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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길 친구는 너로 정했다! 정주행 하기 좋은 작품 5편

조회수 2019. 9. 9.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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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일 년에 두 번 고향에 내려가는 에디터B다. 나는 경상북도의 한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무궁화 기차를 타고 4시간 가까이 가야 도착하는 먼 곳이다. KTX가 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골은 아니다. 도농복합도시쯤 된다. 엔젤리너스와 설빙이 있고, 롯데리아까지 있다.


그곳으로 가려면 4시간이 넘게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버티는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이 지겨워 전날 밤을 샌 채 잠만 자기도 해보고, 라디오를 듣기도 했는데 기차 좌석은 신기하게도 뭘 하든지 재미가 반감되는 효과가 있다. 기차를 많이 안 타본 친구들은 칙칙폭폭 타며 계란과 사이다를 먹는 장면을 떠올리겠지만, 명절 기차는 그리 정겹지 않다. 열차 안은 산소는 부족하고 아이는 울고 복도는 입석 손님으로 가득차서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다.


오늘은 명절 동안 심심할 예정인 사람을 위해 콘텐츠를 골라봤다. 생존을 위한 시청인 셈이다.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보다 괜찮을 거라고 자부한다. 제목 아래에는 정주행에 걸리는 시간을 적어놨다. 기차에서 내린다고 명절이 끝나는 게 아니니 집에서도 이어서 보자.


Youtube
<오, 여정> 시리즈
=2시간 59분

<오, 여정>은 웹드라마다. 한때 유튜브에서 인기를 구가하던 72초TV에서 만든 비교적 최근 시리즈. <바나나 액츄얼리>나 <두 여자>보다는 덜 유명하다. 하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지. 다른 드라마가 리드미컬하고 코믹했다면 <오, 여정>은 정반대. 이걸 72초가 만들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적이고 무겁기까지하다.


여행드라마의 틀을 갖추고 있으며 주인공은 오여정이라는 여자 사람이다. 지금까지 시즌3까지 나왔고, 시즌1에서는 경주, 2에서는 제주, 3에서는 부산으로 갔다. 인상적인 건 줄거리다. 오여정은 여행을 떠밀리듯 간다. 시즌1에서는 사내연애가 문제가 되어 도망치듯 경주행 기차를 타게 되었고, 시즌2에서는 친구가 일방적으로 동반 여행을 취소하자 마음이 상한 채로 혼자 떠나게 되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마음 속으로 말하는 나레이션이 꽤 많다.


여행 드라마라는 장르에 인간관계, 자아탐구를 한 스푼 씩 넣어 만든 슴슴한 드라마다. 다진 양념을 넣지 않은 말간 순댓국을 한 숟가락 먹는 느낌이랄까.




TVING
<조용한 식사>
=5시간 28분

<조용한 식사>는 연남동의 마포곱창타운에 걸려있는 홍보문구를 보고 알았다. ‘조용한 식사: 신세휘 편’이라고 적혀있었다. 촬영을 그곳에서 한 것 같았다. 신세경을 좋아해서 신세휘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조용한 식사가 뭘까 호기심이 생겼다. 신세휘 편의 링크는 여기있다. 위에는 유튜브 영상을 올려놨지만 오직 네이버TV에서만 볼 수 있다.


자 그럼 프로그램 소개를 잠깐 해볼까. 30분 정도의 에피소드는 7분 정도의 짧은 클립 4개로 구성된다. 각 클립에는 출연자가 나와 말도 없이 식사를 한다. 그게 전부다. 간단히 말하자면 먹방인데, 보통 먹방하면 ‘와 이것 맛있다’ ‘이 맛은 마치 몽마르뜨 언덕의 오후 5시 햇살이 부서지는 맛이에요’ 같은 요란한 감상평이 동반되는데 이건 제목처럼 조용하게 식사만 한다. 대사도 없고 먹기만 하면 되니까 출연료를 덜 받는 걸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식당 말고 계곡이나 바다에서도 상을 차려 먹는데 섭외 과정이 어땠을까도 궁금하다. “신세휘 씨 매니져 되시죠? 출연 섭외하고 싶어서 연락드렸는데요. 예능이긴 한데…아 내용이요? 바다 앞에 가서 전어구이 드시면 되는데 7분 정도 나갈 거예요” 이렇게 얘기했을까.


Lezhin comics
<가후전>
=총 65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나는 현재 여자친구가 없다. 지금은 거의 하지 않지만 한때는 소개팅을 꽤 많이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기자도 있었고, 기자도 있었고, 기자도 있었네? 이제 다른 업종 사람과 소개팅을 해야겠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내가 만나보고 싶은 취향의 사람이 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 삼국지 안에는 인생이 있고, 사랑이 있으며 권모술수가 있다. 그 중 누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면 그 사람이 보인다.

<가후전>의 주인공은 가후다. 삼국지를 잘 몰라도 유비는 착한 사람, 조조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 다들 알 거다. 하지만 가후는 낯설겠지. 가후는 조조의 참모 중 한 명이다. 유비 위주의 <삼국지 연의>에서 가후는 정말 조연의 조연도 안되는 적은 비중의 인물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비유하자면 타노스의 부하 중 머리가 굉장히 똑똑한 참모이지만 영화에는 시간관계 상 1초 밖에 못 나왔을 것 같은 인물이랄까. 그래서 <가후전>이 재밌는 거다. 지겹도록 들어본 유비 입장이 아니라 적군의 부하 입장에서 쓴 삼국지 스토리니까.

가후는 베놈이나 데드풀 같은 안티 히어로에 가깝다. 때묻지 않고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교활하게 자신이 얻을 것을 취하는 사람이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고 심지어 비도덕적인 행동도 하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는 영웅. 가후의 성격을 드러내는 대사가 하나 있다.


“이 가후가 세상에서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몇 있는데, 그 중 으뜸은 영웅이란 족속들이요. 보통 사람들은 영웅의 기개에 매료되거나 감탄하지만, 나는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그게 이 가후의 나쁜 성질머리올시다”

WatchaPlay
<네멋대로 해라>
=20시간 19분

얼마 전에 요즘 유행이라는 온라인 탑골공원 <인가가요 KPOP CLASSIC>을 봤다. 새벽 1시에도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채팅을 하며 옛날 영상을 보더라. 그 중 내 눈에 들어온 채팅창 속 말. “아 나도 저 시대에 살고 싶다” 그 말에 내게는 놀라웠다.


98년부터 2000년 초반이면 IMF의 영향으로 실업자가 넘쳐나고 희망이 없던 때다. 그땐 내가 중학생이라 경제적 여파를 몸소 느낀 건 아니었지만 그리 아름다운 시절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도 온라인 탑골공원을 보고 있으니 문화적으로는 풍요로웠고 그때가 노래는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촌스럽지만 세련된 느낌. 그리고 <인기가요> 말고 드라마에서도 세련된 촌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네멋대로 해라>를 보면 된다.

난 드라마의 긴 호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명작은 챙겨본다. <스카이 캐슬>도 보고 <대장금>도 봤다. <대장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시청률이 90퍼센트에 달했던 글로벌 명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소매치기로 먹고 살던 고복수(양동근)는 출소 후 아버지(신구)와 함께 산다. 여전히 소매치기 버릇을 버리지 못한 고복수는 전경(이나영)의 지갑을 훔치게 된 것을 계기로 원수가 되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연인이 된다. 고복수는 소매치기를 접고 스턴트맨이 되어 새 삶을 살려고 하지만 뇌종양이 발목을 잡는다.

세 줄 짜리 줄거리만 보면 뇌종양에 소매치기라는 소재 때문에 진부할 것 같지만, 신파적이거나 자극적인 것이 전혀 없다. <네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00폐인’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할 정도로 팬도 많았던 웰메이드 작품이지. 선악의 구도가 희미하지만 그 안에 갈등을 만들어내는 관계도 훌륭했다. 이나영, 양동근, 공효진, 이동건의 풋풋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거다. 특히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OST는 전주만 들어도 마음이 녹는 기분.


Netflix
<DC 타이탄>
=8시간 24분

요 몇년 사이 부쩍 눈에 들어오는 콘텐츠 트렌드가 있다. 바로 ‘대체 가족’. 쉽게 말해 피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의 기능을 하는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말한다.


<DC 타이탄>을 소개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가족을 잃고 소외된 히어로가 가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배트맨의 파트너 로빈, 악마의 피가 섞인 레이븐, 불을 뿜는 외계인 스타파이어, 호랑이로 변신하는 비스트보이다. 네 사람은 우울하고 어두운 내면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다치기 때문이다. 자신은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회를 거듭하며 마음을 여는 훈훈한 이야기.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잔인함은 이 드라마의 보너스다. DC의 음울함을 좋아해서 마음만은 항상 고담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극 권한다. I. 고담. U.

<원피스>의 루피가 친형 에이스를 잃고 좌절했을 때 “맞아, 나에게는 동료들이 있었어!”하며 정신 차리고,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이 가족을 잃었지만 가오갤 멤버를 가족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DC 타이탄>도 그런 류다. 넷플릭스가 명절용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족 간에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DC 타이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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