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사과 맛이 나! 우렁이쌀의 정체는 무엇?

조회수 2019. 9. 16.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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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M이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셨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딱 작년 이맘때쯤에 추석을 맞아 복순도가를 리뷰한 적이 있다. 궁금하다면 여기로. 명절- 전통주의 뻔한 연상작용이라니. 나란 사람의 얄팍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준비했다. 왜냐하면 명절마다 마실 음복주를 고르는 건 우리 가족의 오랜 전통이니까.

오늘 소개할 술은 청주다. 맑을 청(淸)에 술 주(酒) 말 그대로 맑은 술을 말한다. 청주의 재료는 쌀과 누룩 그리고 물 정도가 전부다. 이름이 우렁이쌀인 이유는 농약을 쓰지 않고 소라, 골뱅이랑 친척인 우렁이를 논밭에서 풀어 키운 무농약 쌀을 써서 그렇다.


본디 양촌양조장은 쌀막걸리가 유명하지만 내가 이번에 굳이 청주를 고른 이유는 이게 더 예뻐서. 게다가 청주가 명절과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

일단 라벨 디자인을 참 잘 뽑았다. 라벨의 1920이란 숫자는 양촌양조장이 시작된 연도를 말한다. 그러니까 벌써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는 것. 자랑할 만하지. 과거의 아픈 역사 때문에 집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고 대신 양조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양촌양조장이 시작된 이후 벌써 3대째 내려오고 있다. 세대가 3번이나 바뀔 동안 명맥이 유지되었다는 건 적어도 술맛만큼은 인정할만하다는 소리다.

맑은 청주를 갈색병에 담을 생각을 하다니! 게다가 병의 모양이 술병이라기보다는 약병에 더 가깝다. 괜히 이솝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즐겨 가는 힙한 카페에선 콜드브루를 이런 병에 팔고 있던데. 통통하니 귀엽고 든든하기까지 한 디자인이다.

잔에 따르니 노란 게 꼭 보석 같다. 맛은 뭐랄까… 굉장히 신기한 맛이다. 첫맛은 진득할 정도로 단데 조금 지나면 이상하게 달지가 않다. 단맛의 뒤끝이 없달까. 곡물을 오래 씹을 때 느낄 수 있는 단맛이 나는데 그 맛이 뚝 하고 사라져 버린다. 뭐지 이거?

한참을 고개를 갸웃대며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맛을 추리해 보려고 자꾸 잔에 입을 가져다 댄다. 입을 오물대며 입안에 공기를 통과시켜 맛과 향을 음미한다. 그러다 불현듯 어떤 맛이 떠오른다. 꿀이 잔뜩 든 사과를 껍질째 베어 물고 난 뒤 느껴지는 풋내와 향긋함! 매년 이맘때쯤 맛볼 수 있는 잘 읽은 부사의 맛이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곡물의 고소함까지.

우렁이쌀 청주는 온도에 따라 맛이 확확 바뀌는 예민한 술이다. 상온에서 마시면 맛과 향을 한결 뭉근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뚝 떨어지는 단맛이 조금 줄고 들큰하고 고소한 맛은 배가 되는데, 에디터B는 그 맛이 더 낫다고 하더라. 반면 나는 차갑게 마시는 게 더 내 취향이다.


60일간의 저온 숙성을 하고 멸균처리까지 한 덕분에 유통기한이 따로 없는 것도 좋다. 개봉만 하지 않으면 오래 두고 마실 수도 있지만, 한 번 맛보고 난 뒤에는 잔을 손에서 떼기란 쉽지 않을 거다.

가족들이랑 오손도손 모여 거의 한 병을 비워갈 때쯤에 용량에 대한 생각도 했다. 750ml의 와인 한 병보다는 적고 350ml의 일반적인 청주보다는 많은 500ml의 용량. 가족 혹은 친구와 나눠마시면 적당히 취할 수 있을 정도다.

달큰하고 고급스럽고 용량도 참 좋은 명절에 마시기 좋은 술이었다.


사실 좋은 술을 마시기 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핑계만 있을 뿐. 꼭 명절이 아니어도 좋다. 전통주의 가장 큰 장점은 성인 인증만 하면 로켓처럼 빠르게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거 아니겠나. 이번 주말 우렁이쌀 청주 한 잔과 함께 풍류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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