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가 뽑은 올해를 빛낸 음악 '21곡'

조회수 2019. 12. 20. 11: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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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의 TMI 전문 필자, 음악 평론가 차우진이다. 드디어 연말이다. 무슨 말이냐면, 나도 여러분도 올해의 어쩌고 저쩌고를 정리하게 된다는 얘기다. 올해의 가장 통수 맞은 일, 올해의 제일 멍청이 짓, 올해의 가장 쓸데없는 소비 등등. 물론 좋은 것들도 있을 것이다. 올해의 가장…. (음,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뭔가 있겠지)


암튼, 그래서 이런 이유(?)로 2019년의 베스트 어쩌고를 뽑아보려는데 생각해보니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었던 것이다. 늘어난 플랫폼에서 음악은 다층적으로 소비되면서 차트의 의미도 희미해져만 가는데… 그러니까 나 같은 일개 평론가가 ‘올해의 음반’ 같은 걸 꼽아봤자 무슨 소용이람. 다만 임팩트를 남긴 음악들은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알고 있는 것도, 모르던 것도 있을 것이다. 그저 이 리스트가 여러분의 즐거운 음악 생활에 한 뼘만큼 도움이 되길 바랄 뿐. 그러니까 이것은 ‘연말이니까 음악이다’라는 TMI 리스트.


[1]
디스 이즈 힙

‘힙하다’를 정의하는 건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론 대략 ‘엄빠도 모르고, 친구들도 모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 음악들을 소개한다. 물론 힙이란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날치 – 범 내려온다

(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어어부 프로젝트, 비빙, 씽씽의 주축이자 영화음악계의 장인으로 꼽히는 장영규를 중심으로 씽씽의 이철희(드럼),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베이스), 그리고 전도유망한 소리꾼 다섯(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 박수범)이 뭉쳤다. 원테이크로 찍힌 이 영상의 안무는 12년 차 무용단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맡았다. 이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베댓으로 대신한다. “아 나 지금 이틀 동안 이 영상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 호랑이 한 378마리 내려옴 지금.”

노선택과 소울소스 meets 김율희 – 뺑덕

리더인 노선택을 중심으로 2015년 서울에서 결성된 루츠 레게(Roots Reggae) 밴드. 레게, 사이키델릭, 재즈, 아프리칸 비트에 한국적인 그루브를 끼얹는다. 김율희는 중앙대를 수석 졸업한 젊은 소리꾼으로 그가 부른 ‘뺑덕’은 2017년에 발표되었지만, 특히 올해 전 세계 페스티벌과 공연장에서 왕성하게 소개되었다.

림 킴 – YELLOW 

김예림. 투개월의 그 싱어송라이터. ‘림 킴’이란 이름으로 텀블벅으로 앨범 제작비를 펀딩받았다. 아시아, 여성, 레거시, 전자음악, 랩 같은 것들이 뒤섞여 터지는 충격파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 비디오는 LA, 상하이, 서울의 다국적 전문가들이 참여한 결과인데, 그 자체로도 의미심장하다.

소금(sogumm) – 사랑해줘 (염따REMIX)

MBN의 <사인 히어> 우승자 소금과 매일같이 플렉스~해버리는 염따가 덜 유명하던 올해 초에 우연히 발견한 영상인데, 보자마자 ‘이건 터진다’고 생각했다. (캬, 역시 나의 안목이란…) 이들이 대중적인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포스트-밀레니얼의 문화 취향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캬, 역시 나 같은 평론가놈들이란…)


[2]
‘여성’이 바로 메시지다

<퀸덤>에서 AOA가 마마무의 ‘너나 해’를 커버한 순간은, 다름 아니라 우리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다. 섹시하든 청순하든 아니 대체 그게 뭐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이슈가 되는 세계에서 여성은 그 자체로도 메시지가 된다.

이루리 – Dive

바이바이배드맨의 베이스 연주자 이루리는 솔로 작업에도 열심인데, 자기소개는 그저 ‘친구들과 음악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한다. 이 영상에도 친구들이 나오는데, 음악도 좋지만 화면에 나오는 친구들 모두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태연 – 불티

태연 정규 2집의 타이틀 ‘불티’는 켄지가 작사, 작곡한 곡이기도 하다. 소녀시대 이후 태연은 솔로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는 중이고, 나는 이 보컬리스트의 넥스트가 너무나 궁금하다.

티파니 영 – Run For Your Life

티파니의 솔로 커리어는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애초에 샌프란시스코 태생이니 고향으로 돌아간 셈인데, 그가 속한 패러다임 탤런트 에이전시라는 회사는 제작, 관리, 마케팅, 투어 등 모든 분야를 책임지는 음악 회사로 블랙 아이드 피스, 콜드플레이, 제이슨 므라즈, 에드 시런 등이 클라이언트다.

이달의 소녀 – Butterfly

남다른 마케팅과 복잡한 세계관으로 유명한 이달의 소녀가 완전체로 발표한 싱글. 고민 끝에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다국적 소녀들의 모습과 소위 ‘센터’ 없이 활동하는 멤버들을 최대한 평등하게 보여주려 애쓰는 뮤직비디오의 연출이 남다른 인상을 남긴다.

(여자)아이들 – LION

작사, 작곡, 프로듀싱과 안무까지 도맡아 하는 (여자)아이들의 신곡. 이들의 음악, 뮤직비디오, 활동 방식, 이미지 연출과 팬덤 비즈니스 등은 케이팝의 젠더정치라는 관점에서 더 자세히 다뤄질 필요가 있다.

천미지 – I Want to Be Your Mother

‘엄마와 딸’이라는 매우 복잡하지만 선명한 관계를 담긴 천미지의 앨범에는 김사월(프로듀싱), 황예지(사진), 김무무(스타일링) 같은 ‘잘한다고 소문난’ 젊은 작가들의 이름이 있다. 그걸 보면서 ‘미래’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바로 이런 연결 위에 구체화된다는 걸 깨닫는다.


[3]
감성 또 감성

늘 하는 말이지만 ‘느낌적인 느낌’이야말로 21세기의 시대정신이다. 그걸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신인류 – 그런 하늘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에서 ‘작가미정’을 부른 밴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색.

악동뮤지션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한 번 듣고 말겠어, 쭉 듣는 거지.

어떻게 오늘까지 사랑하겠어, 꿈을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회사까지 사랑하겠어, 월급을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소속사까지 사랑하겠어, 너흴 사랑하는 거지.

차세대 – 아들

새소년, 신인류, 차세대…. 밀레니얼의 작명 센스란 게 있는지도. 꽤 매력적인 빈티지 사운드를 만드는 밴드로 리더인 이찬희는 이슬아 작가의 동생이다. (커버의 캘리그라피도 이슬아 작가의 것)

천용성 – 김일성이 죽던 날

윤상, 송홍섭, 조동익, 동물원, 어쩌면 브로콜리너마저까지. 8-90년대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가득 찬 음악.

백현진 – 빛

후벼파는 뭔가가 있다, 이 음악에는. 그걸 추적하는 게 내 몫이겠지만 어째선지 조금은 무책임해지고 싶은 내 마음, 사람 마음.

계피 – 2019

계피가 동요를 불렀다. “우리는 올해도 죽지 않고 살아갈 거야”라는 가사로 끝난다. 동요집 <빛과 바람의 유영>의 수록곡이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 – 개나리 본부

2010년에 무료로 공개했던 곡들을 재발표한 동요 앨범 <저녁, 아이들>의 수록곡. 우리는 영영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동요’라는 부제가 새삼스러운가 보다.

예람 – 여행

변두리의 정서를 담은 ‘인천의 포크’ 3부작의 마지막 앨범 <모두의 동요> 컴필레이션 수록곡. 생각해보면 주변적 정서라는 것과 유년기, 동요 같은 것들은 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안 그런가? (앨범 소개 글을 내가 써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말로.)

김해원, 임주연 – 보고 싶은 날

배우 김희애와 김소혜, 그리고 오타루의 눈(snow)으로 만든 화제작 <윤희에게>에서 김해원과 임주연이란 이름도 기억되면 좋겠다. 개성 강한 싱어송라이터들의 안정적인 사운드트랙이라는 점에서.


[4]
올해의 급상승 아이돌

구색이나 맞추려고 끼워 넣은 게 아니다. 2020년엔 분명히 이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세븐틴 – 독: Fear

직접 곡을 쓰고 안무를 짜고 프로듀싱도 맡는다. 정규 3집 <An Od>는 발매 1주일 만에 70만 장 판매를 기록했다. 2020년 1월에 미국 투어, 2월에 동남아 투어, 3월에는 유럽 투어가 있다. 13명의 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보는 기분이다.

드림캐쳐 – 데자부

‘YOU AND I’와 ‘PIRI’의 뮤직비디오가 각각 1천만 뷰를 넘겼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유럽과 미국 투어도 몇 차례나 했다. 스케일이 큰 세계관과 록킹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원래 밍스라는 청순형 걸그룹이었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자 180도로 변신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모로 케이팝의 특이사례로 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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