다. 배가 많이 부르지만, 그 다음 고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네키드 윙즈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174-11

네키드 윙즈는 소스를 사다가 알게 된 곳이다. 마켓컬리에서 한때 소스를 열심히 쇼핑하던 적이 있었는데, 바다 건너온 외국 소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붉은 소스를 발견했다. 진돗개 소스? 찾아보니 네키드 윙즈라는 곳에서 만든 소스라고 하더라. 링크는 여기

위에서 시선강탈하는 로고를 본 사람은 ‘네이키드 윙즈’가 아닐까 착각할 수 있지만 네키드 윙즈다. 반쯤 벗겨진 바나나를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괜히 야해 보일까 봐 올리지 않았다.

네키드 윙즈는 치킨윙 전문점이다. 날개보다는 온전한 한 마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치킨윙 전문점이라는 게 그리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길 찾은 이유는 바로 소스 때문이다. 무려 14가지의 소스가 있다. 메뉴판에 적힌 파마산갈릭, 허니버터 등이 그것인데 한 번에 14가지를 다 먹어볼 수 없으니 몇 번을 찾아오게 된다. 소스는 닭 양념으로 버무려져 나온다.

사실 계획이 다 있었던 나는 몇 주 전에 미리 방문해서 사진까지 찍어뒀다. 위에 사진은 친구들끼리 신년회를 하며 찍은 건데 2차로 간 거라 많은 양을 시키진 않았다. 플래터는 사이즈별로 싱글, 더블, 파티 이렇게 종류가 나뉘고 윙의 개수는 10개, 20개, 40개다. 소스는 윙 5개당 1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다. 더블 플래터를 시켰던 우리는 4가지 소스를 골랐다.

코리안글레이즈, 저크, 허니버터, 레몬페퍼를 시켰는데 맛에 대한 호불호가 달라서 무엇이 특히 맛있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아직 못 먹어본 맛이 10가지나 되니 베스트를 꼽기도 힘들다. 개인적으로 네 가지 맛 중에서는 된장과 고추장을 섞은 맛이 나는 코리안글레이즈가 좋았다. 나는 짠맛을 좋아한다.

사이드로는 대왕 양파링 크로켓도 싹싹 긁어먹었는데, 치킨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 옆에 보이는 샐러리와 당근은 플래터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제는 오늘의 마지막 일정 로우앤슬로우로 갈 시간이다. 사실상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로우앤슬로우
서울 용산구 보광로 126

로우앤슬로우에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충분한 시간, 다른 하나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무한한 인내심과 성품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줄을 설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도 필요했는데, 키오스크가 들어오면서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로우앤슬로우는 바베큐 레스토랑이다. 그것도 미국 본토의 바베큐 맛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이 가게가 유명한 건 본토의 맛을 선보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고기러버로 유명한 돈스파이크가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토의 맛이 나는지는 먹어보고 바로 알아채야 하지만, 나는 미국땅을 밟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하다.


가게는 다섯 시부터 오픈이지만 키오스크는 일찌감치 작동한다. 정확히 몇시부터 대기번호를 받을 수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매번 달라서 답을 드릴 수 없다고 들었다. 나는 네 시 반쯤에 방문했는데 47번을 받았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데 이미 46명이나 대기표를 받아 가다니,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로우앤슬로우는 2층에 있다. 일단 2층에 올라가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간 곰인형처럼 여기저기로 흘러가게 된다. 좋게 말하자면 일사불란하고, 안 좋게 말하자면 정신이 없다. 공간이 좁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입장하자마자 주문을 하고, 바로 썰어준 고기를 받아다가 자리에 앉으면 된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간 곰인형 같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에 이미 많은 인증이 있으니 이걸 보면 될 것 같다.

립과 브리스킷(차돌 양지 부위)이 있는데 나는 브리스킷 1/2을 주문했고, 가격은 3만 7,500원이었다.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괜찮다. 맛있는 거 먹자고 돈 버는 거 아닌가? 기본으로 로우앤슬로우 로고가 찍혀있는 빵과 소스가 제공된다. 소스는 특제 바베큐 소스와 토마토 베이스의 특제 소스.

고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맛있다. 굉장히 부드럽다. 너무 부드러워서 입 안에서 슈르륵 녹는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고기가 곧 맛있는 고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로우앤슬로우의 고기는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씹는 맛도 있고 탱탱했다. 하지만 고기 이외의 것들은 실망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맛있는 고기를 먹었는데 왜 기분이 좋지 않을까?’


일단 대기 시간. 나는 세 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이 정도는 평균인 것 같더라. 후기를 살펴보니 네 시간을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노래방 2시간, 쇼핑 1시간, 카페에서 1시간을 놀아야 바베큐를 먹을 시간이 되다니.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래 기다릴수록 보상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3시간 반을 기다리니 맛있는 고기 정도로는 해소가 안 되더라. 하지만 이 문제는 어쨌든 본인이 기다리고 싶어서 기다리는 거니까 문제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진짜 아쉬웠던 건 공간이다.

사람들이 꽉 차있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는 못했는데 테이블 간격이 좁았다. 앞뒤, 양옆 모두 좁은 편이었다. 그리고 샐러드바가 있어서 손님들이 계속 비좁은 공간을 돌아다녔다. 현장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정신없게 느껴지고 음식을 먹는 내내 신경 쓰였다.

게다가 사방에는 모니터를 달아놓았는데 로우앤슬로우 홍보 영상과 돈스파이크가 무한재생됐다.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영상을 강제시청하게 만들며 고문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고기 맛있고, 장사가 이렇게 잘되는데 내부에 모니터까지 설치할 이유가..


또 아쉬운 점은 한 줌의 야경도 허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블라인드로 창문을 모두 가려놓아서 밖이 보이지 않았다. 왠지 창문 없는 고시원에 살던 때가 떠올랐다. 시간 가는지 모르게 쇼핑하라고 창문을 설치하지 않는 백화점과는 느낌이 다르다. 거긴 넓지만 여기는 좁아서 답답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기는 맛있었다. 맛에 대해서는 누가 먹어도 이견을 제기하기 힘들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남긴 후기도 많이 찾아봤는데, 고기 맛이 별로라는 사람의 거의 없었다. 세 시간을 기다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은 소수 있었다. 음식만 맛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추천! 하지만 분위기를 따지며 좁은 공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비추천! 나는 입장, 식사, 퇴장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 따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쨌든 마지막 식당까지 돌았으니 결론을 내볼까. 총점을 매기자면 5점 만점에 4점. 비도 오고 다리도 아팠지만 맛있으면 된 거 아닌가. 무엇보다 벽돌해피푸드의 분위기와 사천소스는 디에디트 회식 장소로도 좋을 것 같더라. 이번 고기 투어가 꽤 성공적이었으니 다음 목표도 또 고기다. 소고기 오마카세를 먹으러 갈까 마장동에 한우 특수부위를 먹으러 갈까.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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